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가 아닙니다, 컴퓨터 부품이에요 - 아수스 Mars II

입력 2011-08-18 11: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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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중에서 잘 알려진 고급 브랜드라면 ‘벤츠’나 ‘BMW’ 등을 들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면 어딜 가나 부러움을 살만하다. 그런데 자동차에 대해서 조금 더 파고 들다 보면 벤츠나 BMW 보다 가격이나 회소성 면에서 몇 수 위인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한 대에 몇 십억 원대를 호가하는 ‘부가티’나 이른바 회장님의 슈퍼카로 알려진 ‘벤틀리’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일반인 입장에서 이런 차량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은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가 무리해서 구매한다 해도 실용성은 국산 중형 세단보다도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0억 원짜리 ‘부가티 베이론’은 최고 속도가 시속 400킬로미터를 넘는다고 하지만, 이런 차를 타고 제대로 달리려면 일반 도로는 어림도 없고 레이싱 서킷을 전세내야 할 판이다.

이러한 경우가 PC 부품에도 있다. 특히 게임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그래픽카드’가 대표적인데, 일반인들은 대개 10만원 근처의 ‘지포스 GT 440’이나 ‘라데온 HD 5670’ 정도를 쓰기 마련이며, 조금 더 투자한다면 20~30만원 사이의 ‘지포스 GTX 560’이나 ‘라데온 HD 6870’을 꽂기도 한다. 그리고 최고의 성능을 추구하는 상위 1%의 게임매니아들은 ‘지포스 GTX 580’이나 ‘라데온 HD 6990’ 같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그래픽카드를 구매하기도 한다.

지포스 GTX 580이나 라데온 HD 6990 정도의 그래픽카드라면 말 그대로 그래픽카드의 벤츠나 BMW 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의 그래픽카드를 꽂고 있는 PC라면 현재 출시된 모든 게임들을 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높이고도 원활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보다도 더 강력하고 비싼, 차동차로 치면 부가티나 벤틀리 같은 그래픽카드가 존재하고 있다. 이름하여 아수스(Asus)의 ‘MARS(마스) II’다. 가격은 무려 200만원 이상이다. 내부에는 안 그래도 비싼 지포스 GTX 580 GPU를 2개나 내장하고 있다고 한다. GPU는 그래픽카드의 핵심칩이니, MARS II 하나만 있으면 지포스 GTX 580 그래픽카드를 2개 꽂은 것과 같은 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그래픽카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잠시 묻어두기로 하고, 일단 이 제품의 ‘관상’을 보도록 하자.


MARS II는 제품 상자부터 남다르다. 그래픽카드라기보단 대형 노트북의 패키지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아수스의 게임매니아 전용 제품 브랜드인 ‘리퍼블릭 오브 게이머(Republic of Gamers)’의 로고가 한쪽에 붙어있다. PC 부품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보자마자 ‘이거 물건이다!’ 라는 감탄사가 나올 것이다.


상자의 위용을 뒤로하고 개봉해보면 제법 고급스런 스펀지 완충제 가운데에 정체불명의 네모난 흉기(?)가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픽카드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이라면 당연히 그래픽카드일 것이지만 이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정말로 거대 하기 때문이다. PC 부품을 제법 만져봤다는 필자도 이런 커다란 그래픽카드를 직접 만져보는 것은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S 450과 비교해보니 부피가 거의 4배 정도 크다. 다른 직원들은 이건 흉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근처의 다른 직원에게 파괴력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패키지 내에는 그래픽카드 외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알루미늄 카드가 한 장 더 보인다. 카드 뒤쪽에 수집가(collector)들을 위한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는 설명이 써있고, 앞쪽에는 999개 중에 528번째 제품이라고 써있다. 그렇다 이 제품은 전세계 999개만 한정 판매되는 제품인 것이다(참고로 우리나라에는 딱 10개만 들어왔다고 아우스 코리아의 관계자는 말했다). 아무튼 감탄은 그만하고 직접 이 흉기의 파괴력을 느껴볼 차례다. 아, 물론 물리적인 파괴력이 아닌 컴퓨팅적인 성능을 뜻한다. 물리적인 파괴력은 방금 전에 충분히 실험 했으니…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카드가 너무 커서 어지간한 PC 케이스에는 들어가질 않는다. IT동아에 있는 어지간한 PC케이스에는 다 끼워봤는데 MARS II를 허용하는 PC 케이스는 단 한대도 없었다. 이 카드를 끼우기 위해서는 어지간히도 큰 케이스가 필요할 것 같다. 할 수 없이 케이스가 없는 누드(Nude)상태의 PC에 꽂아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MARS II를 누드 PC의 메인보드에 꽂았는데,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MARS II는 무려 3개의 보조전원 포트를 꽂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중에 쓰이는 대부분의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많아 봤자 2개의 보조전원을 제공하며, 이조차도 대부분 8핀이 아닌 6핀 규격인 경우가 많다. 3개의 8핀 보조전원을 제공하는 파워서플라이는 대부분 출력이 1000와트에 육박하며, 가격도 30~40만원 이상이다.


다행히도 IT동아가 보유하고 있는 파워서플라이 중에 각각 2개씩의 8핀 보조전원과 6핀 보조전원을 가진 700와트 규격 제품이 하나 있었다. MARS II는 패키지에서 2개의 6핀 보조전원을 묶어서 1개의 8핀 보조전원으로 변환하는 변환 케이블이 들어있으니 이걸 이용해 작동이 가능하다.

아무튼 고생 고생해서 드디어 MARS II가 꽂힌 PC의 부팅에 성공했다. 700와트로는 부족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잘 돌아가는 듯 하다. 일단 윈도우 7의 체험지수를 확인해보니 그래픽 부분의 점수가 7.9로 표기되었다. 생각보다 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사실 윈도우 7의 체험지수는 7.9 이상을 표기할 수 없다. MARS II가 그만큼 일반적인 기준을 훌쩍 넘은 성능을 가졌단 의미다.


다음은 PC의 3D 그래픽 성능을 시험하는 ‘3D마크 11’을 구동해봤다. 참고로 IT동아에서 테스트 해본 그래픽카드 중에 3D마크 11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은 2개월 전에 시험해 본 라데온 HD 6950이었는데, 그때의 점수는 4700점 근처였다. 그런데, MARS II는 무려 7983점, 거의 8000점 가량을 기록했다. 라데온 HD 6950도 40만원에 달하는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MARS II의 성능은 놀랍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게임을 구동해 볼 차례인데, 필자가 즐겨 하는 ‘스타크래프트 2’를 해봤다. 당연히 모든 그래픽 옵션은 최상이다. 플레이 결과, 초반에 유닛이 적을 때는 100 프레임 이상, 후반에 우주모함과 토르, 울트라리스크 등의 최상급 유닛 100기 가량이 한데 모여 전투를 벌일 때도 80프레임 가량을 유지하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정말 ‘필요 이상으로’ 고성능이다.


아무튼, 아수스의 MARS II는 정말로 과도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성능과 그에 어울리는 비싼 가격, 그리고 그 이상의 희소가치를 가진 그래픽카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게임을 잘 하기 위해 이 그래픽카드를 산다는 것은 정말 투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상위 1%도 아닌 상위 0.01% 정도만이 누릴 수 있는 성능을 맛보고 싶다면 이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건 선택 받은 ‘용자’의 아이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욱 무서운 점은 아수스 MARS II는 2개의 그래픽카드를 한 PC에 동시에 장착해 그래픽성능을 2배로 높이는 ‘SLI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 다만, 이를 위해선 200만원 상당의 MARS II를 2개 구매해야 하며,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PC케이스와 총 6개의 8핀 보조 커넥터를 가진 파워서플라이가 필요하다. ‘합리성’, ‘일반성’과는 화성(Mars)만큼이나 거리가 있는 환경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해외에는 이미 2개의 MARS II를 구매한 뒤 인증샷까지 올린 네티즌이 있다고 한다. 그는 아마도 대단한 갑부이거나 아니면 약간 이상한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수스의 직원(?)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듯?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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