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의 16강전.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24·리버풀)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골 넣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한국전에서 2골을 넣으며 우루과이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가나와의 8강전에서 그는 국민 영웅이 됐다. 1-1로 맞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손으로 막아냈다. 퇴장을 당했지만 가나가 페널티킥을 실패하면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우루과이는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40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13개월이 지나 그는 다시 영웅이 됐다.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파라과이와의 결승전. 그는 전반 11분 파라과이의 기를 꺾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결국 우루과이는 3-0으로 이기고 1995년 이후 16년 만에 우승했다. 대회 통산 15번째 우승을 차지한 우루과이는 코파 아메리카 최다 우승국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14번 우승했다. 수아레스는 페루와의 준결승에서 2골을 넣으며 2-0 승리의 주역이었다. 이번 대회 4골을 넣은 그는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수아레스와 함께 우루과이의 쌍두마차인 디에고 포를란(32·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준결승까지 1골도 넣지 못하고 후배인 수아레스의 활약을 지켜봐야만 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4위 팀 선수로는 처음으로 대회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한 그였다.
그의 진가 역시 결승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수아레스의 선제골에 이어 전반 41분, 후반 45분 연속 골로 우루과이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포를란은 이번 우승으로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가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포를란은 경기 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코파 아메리카 우승컵을 안았는데 이제 나까지 우승을 차지했다. 가문의 자랑이다”라며 감격해했다. 아버지 파블로 포를란은 1967년 코파 아메리카의 전신인 남미챔피언십에서 수비수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외할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코라소는 1959, 1967년 대회에서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으로 정상에 올랐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을 주도하며 영웅이 됐던 수아레스-포를란 콤비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밀려 주변국이었던 우루과이를 다시 축구 강국으로 우뚝 세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