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 홍대 정문 인근 커피숍 2층
홍정은, 홍미란 작가 자매가 소파에 앉아 있다.
기자 2명이 계속 질문한다.
이하 홍(정)은/홍미(란)
Q: 카메오로 등장한 배우들이 많았다. 전작에서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 나왔지만, 전지현 씨나 김남길 씨는 의외였다.
정: 사진으로만 나온 배우들이 많았다. 아무나 사진을 쓰면 초상권에 걸린다.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은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다. 자청한 사람도 있다. 신민아 씨나 노민우 씨도 나오겠다고 했는데 나올만한 배역이 없거나, 본인 스케줄이 안 맞았다. 독고진 이상형 월드컵에 나온 전지현 씨도 허락받고 사진을 썼다. 딱히 차기작에 대한 염두 때문에 나온 건 아니다. 김남길 씨는 '선덕여왕'을 했던 박홍균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다. 1회 출연시킨 김에 마지막 회 '독고진이 잘린 CF 주워 먹은 배우' 역할도 제의했다. 재밌겠다며 OK했다.
Q: 일부 에피소드나 설정에 대해서 다른 가수나 모델이 연상된다는 말이 있다.
란: 그걸 보고 누군가를 떠올리면 우리 드라마를 본 의미가 없다.
정: 연예계에 떠도는 많은 이야기를 섞어서 썼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볍게 연예인을 험담한 경험이 있을 거다. 이 드라마가 웃기기도 하지만 씁쓸한 이유가 그런 거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에 나온 에피소드나 설정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어떤 특정 연예인이 공격의 대상에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희생양을 만드는 일 아닌가.
Q: 구애정 기자회견 장면이 절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비호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구애정이 "제가 죽으면 될까요?"라고 대답했다. 기자로서 심란했다. 그날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다.
정: 우리도 사실 기자들이 이걸 보고 우리 미워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다. 연예계를 과장한 부분이 있었다면, 기자들도 그렇게 됐다. 감정 이입을 어디서 끌어내는 가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애정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그들을 힘들게 하는 인물 중 하나가 기자고, 그들이 악역이 된 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언론이 마녀사냥처럼 몰아가는 면도 있다. 언론이 도가 지나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한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 게 아닌가 싶다.
란: 주인공이 연예인이다 보니 악역으로 기자가 나왔다. 만약 매니저가 주인공이면 스타가 악역이 되는 식이냐니까. 요즘엔 모두가 기자다. 길 가던 사람도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 그게 바로 기사화되는 게 요즘이다. 그래서 애정이와 독고도 데이트할 곳이 없었다.
Q: 무거운 주제를 캐릭터 흔들림 없이 정공법으로 끌고 갔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면 다른 장치를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란: 애정이나 독고가 계란 한번만 맞아줘도 강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독고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독고는 "극~복" 하는 남자다. 그런 멋있는 면을 유지하고 싶었다.
캐릭터 위주의 극에서 극적인 상황은 힘들다. 캐릭터의 일부분이 꺾이기 하기 때문이다. 도도한 남자가 비참해지거나, 좌절한다. 그건 싫었다. 그렇게 무시해 버리면 사건이 안 되고, 그런 문제를 잘 피해가면서, 주인공들의 감정만으로 이끌어가고 싶었다.
정: '환상의 커플' 나상실은 아직도 살아 있지 않나? 독고진도 그렇게 남을 것이다. 후회는 없다. '최고의 사랑'도 마지막에 시청률 20% 넘었으니까.
Q: 시청률 8%로 시작했다.
란: 홍보가 참…. 우리 지인들도 잘 몰랐다. 1,2회를 봤을 때 재미있게 나와서 어느 정도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첫 회에 우리가 생각한 대로 캐릭터가 나와야 앞으로의 행방을 결정한다. 독고진이 잘 나와서 잘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고가 화제가 됐고.
정: 연륜 있는 배우들이라 흔들림은 없었던 것 같다. 차승원 씨를 처음 만나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7번째 드라마"라고 했더니 차승원 씨가 비웃으면서 "쳇, 난 몇 번 했는지 아느냐?"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Q: "홍자매 드라마의 악녀는 약하다, 악녀 보는 맛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정: 세리는 악녀가 아니다. 세리가 무슨 잘못이 있나. 세리의 시각에서는 애정이가 '자기 싱글 앨범 내려고' 그룹을 해체시킨 언니다. 언니에 대한 미움이 있을 수 있고, 그땐 자기가 잘 안 나가는 멤버여서 꾹 참고 있다가 지금은 잘 나가서 우쭐할 수 있다. 얄밉지만 딱히 못된 아이는 아니다. 구애정에게 연예인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윤필주 엄마에게 말한 것도 잘 보이려다가 실수한 거다. '최고의 사랑'은 주인공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래서 악녀가 필요 없다. 그래서 세리가 왜 악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드라마 상에서 필요 없기 때문이다.
Q: 전작의 주인공 구미호도 뒷담화의 희생양으로 그려졌다. 그런 주제에 끌리는 이유가 뭔가.
란: '연예인의 애환을 그리자'라는 주제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다. 30대에 일을 10년 동안 했고, 직업이 잘 안 풀리고 그것을 고민하고 있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싶었다. 연예인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직업이다. 갈등 구조를 넣다 보니, 독고진과의 '급' 차이를 넣은 것이고, 난관을 주려다 보니 연예계를 리얼하게 그려주게 됐다. '연예인도 사람이다'라는 점을 공감해주고 느껴주면 애정이의 드라마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Q: 연예인 기사 악플과 관련해 개인적인 경험담이 있나.
정: 예능 프로그램 작가를 할 때, 회의시간 TV를 보면서 "난 저 개그맨이 싫어"라고 말했다. 근데 그 사람이 내 뒤에 서 있었다. 모른 척 조용히 지나갔지만 굉장히 미안했다. 그게 TV속 연예인과과 실제 사람의 차이다. 나와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욕하는 사람이 그저 비호감이 아니라, '띵똥'같은 조카가 있고, 부양할 가족이 있고, 결혼할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보일 때 창피하지 않은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걸 알아주면.
Q: 공동 집필의 어려움은 없나. 싸우기도 하나.
정: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부터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왔다. A보다 B가 나은 설정이라고 하면 "B는 어때?"라고 말했을 때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 왜 재미있는지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왔기 때문이다.
란: 쉬더라도 다른 친구들은 회사에 다니니까 딱히 같이 놀 사람이 없다. 언니랑 논다.
Q: 소품과 장치가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고, 연결도 잘된다.
정: 운동화 한 켤레, 볼펜 한 자루 같은 조그만 소품도 바꾸지 말아 달라고 감독님에게 얘기했다. 예를 들면 동백꽃이 대본에 있는데 진달래꽃이 더 예쁘다고 진달래로 바꾸면, 그 장면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런 작은 장면이 쌓여 이야기가 완성된다. 사인한 모자가 뒤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전부터 독고는 애정이를 좋아했고 선플을 달아서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홍균 감독도 꼼꼼해서 소품을 잘 챙기기 때문에 잘 맞았다.
Q: 중요한 상징물인 비타민 워터 음료는 PPL이었다. 구애정이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는 장면에서 자주 활용됐다.
란: 처음부터 필요한 소품이었다. 대본이 나올 때부터 독고진의 얼굴이 붙은 음료를 고려했다. PPL이 들어오면 여기 들어오면 된다고 이야기만 전한 상태였다. 처음엔 구애정에게 "내 사진에 얼굴 대지마"라고 말하는 독고가 나중에 "내 사진 있는 곳에 얼굴을 대라. 거기가 더 시원해" 라고 말한다.
정: 비타민워터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처음부터 사진을 겉포장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사진이 못 들어가면 그냥 물통으로 하려고 했다. 회사에서 얼굴을 넣어줘서 하게 됐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PPL은 '간판 독고'가 나온 제로정과 '변태 독고'의 비오템 크림이었다.
정: 제로정 광고판은 작정하고 넣은 건 아니고 이야기 흐름상 괜찮아서 넣었다. 소화할 수 없는 PPL도 있다. 물놀이 공원 광고가 들어왔는데, 연예인 커플이 공원에서 공개 데이트를 할 순 없지 않나?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할 수 없다. 비오템 광고도 차승원 씨가 귀엽게 해줬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PPL 찾기 놀이를 하더라.
란: PPL로 오인 받는 소품도 있었다. 구애정 운동화는 공효진 씨 운동화다. 시계나 펜도 PPL이 아니다. 오히려 고가의 상품은 PPL이 들어오지 않는다. 구애정 드레스나 반지는 그냥 협찬이다. 배우들이 배역 이미지에 맞게 협찬을 받아오곤 한다. PPL이 많다는 비판이 있는데, 드라마 제작비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업 아이템이니까. 우리도 의뢰가 들어오면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녹여준다.
Q: 홍자매는 배우가 캐스팅되면 거기에 맞춰서 대본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 그건 아니다. 캐릭터에 맞춰서 쓴다. 캐스팅하려면 어느 정도 대본이 나와 있어야 하니까. 독고는 특별하고 센 캐릭터이기 때문에 배우가 오히려 맞춰줘야 한다. 처음부터 특정 배우를 고려해서 쓰는 건 아니다. 나중에 그 배우가 잘하는 부분을 살려준다거나 더 넣는 건 있다.
란: 구애정 캐릭터가 먼저 나왔고, 차승원 씨가 캐스팅되면서 '독고진'이란 이름이 나왔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면 CF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경박하기 그지없는 독고가 완성된 거다.
Q: 하지만 이승기 씨가 물망에 올랐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놉시스였다.
정 : 남자배우 나이에 따라 각기 다른 시놉시스를 따로 준비했다. 캐스팅 현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기 위해서다. 20대와 30대 시놉시스를 준비하고 캐스팅에 들어갔고, 차승원 씨가 됐다. 우리가 팬픽을 쓰는 것도 아니고, 특정 배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건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를 가장 사랑한다.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은 '우리가 만든 독고진+차승원'으로 완성된 거다. '황태경+장근석', '차대웅+이승기'도 그렇고. 우리가 이승기에 맞춰 쓴 건 아니다.팬픽은 오직 주성치를 위해서만 쓸 수 있다.
Q: 대본 쓸 때 다른 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나.
란: 드라마 준비하는 6달 동안 아무도 안 만난다. 가족하고도 못 만난다. 특히 방송 직전과 방송하는 두 달은 아무도 안 만나고 이야기도 안한다. 방에 감옥처럼 지낸다.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 나가는 정도다. 가족하고도 못 만난다.
정: "왜 한 시간의 시간을 못 빼느냐?"고 가족들도 처음에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1시간 가족들과 있다가 다시 '드라마 세계'로 돌아오는 게 힘들다. 탄광에 들어가서 석탄 캐는 기분이다. 그래도 이야기 만드는 건 재밌다. 99%는 고통이고 1%는 재미다. 길에서 OST를 듣거나 사람들이 독고진을 이야기할 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끝나면 또 창작의 고통을 잊는다. 고통을 다 잊을 때쯤 새 드라마 생각이 든다. 그러다 또 힘들면 우리가 또 갱에 들어가는 구나 싶다. 끝나면 "햇빛이다"이라고 외치고, 또 잊어버리고.
Q: 홍정은 작가는 3살 아이의 엄마다. 육아는 어떻게 하나.
정: 집 2층에 작업실이 있는데, 그 사이에 울타리를 만들어서 아기가 못 올라오게 했다. 아기가 "엄마 일해?"라는 말부터 배웠다. 가슴이 아프면 다음 일을 못하는데, 다행히 다른 친동생이 아기를 키워준다. 드라마 대본을 쓰는 데 가장 큰 공로는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인 이모다.
Q: 원래 이모가 엄마보다 아기를 더 잘 봐준다.
정: (웃음) 아기가 엄마 드라마를 안다. 힘들어하면 "극복"도 해주고, '두근두근' 노래도 불러준다. 독고진, 윤필주, 구애정 얼굴은 확실히 안다. 거기서 기저귀 값이 나오는데, 알아야지.
Q: 평소엔 쉴 땐 뭐하나.
란: 출퇴근이 없는 직업이다 보니 놀 땐 쉬고 싶다. '미남이시네요'와 '구미호'를 연달아 할 때는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번엔 쉬고 싶다. 한달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호' 끝나고도 거의 못 쉬었다. 재충전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하고 싶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일본은 '미남이시네요' 프로모션 차 2박 3일 다녀올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휴식인가.
란: 일단 쉬고, 1년에 1개는 하니까 내년에 하나 하지 않을까.
정: 내년 이르게는 아니고, 아마 내년 후반이나? 내년 일찍 드라마가 나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Q: 기존 장르 드라마나 영화는 생각해본 적 없나.
란: 영화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르를 말한다면 로코가 아닌 다른 독한 이야기도 하면 좋을 것 같다. 복수나 불륜 같은 것도 좋다. '환상의 커플'도 알고 보면 불륜극이다. (웃음) 나상실도 유부녀니까. 정극 스타일에 드라마가 더 강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 홍정은·홍미란 작가 인터뷰 ①편 보기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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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은, 홍미란 작가 자매가 소파에 앉아 있다.
기자 2명이 계속 질문한다.
이하 홍(정)은/홍미(란)
Q: 카메오로 등장한 배우들이 많았다. 전작에서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 나왔지만, 전지현 씨나 김남길 씨는 의외였다.
정: 사진으로만 나온 배우들이 많았다. 아무나 사진을 쓰면 초상권에 걸린다.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은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다. 자청한 사람도 있다. 신민아 씨나 노민우 씨도 나오겠다고 했는데 나올만한 배역이 없거나, 본인 스케줄이 안 맞았다. 독고진 이상형 월드컵에 나온 전지현 씨도 허락받고 사진을 썼다. 딱히 차기작에 대한 염두 때문에 나온 건 아니다. 김남길 씨는 '선덕여왕'을 했던 박홍균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다. 1회 출연시킨 김에 마지막 회 '독고진이 잘린 CF 주워 먹은 배우' 역할도 제의했다. 재밌겠다며 OK했다.
MBC ‘최고의 사랑’ 16회 캡처.
Q: 일부 에피소드나 설정에 대해서 다른 가수나 모델이 연상된다는 말이 있다.
란: 그걸 보고 누군가를 떠올리면 우리 드라마를 본 의미가 없다.
정: 연예계에 떠도는 많은 이야기를 섞어서 썼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볍게 연예인을 험담한 경험이 있을 거다. 이 드라마가 웃기기도 하지만 씁쓸한 이유가 그런 거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에 나온 에피소드나 설정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어떤 특정 연예인이 공격의 대상에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희생양을 만드는 일 아닌가.
Q: 구애정 기자회견 장면이 절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비호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구애정이 "제가 죽으면 될까요?"라고 대답했다. 기자로서 심란했다. 그날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다.
정: 우리도 사실 기자들이 이걸 보고 우리 미워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다. 연예계를 과장한 부분이 있었다면, 기자들도 그렇게 됐다. 감정 이입을 어디서 끌어내는 가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애정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그들을 힘들게 하는 인물 중 하나가 기자고, 그들이 악역이 된 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언론이 마녀사냥처럼 몰아가는 면도 있다. 언론이 도가 지나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한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 게 아닌가 싶다.
란: 주인공이 연예인이다 보니 악역으로 기자가 나왔다. 만약 매니저가 주인공이면 스타가 악역이 되는 식이냐니까. 요즘엔 모두가 기자다. 길 가던 사람도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 그게 바로 기사화되는 게 요즘이다. 그래서 애정이와 독고도 데이트할 곳이 없었다.
MBC ‘최고의 사랑’ 14회 캡처.
Q: 무거운 주제를 캐릭터 흔들림 없이 정공법으로 끌고 갔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면 다른 장치를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란: 애정이나 독고가 계란 한번만 맞아줘도 강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독고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독고는 "극~복" 하는 남자다. 그런 멋있는 면을 유지하고 싶었다.
캐릭터 위주의 극에서 극적인 상황은 힘들다. 캐릭터의 일부분이 꺾이기 하기 때문이다. 도도한 남자가 비참해지거나, 좌절한다. 그건 싫었다. 그렇게 무시해 버리면 사건이 안 되고, 그런 문제를 잘 피해가면서, 주인공들의 감정만으로 이끌어가고 싶었다.
정: '환상의 커플' 나상실은 아직도 살아 있지 않나? 독고진도 그렇게 남을 것이다. 후회는 없다. '최고의 사랑'도 마지막에 시청률 20% 넘었으니까.
Q: 시청률 8%로 시작했다.
란: 홍보가 참…. 우리 지인들도 잘 몰랐다. 1,2회를 봤을 때 재미있게 나와서 어느 정도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첫 회에 우리가 생각한 대로 캐릭터가 나와야 앞으로의 행방을 결정한다. 독고진이 잘 나와서 잘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고가 화제가 됐고.
정: 연륜 있는 배우들이라 흔들림은 없었던 것 같다. 차승원 씨를 처음 만나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7번째 드라마"라고 했더니 차승원 씨가 비웃으면서 "쳇, 난 몇 번 했는지 아느냐?"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Q: "홍자매 드라마의 악녀는 약하다, 악녀 보는 맛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정: 세리는 악녀가 아니다. 세리가 무슨 잘못이 있나. 세리의 시각에서는 애정이가 '자기 싱글 앨범 내려고' 그룹을 해체시킨 언니다. 언니에 대한 미움이 있을 수 있고, 그땐 자기가 잘 안 나가는 멤버여서 꾹 참고 있다가 지금은 잘 나가서 우쭐할 수 있다. 얄밉지만 딱히 못된 아이는 아니다. 구애정에게 연예인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윤필주 엄마에게 말한 것도 잘 보이려다가 실수한 거다. '최고의 사랑'은 주인공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래서 악녀가 필요 없다. 그래서 세리가 왜 악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드라마 상에서 필요 없기 때문이다.
Q: 전작의 주인공 구미호도 뒷담화의 희생양으로 그려졌다. 그런 주제에 끌리는 이유가 뭔가.
란: '연예인의 애환을 그리자'라는 주제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다. 30대에 일을 10년 동안 했고, 직업이 잘 안 풀리고 그것을 고민하고 있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싶었다. 연예인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직업이다. 갈등 구조를 넣다 보니, 독고진과의 '급' 차이를 넣은 것이고, 난관을 주려다 보니 연예계를 리얼하게 그려주게 됐다. '연예인도 사람이다'라는 점을 공감해주고 느껴주면 애정이의 드라마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Q: 연예인 기사 악플과 관련해 개인적인 경험담이 있나.
정: 예능 프로그램 작가를 할 때, 회의시간 TV를 보면서 "난 저 개그맨이 싫어"라고 말했다. 근데 그 사람이 내 뒤에 서 있었다. 모른 척 조용히 지나갔지만 굉장히 미안했다. 그게 TV속 연예인과과 실제 사람의 차이다. 나와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욕하는 사람이 그저 비호감이 아니라, '띵똥'같은 조카가 있고, 부양할 가족이 있고, 결혼할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보일 때 창피하지 않은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걸 알아주면.
Q: 공동 집필의 어려움은 없나. 싸우기도 하나.
정: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부터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왔다. A보다 B가 나은 설정이라고 하면 "B는 어때?"라고 말했을 때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 왜 재미있는지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왔기 때문이다.
란: 쉬더라도 다른 친구들은 회사에 다니니까 딱히 같이 놀 사람이 없다. 언니랑 논다.
Q: 소품과 장치가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고, 연결도 잘된다.
정: 운동화 한 켤레, 볼펜 한 자루 같은 조그만 소품도 바꾸지 말아 달라고 감독님에게 얘기했다. 예를 들면 동백꽃이 대본에 있는데 진달래꽃이 더 예쁘다고 진달래로 바꾸면, 그 장면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런 작은 장면이 쌓여 이야기가 완성된다. 사인한 모자가 뒤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전부터 독고는 애정이를 좋아했고 선플을 달아서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홍균 감독도 꼼꼼해서 소품을 잘 챙기기 때문에 잘 맞았다.
MBC ‘최고의 사랑’ 3회 캡처.
Q: 중요한 상징물인 비타민 워터 음료는 PPL이었다. 구애정이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는 장면에서 자주 활용됐다.
란: 처음부터 필요한 소품이었다. 대본이 나올 때부터 독고진의 얼굴이 붙은 음료를 고려했다. PPL이 들어오면 여기 들어오면 된다고 이야기만 전한 상태였다. 처음엔 구애정에게 "내 사진에 얼굴 대지마"라고 말하는 독고가 나중에 "내 사진 있는 곳에 얼굴을 대라. 거기가 더 시원해" 라고 말한다.
정: 비타민워터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처음부터 사진을 겉포장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사진이 못 들어가면 그냥 물통으로 하려고 했다. 회사에서 얼굴을 넣어줘서 하게 됐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PPL은 '간판 독고'가 나온 제로정과 '변태 독고'의 비오템 크림이었다.
정: 제로정 광고판은 작정하고 넣은 건 아니고 이야기 흐름상 괜찮아서 넣었다. 소화할 수 없는 PPL도 있다. 물놀이 공원 광고가 들어왔는데, 연예인 커플이 공원에서 공개 데이트를 할 순 없지 않나?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할 수 없다. 비오템 광고도 차승원 씨가 귀엽게 해줬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PPL 찾기 놀이를 하더라.
란: PPL로 오인 받는 소품도 있었다. 구애정 운동화는 공효진 씨 운동화다. 시계나 펜도 PPL이 아니다. 오히려 고가의 상품은 PPL이 들어오지 않는다. 구애정 드레스나 반지는 그냥 협찬이다. 배우들이 배역 이미지에 맞게 협찬을 받아오곤 한다. PPL이 많다는 비판이 있는데, 드라마 제작비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업 아이템이니까. 우리도 의뢰가 들어오면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녹여준다.
MBC ‘최고의 사랑’ 11회 캡처.
Q: 홍자매는 배우가 캐스팅되면 거기에 맞춰서 대본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 그건 아니다. 캐릭터에 맞춰서 쓴다. 캐스팅하려면 어느 정도 대본이 나와 있어야 하니까. 독고는 특별하고 센 캐릭터이기 때문에 배우가 오히려 맞춰줘야 한다. 처음부터 특정 배우를 고려해서 쓰는 건 아니다. 나중에 그 배우가 잘하는 부분을 살려준다거나 더 넣는 건 있다.
란: 구애정 캐릭터가 먼저 나왔고, 차승원 씨가 캐스팅되면서 '독고진'이란 이름이 나왔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면 CF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경박하기 그지없는 독고가 완성된 거다.
Q: 하지만 이승기 씨가 물망에 올랐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놉시스였다.
정 : 남자배우 나이에 따라 각기 다른 시놉시스를 따로 준비했다. 캐스팅 현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기 위해서다. 20대와 30대 시놉시스를 준비하고 캐스팅에 들어갔고, 차승원 씨가 됐다. 우리가 팬픽을 쓰는 것도 아니고, 특정 배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건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를 가장 사랑한다.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은 '우리가 만든 독고진+차승원'으로 완성된 거다. '황태경+장근석', '차대웅+이승기'도 그렇고. 우리가 이승기에 맞춰 쓴 건 아니다.팬픽은 오직 주성치를 위해서만 쓸 수 있다.
Q: 대본 쓸 때 다른 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나.
란: 드라마 준비하는 6달 동안 아무도 안 만난다. 가족하고도 못 만난다. 특히 방송 직전과 방송하는 두 달은 아무도 안 만나고 이야기도 안한다. 방에 감옥처럼 지낸다.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 나가는 정도다. 가족하고도 못 만난다.
정: "왜 한 시간의 시간을 못 빼느냐?"고 가족들도 처음에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1시간 가족들과 있다가 다시 '드라마 세계'로 돌아오는 게 힘들다. 탄광에 들어가서 석탄 캐는 기분이다. 그래도 이야기 만드는 건 재밌다. 99%는 고통이고 1%는 재미다. 길에서 OST를 듣거나 사람들이 독고진을 이야기할 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끝나면 또 창작의 고통을 잊는다. 고통을 다 잊을 때쯤 새 드라마 생각이 든다. 그러다 또 힘들면 우리가 또 갱에 들어가는 구나 싶다. 끝나면 "햇빛이다"이라고 외치고, 또 잊어버리고.
Q: 홍정은 작가는 3살 아이의 엄마다. 육아는 어떻게 하나.
정: 집 2층에 작업실이 있는데, 그 사이에 울타리를 만들어서 아기가 못 올라오게 했다. 아기가 "엄마 일해?"라는 말부터 배웠다. 가슴이 아프면 다음 일을 못하는데, 다행히 다른 친동생이 아기를 키워준다. 드라마 대본을 쓰는 데 가장 큰 공로는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인 이모다.
Q: 원래 이모가 엄마보다 아기를 더 잘 봐준다.
정: (웃음) 아기가 엄마 드라마를 안다. 힘들어하면 "극복"도 해주고, '두근두근' 노래도 불러준다. 독고진, 윤필주, 구애정 얼굴은 확실히 안다. 거기서 기저귀 값이 나오는데, 알아야지.
Q: 평소엔 쉴 땐 뭐하나.
란: 출퇴근이 없는 직업이다 보니 놀 땐 쉬고 싶다. '미남이시네요'와 '구미호'를 연달아 할 때는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번엔 쉬고 싶다. 한달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호' 끝나고도 거의 못 쉬었다. 재충전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하고 싶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일본은 '미남이시네요' 프로모션 차 2박 3일 다녀올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휴식인가.
란: 일단 쉬고, 1년에 1개는 하니까 내년에 하나 하지 않을까.
정: 내년 이르게는 아니고, 아마 내년 후반이나? 내년 일찍 드라마가 나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Q: 기존 장르 드라마나 영화는 생각해본 적 없나.
란: 영화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르를 말한다면 로코가 아닌 다른 독한 이야기도 하면 좋을 것 같다. 복수나 불륜 같은 것도 좋다. '환상의 커플'도 알고 보면 불륜극이다. (웃음) 나상실도 유부녀니까. 정극 스타일에 드라마가 더 강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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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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