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홈 박현범 “우승하러 왔다”

입력 2011-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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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반 만에 수원복귀 ‘다시 꾸는 푸른 꿈’

2008년 2순위 수원 입단 주전 꿰찼지만
발목부상 극복 못해 쫓겨나듯 제주 이적


독기 품고 올해 6골 2도움 공격본능 부활
FA 앞두고 친정 컴백 … 우승 야망 ‘활활’



박현범(24)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이 확정된 20일 오전, 제주를 출발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선수단 공식 상견례에서 등번호 5번 유니폼을 받았다. 자신이 2008년 수원에 입단했을 때 달았던 바로 그 번호다. 누군가 “(박)현범이 오면 주려고 일부러 비워뒀다”고 농담을 해 다 같이 웃었다. 박현범은 곧바로 오후 훈련에 참가했다. 수원 윤성효 감독이 “오늘 하루는 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2009년 말, 등 떠밀리듯 제주로 팀을 옮긴 뒤 1년 반 만에 밟아보는 클럽하우스 잔디였다.

○떠밀리듯 제주 이적

박현범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수원 지명을 받았다. 당시 사령탑 차범근 감독은 194cm의 장신이면서도 유연하고 기술이 좋은 그를 미드필더로 중용했다. 입단 첫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18경기를 뛰며 2골 2도움을 올렸다.

다음 시즌은 내리막길이었다. 2008년 말 당한 발목부상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좀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2009년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수원이 박현범-배기종을 제주에 보내고 강민수-이동식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했다. 충격이 컸다. 학창시절부터 전국랭킹 1,2위를 다투던 그였기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실 차 감독은 박현범의 이적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수원은 이정수와 마토의 공백으로 중앙수비수 강민수(당시 제주, 현 울산)가 꼭 필요했다. 제주는 강민수를 데려가려면 반드시 박현범을 줘야 한다고 했다. 수원은 하는 수 없이 박현범을 내줬다.

박현범은 “너무 갑작스럽고 화가 났다. 수원을 떠나면서 반드시 성공해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오기가 생겼었다”고 회상했다.

○이번엔 우승의 주역

박현범에게 제주행은 전화위복이었다.

프로 마인드를 확실하게 갖추는 계기가 됐다. 운동할 때 자세도 달라졌다. 박현범은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볼을 차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박경훈 감독 아래서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함께 제주 중원을 책임지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 구자철이 독일로 떠나자 박 감독은 박현범에게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대학시절 전국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적도 있는 박현범은 공격본능을 십분 발휘했다. 올 시즌 6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박현범은 내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올 여름이 지나면 이적료 없이 박현범을 풀어줘야 하는 제주는 결국 트레이드 방식으로 박현범을 다시 수원으로 보냈다. 박현범도 고민이 많았다.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 준 박 감독과 제주를 떠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수원 행을 결심했다.

그는 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 동안 우승과 인연이 별로 없었다. 2008년, 수원이 정상에 올랐을 때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발목 부상으로 정작 챔피언결정전은 못 뛰었다. 작년 제주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박현범은 “수원은 후반기에 충분히 상위권 도약할 수 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꼭 우승을 일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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