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도쿄 한국학교 초등생 걷어차

입력 2011-09-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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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서 한국말로 떠들어” 이유최근 7건 발생… 학생 안전 우려
일본 도쿄(東京)의 한국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지하철에서 떠든다는 이유로 일본인 남성에게 발길질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학생 가운데 비슷한 봉변을 당한 일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7건이나 있어 학교 측은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동경한국학교에 따르면 13일 오전 학교 부근 지하철역 안 개찰구에서 이 학교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9)이 일본인 남성(45·회사원)에게 걷어차였다. 주변에 있던 일본 승객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진 이 남성은 경찰 진술에서 “한국 학생들이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떠드는 게 싫어 (한국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 중 한 명을 찼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학생들은 한국말로 얘기를 나눴다.

이 학교 양원태 교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 지난해 4건과 올해 3건 모두 7건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해 정도가 미미한 데다 가해자가 확실치 않아 학부모들이 경찰 신고까지는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 교장은 이어 “이번에 가해자의 신원이 확인된 데다 이전 사건의 가해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경찰에 확실한 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이날 관할 경찰서와 지하철역에 학생들의 안전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15일에는 고문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피해 신고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양 교장은 “최근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만큼 민족 감정 탓에 벌어진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며 민족차별 문제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우려했다. 동경한국학교는 일본에 있는 한국계 학교 5곳 중 한 곳으로, 초중고 과정이 함께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약 620명이 다니고 있고, 이 중 100명가량이 같은 지하철 노선으로 통학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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