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3개고교 야구부 연합팀 ‘소소렌고’의 희망 만들기

입력 2011-07-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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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도 방사능 공포도 ‘고시엔 꿈’ 꺾을 순 없죠”

다니는 학교가 다르다 보니 ‘소소(相雙)’라고 쓴 야구모자만 같을 뿐 유니폼은 제각각인 일본 후쿠시마 지역 고교연합팀 ‘소소렌고’의 선수들. 선수들은 “야구를 향한 꿈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일본 고교야구선수인 나카무라 고헤이 군은 요즘 자신의 팀 동료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소소(相雙)’라고 쓴 야구모자만 같을 뿐 유니폼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동료 중에는 4개월 전 운동장에서 야유를 퍼붓던 ‘적’도 있다.

그러나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은 나카무라 군에게 ‘소소렌고(相雙聯合)’라는 새로운 팀을 만들어줬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하루아침에 집과 학교를 잃은 후쿠시마(福島) 현 내 도미오카(富岡), 후타바소요(雙葉翔陽), 소마노교(相馬農業) 3개교 야구부가 연합한 팀이다.

대지진 후 상당수의 친구는 고향을 떠나는 부모를 따라 야구를 관뒀다. 나카무라 군도 처음엔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고시엔(甲子園)이죠. 유니폼은 달라도 같은 마음이란 걸 깨달았어요. 우린 야구선수입니다.”

고시엔은 4000개가 넘는 일본 전국 고교야구팀의 왕중왕을 뽑는 최고 권위의 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매년 6, 7월 전국 지자체별로 예선전을 치러 1위 팀이 8월에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에게 고시엔은 꿈이요 희망이다.

소소렌고는 일본에서 대지진이라는 참사를 딛고 일어선 새로운 영웅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전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어린 10대 소년들이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이란 참사를 겪고도 야구를 향한 꿈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도 “소소렌고는 일본인들이 잊고 지냈던 ‘굴하지 않는 의지’를 일깨우며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극찬했다.

물론 소소렌고의 본선 진출 희망은 밝지 않다. 지진 이후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손발을 제대로 맞춰 볼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첫 연습게임에서는 큰 점수 차로 패했다. 3개교 야구부마다 전통이 있다 보니 전술이나 훈련방식은 고사하고 응원가도 통일을 못한 상태다. 서로 수십 km씩 떨어져 있다 보니 팀원들이 모두 모여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말을 이용해 팀 연습을 하지만 당일 방사선량이 시간당 3.8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으면 운동 허가가 나지 않는다. 비라도 내리면 피폭 대비 의무규정에 따라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

그러나 이 팀의 코치인 소마노교의 산페이 노리유키 씨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절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어요. 서로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의합니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얘기하죠.”

87개교가 참가한 후쿠시마 현 예선전은 13일 막을 올렸다. 소소렌고는 여전히 유니폼도, 응원가도 통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소소렌고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주목해야 할 팀’으로 꼽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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