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인욱이 23일 대구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다. 7이닝 무실점으로 6승(2패)째를 챙긴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마운드의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동아DB.
148km 직구·칼날 슬라이더 완벽투
올시즌 불펜서도 펄펄…전천후 입증
삼성 정인욱(21)이 한국시리즈용 조커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결정적 순간 등판해 승리를 부르는 전천후 카드다.
정인욱은 23일 대구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22타자를 상대해 단 1안타(1볼넷)만을 내준 채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8월 14일 대구 KIA전 이후 40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압도적 구위로 상대 타선을 잠재우며 가볍게 시즌 6승(2패)에 성공했다. 최고 시속 148km의 직구와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휘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단 한 차례의 위기도 허용하지 않았다. 2회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볼넷, 3회 1사 후 허도환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그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2루 이상을 밟은 넥센 주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총 투구수 85개 중 직구가 45개, 슬라이더가 38개에 이를 정도로 단조로운 투구패턴이었음에도 볼 자체의 위력이 엄청났다. 적어도 이날의 투구내용만 놓고 보면 삼성의 다른 선발투수들보다 싱싱한 볼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인욱이 이처럼 빼어난 능력을 보여줌에 따라 삼성의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용이 관심을 끌게 됐다.
사실상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한 삼성은 토종 에이스 차우찬과 더불어 용병 듀오 매티스와 저마노를 1∼3선발로 중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시즌 4·5선발로 활약해온 윤성환과 장원삼 중 1명을 한국시리즈 선발진에 추가할 예정이다. 나머지 투수들은 불펜에 대기한다.
상대를 압도하는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은 삼성이기에 상황에 따라선 정인욱의 선발 기용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 구원으로도 필승조에 합류시킬 만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시즌 27경기에 등판한 정인욱은 선발로 8차례, 불펜으로 19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성적은 3승2패에 방어율 3.89, 구원 성적은 2승무패에 방어율 0.71이었다. 피안타율도 선발로 0.252, 구원으로 0.146을 기록했다. 데이터 상으로는 구원으로 1∼2이닝을 책임지우는 편이 효과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40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선발 카드로도 손색없음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정인욱의 쓰임새는 과연 어떻게 될까.
경기 후 정인욱은 “오늘 불펜에서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 제구와 각이 예리해서 경기 때 많이 던지려고 했다. 경기 전 정현욱 선배가 중심을 좀 높이 세워 던지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슬라이더의 각이 더 커졌다”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중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조커로 활용할 생각인데 상당히 기대된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