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김경중·백성동 ‘신황금날개’ 떴다

입력 2011-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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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백성동. 스포츠동아DB

고교동창 단짝 스토리

동갑내기 스타 지동원-남태희의 그늘
금호고 ‘환상의 짝궁’ 프로아닌 대학행

이광종호 찰떡호흡…본선행 일등공신
말리전서 결승골·PK유도 등 깜짝 활약
한국축구에는 뛰어난 자질을 갖춘 1991년생 자원이 많다. 얼마 전 꿈의 무대 영국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한 지동원(선덜랜드)과 프랑스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발랑시엔)가 대표적이다. 이들과 동갑내기 가운데 또 하나의 예비스타 탄생이 임박했다.

‘축구명문’ 금호고 동문으로 학창시절부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김경중(고려대)과 백성동(연세대)이다.

한국은 7월 31일(한국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네메시오 카마초 경기장에서 열린 2011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말리를 2-0 제압했다. 4-3-3 포메이션의 좌우 날개로 선발 출전한 김경중과 백성동이 승리를 책임졌다.

김경중은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임창우(울산)가 스로인한 볼이 한 번 바운드 되고 뒤로 흐르자 문전 앞에서 재빨리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35분 백성동의 발끝에서 추가골이 시작됐다. 백성동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빠르게 공을 몰고 들어가자 말리의 중앙수비수 칼리파 트라오레가 손으로 잡아당겼고, 주심이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주장 장현수가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차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프로의 그늘에 가린 설움 씻어

김경중과 백성동은 또래 가운데 최고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지동원과 남태희 그늘에 가려 있었다.

지동원은 U-20대표팀 멤버인 김영욱, 황도연(이상 전남)과 함께 광양제철고 전성기의 주역. 남태희 역시 그가 뛸 때 현대고에 적수가 없었다.

김경중과 백성동도 못지않았다. 둘은 현재 고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정석화와 함께 금호고 시절 트리오로 불렸다. 셋 모두 1학년 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고 졸업할 때까지 모교에 전국대회 우승 컵 2개, 준우승 컵 3개를 안겼다.

지동원과 남태희는 일찌감치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지동원은 2010년 전남 드래곤즈에 우선 지명을 받아 입단 첫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고교 시절 축구협회 추천을 받아 영국으로 축구유학을 간 남태희는 계속 유럽에 남아 프랑스 1부 리그 팀에서 주전급으로 자리를 굳혔다.

자연스럽게 대표팀이 이들을 주목했다. 지동원은 올 초 카타르 아시안 컵 맹활약을 발판 삼아 EPL로 갔다. 남태희 역시 2월 터키와 평가전 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인상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둘은 8월 10일 한일전 대표팀에도 나란히 뽑혔다.

김경중과 백성동은 반대로 프로가 아닌 대학을 택했다.

백성동은 2007년 축구협회 추천으로 이용재(낭트), 민상기와 함께 영국 볼턴과 왓포드에서 축구유학을 한 뒤 잔류를 요청받았지만 뿌리치고 국내로 돌아왔다.

프로와 대학 중 어느 선택이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름 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대학 소속보다 프로 선수들이 더 주목받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김경중과 백성동은 이 때문에 U-20대표팀에서도 남몰래 설움과 아픔을 겪었다. 둘은 이광종호의 빼놓을 수 없는 주축멤버고 본선 진출의 일등공신이면서도 해외파가 거론되면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그러나 결국 본선 무대에서의 주인공은 김경중과 백성동이었다. 소속 팀 사정으로 이용재를 제외한 해외파 합류가 무산된 상황에서 둘은 또 한 번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플레이스타일 달라 시너지 효과

김경중과 백성동은 플레이스타일이 뚜렷하게 다르다.

김경중은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기다. 3년 간 이들을 지도했던 금호고 최수용 감독은 “1학년 때 일본에 가서 게임을 하는데 교과서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는 일본 포백 수비가 경중이의 움직임을 아예 따라가지 못하더라. 스피드는 타고났다”고 했다.

김경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육상부로 뛰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코치 눈에 들어 축구로 전향했다. 이런 경력이 스피드의 원천이다.

백성동은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과 기술을 갖췄다. 지금 소속 팀인 연세대나 U-20대표팀에서는 측면 윙어로 뛰지만 고교 때는 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봤다. 백성동이 찔러주면 김경중이 받아 크로스를 올리거나 슛을 해 득점하는 게 주요 공격루트였다. 최 감독은 “성동이는 골키퍼 빼고 어느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멀티 능력도 갖췄다”고 칭찬했다.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두 선수가 좌우 측면 윙어에 포진하면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평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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