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는 모델들을 보고 있자면 키는 장대 수준이면서 몸매는 거의 ‘개미 허리’인 경우가 많다. 특히 몇몇 모델들은 신장 180cm에 허리 둘레는 23인치 수준을 유지한다는데, 이 정도면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인간의 골격 구조 상, 신장 180cm의 일반인이 이런 신체 조건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트북 역시 그러하다. 특히 화면 15인치 이상의 노트북은 휴대용이라기보단 데스크탑 대체용으로 많이 쓴다. 때문에 데스크탑 수준으로 사양을 높이고자 고성능 부품이 많이 넣어서 상당히 두꺼워지기 마련이다. 물론 15인치급 노트북이라도 두께를 얇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러려면 ‘패션 모델이 다이어트 하듯’, 성능과 기능을 대폭 낮춰야 할 텐데 이래서야 15인치급 노트북을 쓸 이유가 없다. 그래서 시중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15인치급 노트북은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델(Dell)의 ‘XPS 15Z’는 여타 15인치급 노트북과 사뭇 다르게 상당히 슬림하다. 그렇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세대 인텔 코어 i5 CPU에 4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지포스 GT 525 1GB 그래픽카드를 달아 어지간한 데스크탑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패션 모델의 몸매에 격투기 선수의 파워를 동시에 갖춘 신통한 노트북, 델 XPS 15Z(U564559KR)을 자세히 살펴보자.
‘패션 모델’을 떠올리게 하는 외형
델 XPS 15Z의 외견 역시 ‘패셔너블’하다. 무광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 합금 재질이 기본이며 값싼 플라스틱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로 이런 재질은 보기에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무게도 가볍고, 열전도 능력이 높아서 내부의 발열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델 XPS 15Z가 패션 모델과 비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로 역시 얇은 두께 덕분이다. 일반적인 15인치급 노트북의 두께는 3cm 이상에 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델 XPS 15Z의 전체 두께는 2.468cm이며 그중에 상판 부분은 0.6cm 남짓에 불과하다.
두께는 얇지만 무게는 2.52Kg으로 다른 15인치급 노트북과 유사한 수준이다. 내부에 8셀 용량의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는 탓이다. 대부분의 동급 제품들처럼 6셀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었다면 무게를 좀 더 줄일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배터리 유지시간도 줄어들었을 테니 이해하도록 하자. 다만, 배터리가 본체 내에 완전히 내장되어 있는 탓에 여분의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며 교체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점은 아쉽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시킨 상태에서 전원 표시기에서 4시간 16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이 상태에서 3D 게임 플레이나 HD급 동영상 감상과 같이 고성능을 요하는 작업을 한다면 배터리 유지 시간이 절반 정도로 짧아지겠지만,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업 정도만 한다면 표시된 만큼의 사용 시간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백라이트 내장 키보드에 쓸만한 스피커까지
15인치급 노트북은 대개 숫자패드까지 포함한 풀사이즈 키보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델 XPS 15Z는 숫자패드를 생략한 80키 키보드를 갖췄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진 말자. 키의 각 면에 완만한 곡선처리를 가해 한껏 멋을 부렸고, 자주 쓰는 하단 키의 위아래 폭을 넓혀서 편하게 타이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휴대폰 키처럼 백라이트(조명)를 갖춘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에 요긴하게 쓰인다.
키보드 양쪽의 남는 공간에는 스피커를 넓게 배치해서 음질을 보강했다. 대부분의 노트북들은 스피커가 본체 하단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음질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데, 델 XPS 15Z는 그런 걱정은 덜어도 된다.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니 노트북 스테레오 스피커 치고는 음향의 입체감도 좋고 고음과 저음의 분리도 잘 되는 편이다.
그리고 음량을 최대로 높여도 소리가 찢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다만, 모양새와 달리 최대 음량 자체는 다른 노트북 스피커와 다름없이 작은 편이다. 조용한 방에서 음악 감상하는 용도 정도로 쓰면 딱 좋다.
멀티 터치 터치패드와 풀 HD급 화면으로 편의성 높여
터치패드는 요즘 대세로 자리잡은 멀티터치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2개의 손가락까지만 동시 인식 가능한 다른 멀티터치 터치패드와 달리 델 XPS 15Z의 터치패드는 최대 4개의 손가락을 인식한다. 이를 이용해 문서의 스크롤이나 그림의 확대나 축소, 그리고 활성창의 변경이나 프로그램간의 이동 등을 할 수 있다. 워낙 기능이 많아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상당히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델 XPS 15Z는 화면은 15인치의 크기에 1,920 x 1,080 해상도(정밀도)를 표시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풀 HD급 영화 콘텐츠와 동일한 해상도이므로 화질 저하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2개의 웹 브라우저나 문서를 동시에 띄우고 작업하기에도 적합하다.
10배 이상 빠른 USB 3.0 포트 갖춰
본체 양 측면 포트의 구성을 살펴보면 일단 우측에 트레이를 열 필요 없이 디스크를 그대로 밀어 넣어 삽입하는 공간 절약형 슬롯(slot)형 DVD 멀티 드라이브(CD와 DVD의 읽기와 쓰기 가능)를 갖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주 가끔 눈에 띄는 8cm 규격 미니 사이즈 디스크를 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얇은 노트북에 광 디스크드라이브를 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좌측면에는 3개의 USB 포트와 SD/MS/XD 카드를 꽂을 수 있는 멀티 카드 리더, 그리고 HDMI 포트 및 미니 DP(디스플레이포트)를 갖췄다. 3개의 USB 포트 중에서 2개는 USB 3.0 규격이다. 기존의 USB 2.0보다 최대 10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USB 포트가 본체 좌측면에만 몰려있고 우측면에는 없다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점.
실제로 USB 3.0 규격의 외장하드를 꽂아 파일 전송을 해봤다. 기존의 USB 2.0 포트에서는 20GB 파일 하나를 복사하는데 7분이 걸렸지만 델 XPS 15Z에 달린 USB 3.0 포트는 1분 정도에 파일 전송을 끝낼 수 있었다. 아직은 USB 3.0을 지원하는 주변기기가 많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유용성을 더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1개의 USB 포트는 USB 2.0과 e-SATA 포트의 기능을 겸하는 콤보(combo) 포트다. 여기에는 e-SATA 규격의 외장하드를 꽂을 수 있고, 일반적인 USB 2.0 포트로 쓸 수도 있다. 요즘은 e-SATA 보다는 USB 3.0이 각광 받는 추세이긴 하지만, e-SATA 포트 역시 아무래도 없는 것 보단 있는 것이 나으니 그냥 ‘덤’ 정도로 생각하자.
새 술은 새 부대에, 신형 노트북엔 신형 모니터를?
그 외에 HDMI 포트와 미니 DP를 가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HDMI는 TV와 노트북을 연결해서 영화를 보고자 할 때 주로 쓰이며, 미니 DP 포트는 최근 PC용 모니터를 중심으로 한창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인 DP와 연결할 때 쓰인다. 본체의 슬림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DP가 아닌 미니 DP를 탑재한 것 같은데 DP - 미니 DP 변환 케이블을 이용하면 문제 없다. 다만, 구형 모니터와 연결할 때 주로 쓰는 D-Sub 포트가 없는 건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버튼을 누르면 현재 배터리의 충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indicator)형식의 전원 측정기가 좌측 면 앞쪽에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지 않고도 배터리 상태를 곧장 체크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팔방미인 CPU, 2세대 인텔 코어 i5 탑재
슬림한 외형답지 않게 만만치 않은 성능도 갖췄다. 이번 리뷰에 사용한 델 XPS 15Z -U564559KR 모델은 2세대 코어 i5-2410M CPU(코드명: 샌디브릿지)를 갖췄다. 코어 i5는 전문가들을 위한 최상위급 CPU인 코어 i7의 바로 밑에 위치하는 제품군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는 물론, 인터넷 서핑이나 사무 작업 등에도 두루 고성능을 발휘하는 만능 CPU다. 가정용 노트북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2세대 코어 i5 CPU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기능은 일단 ‘터보 부스트(Turbo boost) 2.0’이다. 이는 작업의 종류에 따라 CPU의 클럭(동작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으로, 평소에는 클럭을 최저 수준으로 낮춰 전력을 아끼고, 고성능이 필요하면 클럭을 기준치 이상으로 높여 작업 효율을 높인다.
인텔에서 제공하는 CPU 클럭 표시 프로그램인 ‘터보 부스트 모니터’를 이용해 델 XPS 15Z의 CPU 클럭 변화를 살펴봤다. 본 제품에 사용된 2세대 코어 i5-2410M의 기본 클럭은 2.3GHz지만, 아무 작업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1GHz 이하로 클럭이 저하되었으며, 운영체제가 부팅되는 도중이나 3D 게임을 실행하는 등의 작업을 하면 CPU 클럭이 2.8GHz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양적으로 2세대 코어 i5-2410M는 최대 2.9GHz까지 클럭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게임 구동 테스트로 알아본 델 XPS 15Z의 성능
델 XPS 15Z에는 2세대 코어 i5 외에도 4GB의 DDR3 메모리 및 지포스 GT 525 1GB 그래픽카드 등 상당한 수준의 하드웨어가 다수 쓰였다.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PC의 성능을 가늠하고자 할 때 가장 무난히 쓰이는 방법이 바로 고사양 게임을 구동해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 보는 것이다. 대략 30프레임 정도면 원활한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수준으로 본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프레임 수치를 놓이기 위해 게임의 그래픽 옵션을 중간 이하로 낮추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최대 성능을 뽑아내기 위해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대’로 높였다(해상도 1,280 x 720 기준).
처음으로 테스트 해본 게임은 MMORPG인 ‘테라’다. MMORPG의 특성 상 접속플레이가 많이 모이는 마을과 그렇지 않은 필드 사이에 프레임 차이가 심하다. 델 XPS 15Z로 테라를 실행, 일단 마을(벨리카 성 자유의 광장)에서 프레임을 측정해 보니 25 ~ 30 프레임 전후, 필드(벨리카 근교)에서는 35 ~ 40 프레임 전후로 확인되었다. 전반적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실시간 워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2’다. 이 게임은 게임 초반과 후반의 프레임 차이가 매우 심한 편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화면에 등장하는 유닛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탓이다. ‘금속도시’ 맵에서 6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대전을 벌이는 상황을 연출한 뒤 프레임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초반에는 40 ~ 50프레임, 후반에 100기 이상의 유닛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25 ~ 30 프레임 정도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노트북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성능이다.
열 배출 능력도 그럭저럭 합격점
노트북을 장시간 쓰다 보면 키보드 하단의 팜레스트가 뜨거워져서 작업에 지장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특히 고사양이면서 두께가 앏은 노트북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PC 부품의 특성상, 성능이 높을수록 열이 많이 나며, 내부 공간이 좁을수록 열을 원활히 배출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얇은 두께와 고성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델 XPS 15Z에도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온도계를 사용해 델 XPS 15Z의 팜레스트 온도를 측정해봤다. 인터넷이나 문서 작성과 같이 많은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섭씨 28도 내외의 미지근한 수준이었으나, 3D 게임을 구동해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는 섭씨 37도까지 온도가 상승해 제법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와 손을 맞잡고 그 상태를 몇 분 정도 유지한다면 비슷한 온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내부 열기가 배출되는 후면 통풍구 근처의 온도는 부하 시에 섭씨 53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팜레스트와 통풍구 부분의 온도 차이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원활하게 열이 배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팜레스트 온도 및 열 배출 구조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합격점을 줄만 하다.
‘쭉쭉 빵빵’ 미녀를 유혹해 볼까?
기사의 서두에서 언급했듯, 델 XPS 15Z 최대의 매력은 15인치급의 큰 화면과 2.468cm의 얇은 두께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더해 기특하게도 컴퓨팅 성능 역시 수준급이라는 점이다. 델의 고성능 제품군 브랜드인 ‘XPS(Xtreme Performance System)’라는 타이틀을 괜히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격은 2011년 7월 현재 기준으로 130만 원 정도(U564559KR 모델)로, XPS 시리즈 제품답게 비슷한 사양의 타사 제품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다. 때문에 디자인이나 세부기능 등을 무시하고 단순히 가격 대비 사양만 따지는 소비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 두자. 키 크고 늘씬한데 머리까지 좋은 미녀를 유혹하려면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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