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대 SK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연장 10회초 무사 sk 정상호가 역전 솔로 홈런을 날린 후 기뻐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직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PS 고비마다 투수진 만점리드로 위기 모면
연장 10회초 결승솔로포…방망이도 살아나
이만수 “온몸 상처투성이…곰 처럼 잘해줘”
#SK 정상호는 인천 동산고 재학 시절,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의 입단 제의를 받았을 만큼 대형 포수감으로 기대받았다. 이런 정상호를 SK는 계약금 4억5000만원을 들여 1순위로 잡았다. 나중에 김광현이 기록(5억원)을 깨기까지 최고액이었다.
2001년 입단 후 3년간 프로 생활을 한 뒤 상무로 갔다. 그러나 제대 후에도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다. 박경완이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어서였다. 2009년 박경완의 돌연 부상 후 주전포수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즌 막판 19연승을 해냈고, 두산∼KIA와의 포스트시즌에서도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준우승이었다. 박경완이 2010년 돌아오고 바로 SK가 우승을 탈환하자 순식간에 과거형이 됐다.
#그러나 박경완이 다시 수술, 재활과정을 밟으며 시즌 아웃 진단을 받자 정상호는 실질적 주전포수를 도맡아야 했다. 허웅, 최경철을 돌려써봤지만 정상호의 무게감만 더욱 느껴질 뿐이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정상호가 없으면 꾸려나가기가 힘들다. 허리, 발목, 골반 안아픈 데가 없는데도 곰처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호의 정규시즌 성적은 112경기 출장에 타율 0.260 11홈런 50타점이었다. 그러나 사직구장에서는 타율 0.346에 2홈런 6타점. 장타율이 0.731에 달했다. 이런 위협감은 곧바로 1차전 연장 10회초 결승 솔로홈런으로 폭발했다.
9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패배 위기를 넘어간 직후 첫 타자로 등장한 정상호는 롯데 투수 부첵의 2구째 직구(142km)를 당겨쳐서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05m짜리 빨랫줄 홈런이었다. 지독한 준플레이오프 타격 슬럼프를 일시에 날려버린 홈런이기도 했다. 1차전 데일리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타격에서는 보여준 것이 거의 없었어도 정상호는 준PO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KIA 타선을 3∼4차전 연속 셧아웃시킨 데에는 투수리드의 승리가 담겨져 있어서다. 박희수, 윤희상, 엄정욱, 고든 등이 생애 최고 피칭을 큰 무대에서 해내고 있다.
롯데와의 일진일퇴 1차전에서도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 병살타로 유도하고 사지에서 생환했다. 정상호의 재발견이라 할 2011년 가을이다.
“펜스 맞는 줄 알았는데…타격보단 수비 신경 쓸 것”
● 정상호=부첵의 공이 좋았지만 생각보다 공에 힘이 없어서 직구 한 번 노려보자 싶었는데 우연히 잘 맞았다. 처음에는 사실 펜스 맞을 줄 알았다. 내 포지션 자체가 타격보다 수비 먼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수리드 무난…공격형 포수 역할 충분히 해줬다”
● 이만수 감독대행=투수들이 선발, 중간 가릴 것 없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무난한 리드를 보여줬다. 결승 홈런까지 치고 공격형 포수의 역할도 충분히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한문연 배터리코치=상호가 롯데 타선에 대한 압박감을 너무 크게 받았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방어적인 리드였다. 2루 송구도 평소와 다르게 조심스럽게 한 부분이 있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