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20대, 니들이 사랑을 아니?

입력 2011-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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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새 주말극 ‘여인의 향기’가 30대 여배우 김선아(왼쪽사진)를 내세워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공식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예정이다. ‘스파이명월’과 ‘보스를 지켜라’도 30대인 한예슬과 최강희(오른쪽 사진 위부터)가 출연한다. 사진제공|SBS·KBS

■ 30대 여배우들의 사랑법 ‘로맨틱 코미디’와 통했다


30대 여인의 향기로…축적된 내공으로
과장된 캐릭터, 망가져도 사랑스럽다


20대인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윤은혜와 MBC ‘넌 내게 반했어’의 박신혜는 실패했거나 고전 중이다. 하지만 30대에 들어선 ‘동안미녀’ 장나라와 ‘최고의 사랑’ 공효진은 통했다.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장악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일명 ‘로코’로 불리는 이 장르에서 유독 30대 여배우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연출가 작가, 제작사 대표, 대중문화 평론가 등 ‘드라마 스페셜리스트’들에게 ‘로코’의 30대 성공 공식에 대해 물었다.


● ‘로코’의 진화, 예쁘기만하면 ‘노 생큐’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연출한 박홍균 PD는 “로맨틱 코미디가 꾸준히 진화 중”이라고 했다. 과거 일정한 스토리텔링을 따르는 ‘신데렐라식 코미디’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캐릭터가 다양해졌고 그만큼 여배우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박 PD는 “수동적이고 착하기만 한 여주인공의 매력이 다하면서 인형처럼 예쁘기만한 여배우도 설자리를 잃고 있다. 감정적으로 성숙하고 현실감 있게 스토리를 이끌 사람이 필요한데 공효진과 같은 지금 30대 여배우들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미혼 여배우들은 갓 지나온 20대의 감성과 지금 머물고 있는 30대의 공감대를 모두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해 시청자의 판타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20대에 없는 절실함, 30대에서 공감

요즘 김선아 주연의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집필에 한창인 노지설 작가는 기획 초 여주인공을 20대로 설정했다가 30대로 수정했다. 노 작가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단 여직원이 주변을 정리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을 20대가 연기하기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절실함을 연기하기엔 삶의 경험이 더 묻어나는 30대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왠지 20대에게는 사치 같아 보이는 고민이 30대이기 때문에 절실하게 느껴지고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김선아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KBS 2TV ‘스파이 명월’의 여주인공 한명월을 맡은 한예슬도 20대 시절과 30대가 된 지금의 연기가 달라졌음을 털어놨다. 한예슬은 “20대에는 무조건 귀엽고 섹시한 연기가 좋은 줄 알았지만 30대가 되면서 성숙해진만큼 안정된 내 모습이 담겨야 보는 사람도 편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연기력은 기본, 망가지는 것도 아무나 못해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씨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30대 여배우의 강세는 결국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연기자들이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의 ‘캐릭터 몰입’이 중요해 과장 연기, 과장 설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비현실적인 코드를 현실감 있게 받쳐주는 것이 배우의 연기력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믹 연기는 연기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영화에서도 상당한 내공이 있는 배우들이 코믹 영화에 많이 출연한다. 로맨틱 코미디도 내공이 약하면 소화하기 힘들어 내실을 갖춘 여배우들의 출연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희로애락’을 겪어 본 30대 그녀들

‘스파이명월’의 제작사 이김프로덕션의 조윤정 대표는 30대 여배우들의 특징을 “삶의 희로애락을 조금씩은 겪어봤을 나이”라고 표현했다. 조 대표는 “사랑도, 헤어짐도, 개인적인 아픔도 한 번씩 겪고 성장했을 나이다. 연기의 가장 큰 원천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늘 코믹한 장면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인간으로서 성숙해진 30대들의 연기에 공감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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