“우승선물은 감독님표 밥상이에요” 우승신화 삼성화재 3총사의 수다

입력 2011-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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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 같은 분위기다. 프로배구 V5를 달성한 삼성화재 고희진, 신치용 감독, 여오현(맨 왼쪽부터)이 우승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치용감독-여오현-고희진

말로만 듣던 감독님의 요리솜씨
직접 맛보고 냉정하게 평가 ㅋㅋ

겸손 열정 기본이 있는 삼성배구
다시 9연패 신화 꿈이 영글어요
삼성화재 선수들이 뜻밖의 우승 선물을 받게 됐다.

신치용(56) 감독이 직접 만들어 차려주는 저녁상이다. 신 감독은 14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선수단 휴가가 끝나는 5월에 선수들을 집으로 초대해 내가 만든 음식으로 저녁을 대접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감독이 집에 선수들을 부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 현대캐피탈 2연패를 끊은 뒤 몇몇 고참 선수와 집에서 맥주를 마신 게 유일하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편애한다는 오해를 사는 등 선수단 분위기를 해칠까봐 자제해 왔다.

신 감독은 아내에게 “5월에 그리 할 거니 준비하라”고 말했다가 “당신이 더 잘하니 직접 하시라”는 핀잔을 들었다. 괜한 말이 아니다. 신 감독 특기가 요리다.

“김밥은 기가 막히게 말지. 두부김치, 김치찌개. 못 하는 게 없어. 주로 술안주이긴 하지만…. 허허.”

여오현(33)과 고희진(31)은 “감독님이 요리를 잘 하신다는 말만 들었는데 5월에 냉정하게 평가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경기도 용인 배구단 숙소에서 삼성화재 V5의 주역 신치용 감독과 리베로 여오현, 주장 고희진을 만났다.


● 우승 그 후

신 감독은 요즘 하루 세 차례 인터뷰가 기본이다. 저녁 약속도 매일 잡혀 있다. 이번 주말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토요일에 장을 봐서 일요일 세 끼 모두 직접 만든 음식을 가족상에 올릴 생각이다.

고희진도 유명세를 피부로 느낀다. 우승 인터뷰가 쇄도하기는 처음이다. “작년까지는 인터뷰 요청이 아예 없었다. 동네 분들 태도도 달라졌다. 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삼성화재 주장이라고 하신다.”

여오현은 삼성화재에 입단해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이번에 가장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선수인생 통틀어 가장 열심히 한 시즌을 보냈다. 나 스스로를 열 번 더 칭찬해 주고 싶다.”


● 삼성화재 배구란

‘삼성화재의 배구는 □다’

신 감독은 겸손이라고 쓴 뒤 “겸손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고 했다. 여오현과 고희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열정(여오현)과 기본(고희진)이라고 답했다.

단어는 다르지만 모두 한뜻이다.

고희진은 “겨울에는 새벽에 일어나 잘 때까지 오로지 배구만 생각해야 한다. 휴식도 배구를 위한 것이다. 경기를 잘 하기 위해 잘 쉬라는 게 감독님 지론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팀에서 누구 한 명 으스대거나 튀는 꼴을 못 본다. 경기를 지고도 자기만 잘 했다고 시시덕거리는 걸 가장 싫어한다. 삼성화재는 성적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임원 격려금 등을 감독 이하 선수단이 모두 똑 같이 배분한다. 신 감독의 오랜 방침이다.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하나 있다. 20 05∼2006시즌부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뒤 강경 모드의 신 감독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고희진은 “전에는 하늘같은 선배들도 감독님 앞에서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웠는데 그 때 이후로 완전히 바뀌셨다”고 했다. 신 감독은 “그 전에는 내가 앞장서서 모든 걸 했다. 지금은 뒤에서 받쳐 준다.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게끔 만들어주는 문화가 훨씬 낫다는 걸 깨달았다”고 답했다.

신 감독은 “그래서 여오현과 고희진의 역할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은 아직 내(감독)가 앞에서 끌고 가는 것에 익숙하다. 스스로 찾아서 할 줄을 모른다. 오현이와 희진이가 후배들을 이끌고 앞으로 1년 안에 삼성화재 컬러를 입혀줘야 한다.”


● 한 번 더 신화창조

삼성화재는 실업시절을 포함해 9연패 신화를 썼다. 두 차례 준우승 뒤 다시 4연패를 기록 중이다. 또 한 번의 9연패가 가능할까.

신 감독은 “기회가 온다면 더 없이 영광이지만 욕심만 갖고 될 일은 아니다. 우리 팀과 선수들이 실패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우승을 못해도 성공일 수 있고 우승을 해도 실패일수 있다. 우승을 못해도 성공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 “프로 팀은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그렇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 계속해서 우승에 도전 하겠다”고 했다.

고희진은 “꿈같은 이야기다”면서도 “현대캐피탈에 결승에서 2번 연속 졌을 때 한 번 만 더 우승 하자고 한 게 지금까지 왔다. 젊고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아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여오현이 “나는 그때면 불혹의 나이인데”라며 말끝을 흐리자, 고희진이 “형은 마흔까지 거뜬하다”고 거들었다. 여오현은 다시 “부상만 없다면 팀에 보탬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빙긋 웃었다.

용인|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beanjjun)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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