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물렀거라…TV, 사극에 빠지다

입력 2011-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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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계백’의 주인공 이서진. 사진제공|MBC

KBS2TV ‘공주의 남자’ 20일 첫 방
MBC ‘계백’ SBS ‘뿌리…’ 줄이어

특색 있는 소재로 시청률 전쟁 예고
한석규 16년만에 복귀 세종 역 화제


2011년 하반기 안방극장의 흥행 키워드는 사극이다. 8월부터 시작하는 MBC 월화드라마 ‘계백’(극본 정형수·연출 김근홍), 9월 중순 방송하는 SBS 수목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극본 김영현·박상연·연출 장태유). 이에 맞서 20일 가장 먼저 방송을 시작하는 KBS2TV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극본 조정주·연출 김정민) 등 지상파 방송사가 저마다 특색있는 작품을 준비했다.


● 백제부터 조선까지 새 인물 발굴

그동안 드라마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택한 것이 하반기 사극의 공통점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있을 법한’ 상황을 만들고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극적 재미를 높였다.

장혁은 세종대왕 시기 한글반포를 앞두고 벌어진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살인을 그린 ‘뿌리 깊은 나무’에서 노비 출신 관원 강채윤으로 나온다. 강채윤은 역사 기록에는 ‘채윤’이란 이름만 등장하는 인물. 제작진은 여기에 세종대왕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설정을 더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공주의 남자’ 여주인공 세령공주(문채원)도 정사가 아닌 야사 ‘금계기록’ 등에 이름만 나온다. 수양대군의 딸로 원수의 집안 남자(박시후)와 비운의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란 설정을 새로 만들었다. 사극의 단골 등장인물 수양대군이 아닌, 그에게 있었을지 모르는 가상의 딸이 주인공이란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계백’에서 차인표가 맡은 무진도 사극에는 처음 등장한다. 계백의 아버지 무진은 ‘서동요’로 알려진 선화공주의 호위무사다. 차인표는 이 역을 위해 두 달 동안 국가대표 보디빌더에게 개인 훈련을 받고 검술도 익혔다. “식사도 닭가슴살로 대신했다”는 차인표는 “무술의 고수를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 남자 중심 사극…연기대결 치열

하반기 사극의 또 다른 특징은 남성적인 색이 짙다는 점.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호텔’ 이후 1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한석규와 조재현이 보여줄 ‘역사 인물의 재조명’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연기하는 세종대왕은 급한 성격에 다혈질적인 인물. 일반 백성들이 쓰는 욕까지 하는 자유로운 왕인데다 어린 궁녀(신세경)를 사랑하는 다정한 모습도 지녔다.

삼천궁녀 이미지로 각인된 백제 의자왕은 성군으로 조명된다. 조재현은 ‘계백’에서 의자왕을 맡아 효심과 형제애가 깊은 왕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재현은 “삼천궁녀와 희희낙락하는 패륜아 같은 군주가 아니라 진취적으로 지략을 지닌 새로운 모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 연말부터 연초까지 대형사극 봇물

사극 열풍은 올해 하반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지상파 3사가 편성해 놓은 대형사극들은 현재 배우 캐스팅을 시작한 상태. 내년 초 방송 예정인 사극은 SBS ‘대풍수’와 MBC ‘대장경’, KBS 2TV ‘각시탈’, KBS 1TV ‘무열왕’까지 총 네 편. 이들이 다루는 시대 역시 조선부터 백제, 고려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대장경’과 ‘무열왕’은 방송사가 직접 제작하는 사극으로 각 방송사의 자존심 경쟁으로도 비춰지고 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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