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못 잡았으면 감독님 뒷목 잡았겠죠” 세 영웅들의 수다

입력 2011-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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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1 V리그에서 현대건설을 사상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황현주 감독과 우승의 주역인 양효진, 황연주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 황연주 양효진
연주·효진은 호랑이 감독 혈압 걱정
“첫우승 다행…아니면 쓰러지셨을 것”

챔프등극 후 클럽행 스트레스도 확∼
“짜릿한 V 계속 맛봐야죠” 한목소리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를 평정한 주역들과의 만남은 시종 유쾌했다.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거의 수다에 가까웠다.

현대건설을 프로 첫 정상에 올려놓은 황현주 감독이 “꼭 해야 할 숙제를 했다”는 소감을 전한 뒤 자리에 동석한 황연주와 양효진이 “한 번 우승의 맛을 알게 되니 계속 우승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 게 진지 모드의 끝이었다. 이후부터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 건강 챙겨야 할 스승

챔피언에 등극한 날 밤, 선수단은 신나게 즐겼다. ‘이제 훈련 끝’이란 생각에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나이트클럽에서 훌훌 털어버린 일행.

제자들이 자리에 앉으면 곧장 무대로 올라가라고 다그쳤던 황 감독은 정작 그 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우리 그날 뭐했지?” 제자들은 스승의 혈압을 걱정했다. 흥국생명의 추격이 계속될수록 황 감독이 뒷목 잡고 쓰러지면 안 된다면서, 오직 이겨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단다.

시즌 내내 ‘호랑이’처럼 선수들을 굴렸던 스승. 리그 개막 직전에는 경남 하동에서 일주일 간 매일 9km 산악 뜀박질을 했다. 체력이 뒷받침됐기에 맛본 달콤함.

황연주가 “이젠 감독님이 부드러운 남자가 되길 바란다”고 하자 양효진이 “혈압이 자주 높아지신다. 우승 못했으면 아마 쓰러지셨을 것”이라며 동조했다. “난 아직 젊은데. 하긴, 가끔 나이를 착각할 때가 있어.” 앞으로 스타일 변화는 없으리란 스승의 말에 제자들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 연주는 “스포츠동아 대상” 효진은 “미인”

서로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부상 없이 꾸준히 해 달라”는 황 감독의 당부가 나오기 무섭게 황연주는 “감독님은 이제 건강 챙길 노장”이라며 여유로운 훈련을 부탁했다. 양효진은 “밥 먹을 때 과일 빼앗아 먹고, 내 이마를 삶은 달걀 깨는 도구로 삼지 말라”며 혀를 쏙 내밀었다.

발끈한 황 감독의 대답. “휴가 없다. 내일부터 훈련 시작!”

사실 황연주와 양효진은 스포츠동아와 인연이 각별하다.

황연주는 흥국생명 시절인 재작년 김연경이 받기로 한 스포츠동아 대상을 대리 수상했고, 양효진은 작년 수상자였다. “올해는 내가 꼭 타고 싶다”던 황연주가 갑자기 동생을 째려본다. 슬쩍 언니를 바라보던 양효진. “아직 상금을 풀지 않아 언니들이 삐쳤다. 곧 한 턱 쏘겠다.”

너무 편해서였을까. 이날 양효진은 늦잠을 잔 탓에 세수도 한 채 만 채 자리에 나왔다. 아,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점도 뺐다. 치열 교정까지 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데, 절세미녀를 곧 볼 듯한 분위기. 어느새 인터뷰 말미. 각자 키워드를 꼽았다.

황 감독이 “열정과 목표 의식이 없다면 영광도 없다”고 하자 황연주가 “난 신장이 작아 두 배 노력을 해야 한다. 항상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어리니까 발전을 꼽겠다. 안주하는 순간, 끝이 멀지 않다”며 미소 지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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