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O~K! OK볼…타자 농락하는 ‘위장 직구’

입력 2011-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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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구종-체인지업

직구처럼 던지지만 구속 줄여 타이밍 뺏어
류현진 주무기, 엄지와 검지 ‘O’자 만들어
손목 과도하게 비틀면 변화·제구에 문제점
반포크로 불리는 SF, 팔꿈치 손상 주의를
이번 주는 구종의 마지막 편인 체인지업에 대한 그립과 내용에 관해 알아 보기로 한다. 체인지업에는 다양한 그립과 던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목적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구(패스트볼)를 던질 때처럼 팔을 휘두르면서도 스피드를 줄여 미묘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잘 맞는 그립과 투구법을 찾아냈으면 한다.




<사진 1>
: 독특한 그립이므로 손의 위치가 중요하다. 팔을 세게 휘둘러도 볼이 빠지지 않도록 3개의 손가락을 실밥에 확실하게 걸고 공을 쥘 것. 던질 때는 팔을 안쪽으로 조금 비트는 느낌이어야 한다. 타이밍이 조금 빠르게 팔이나 손목을 비틀면 제구에 문제가 생긴다.


<사진 2>
: 손가락은 실밥에 걸지 않도록 한다. 그런 다음 새끼손가락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던질 때는 엄지, 검지, 중지의 세 손가락으로 던지는 느낌이다. 이 그립은 손목이나 팔을 인위적으로 비틀지 말아야한다.


<사진 3> : 사진 2와 거의 비슷한 그립이지만 엄지와 검지가 붙어있고, O자를 만들고 있다. 기본적인 OK볼로 통한다. 한화 류현진이 즐겨 잡는 그립이다.(참고로 류현진은 이 공을 던질 때 바깥쪽을 타깃으로 하고 던지면 공의 회전이 좋아진다고 한다)


<사진 4>
: 보통 OK볼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립이다. 우선 엄지를 실밥에 깊숙이 걸고 엄지와 검지로 OK를 만든다. 중지와 약지도 실밥에 걸고 확실히 팔을 휘두른다. 보통 던지듯이 던지면 자연히 바깥으로 빠지는 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직구를 던지듯이 손목을 쓰게 되면 땅에 박히는 공이 될 수도 있다.


<사진 5>
우선 약지와 엄지를 실밥에 걸고 손가락 두개로 볼을 쥔다. 나머지 손가락 두개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도록 한다. 던질 때는 엄지에 힘을 준다. 이 그립은 필자도 잡아봤지만 손가락이 길지 않으면 무척 어려움이 있다.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Split Finger Fastball)


일본에서 ‘떨어지는 볼’이라고 하면 포크볼이지만, 미국에서는 포크볼보다 그립을 얕게 잡는 스플리터가 주류다. 변화는 많이 없지만, 그립이 얕기 때문에 누구라도 도전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생각대로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운 볼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우리나라도 SF(흔히 ‘반포크’란 용어로 쓰이고 있다)의 폐해에 대해 얘기가 많다. 확실한 것은 부상의 위험성이 아주 많고 구속이 떨어지며, 선수 수명 또는 전성기가 짧아지는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특히 직구 스피드가 좋다고 생각되는 젊은 선수에게는 확실히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SF는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개발된 구종이다. 당시 휴스턴의 마이크 스콧과 투수코치 로저 크레이그가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스콧은 1979년부터 4년 동안 14승 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이 SF볼을 던진 후 20승 포함해 6번의 두자리 승수를 거뒀다. 특히 SF를 배운 후 1985년 18승8패, 1986년 18승10패 306탈삼진으로 리그 방어율왕 탈삼진왕 그리고 리그 사이영상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스콧은 1990년 팔꿈치 부상으로 이듬해 은퇴 한다. 그전까지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는 최적의 구질이었으나 그의 추락과 은퇴 후 실제로 팔꿈치에 무리가 생기고 평소 빠른공이 없는 투수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고 알려지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짧고 굵게 선수생활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길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하지 않을까 한다.


<사진 6> : 비교적 손가락이 많이 열리므로 꽤 깊게 쥔다. 손가락은 실밥 바깥쪽에 걸면 스윙하기가 편해진다.(※손가락이 짧거나 무리한 힘이 들어가는 선수는 검지와 중지를 실밥 안쪽에 놓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떨어지는 각도는 줄어든다)


<사진 7> : 손가락이 긴 선수가 잡기 쉬운 그립이다. 실밥에 걸지 않는 것이 팔을 휘두를 때 던지기가 쉽다. 컨트롤 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 8-Vulcan change-up> : 이 구종은 체인지업의 일종이다. 포크볼과 역회전성 스플리터의 혼합체이다. 포크볼처럼 두개의 손가락을 벌려 잡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벌컨체인지업은 서클체인지업의 그립에서 3번째와 4번째 사이에 실밥을 벌려 잡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 때도 팔스윙은 직구를 던질 때와 같아야하고, 공의 무브먼트(움직임)를 많이 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6시방향(공의 아래쪽)에 두고 돌려준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도 특이한 구종이다. 지금 일본의 라쿠텐에 있는 핵잠수함 김병현이 이 구종을 던진 적이 있다. 이 구종의 어원은 스타트렉 영화에서 나오는 V마크를 본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사진 9-너클볼>
: 이 구종은 보스턴의 팀 웨이크필드가 여전히 구사하는데 뉴욕 메츠의 R.A 디키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공의 회전이 전혀 없으며 100km를 오르내리는 대단히 느린 구속의 신비한 공으로, 예측불허라는 단어가 딱 맞는다. 타자가 정말 맞히기 어려운 무브먼트가 있지만, 투수도 제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손가락 끝으로 공을 튕기듯 던지는 그립인데, 손톱이 강하지 않으면 도저히 아파서 던질 수가 없다. 필자도 1984년 한국화장품 시절 대만의 서생명(이후 대만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다)에게 던지는 방법을 배웠으나 손톱이 계속 깨지는 바람에 포기한 적이 있다. 우리 나라에 온 외국인 투수 중 LG에서 활약했던 옥스프링 이 경기중 사용했지만 포수 조인성이 처음보는 구종이라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까지 세가지의 큰 구종(fastball, breaking ball, change-up)을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그립에 대해 사진으로 설명했다. 손과 손가락의 위치가 어디든 기본적으로 투수는 공의 실밥(seam)을 잘 이용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실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가 공의 회전력을 높일 수 있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변화구는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의 회전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회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손목의 비틀림이나 공에 전달하는 손가락의 힘 배분 등 아주 예민한 요소들이 잠재돼 있다.

많은 구종 중 이번에 설명한 체인지업, 특히 서클체인지업은 공의 회전이 직구와 같고 공을 던지는 팔의 회전운동이 직구와 동일해야하므로 최근 많이 구사되고 있다.


<사진 10, 11> : 사진으로 설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 방법에서 그립에 상관없이 투수들이 욕심을 내어 팔이나 손목을 많이 비틀어 회전력을 높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손바닥이 타석에서 보이게 회전을 주면 떨어짐이 약해지고, 제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좋은 손의 위치는 공이 손에서 빠져 나가는 순간 손등이 하늘을 향해 있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의 끝이 공과 마지막까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체인지업이나 SF같은 구종은 제구나 떨어지는 각도가 좋다고 가정하면 타자를 쉽게 잡을 수 있다. 빠른 직구를 던지는 것은 투수 자신의 체력적인 소비도 많지만 직구 하나로만 타자를 잡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쉬운 방법 중 하나인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나태해진다. 나태해지면 더 이상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체력과 근력, 지구력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 러닝 그리고 제구력을 위해 힘들게 몸과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 투수로 마운드에서 버티기 위해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면 마운드에 있는 시간은 불과 1분, 불펜에서 있는 시간은 3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편한 것에 맛을 들이면 유니폼을 벗는 날이 더 빨라질 것이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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