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대행-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만수 ML 빅볼에 데이터야구 유산 접목
“PO선 상황 따라 초반 번트도 시도”
양승호 로이스터 PS 운용 실패 반면교사
사인 전면교체…세밀한 작전준비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선착해 있던 롯데 양승호 감독과 준PO에서 KIA를 따돌리고 올라온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맞대결. 2000년 SK 창단 이후 두 팀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만남이란 점과 함께 둘 모두 ‘초보 사령탑’이란 점에서 이번 시리즈는 큰 흥미를 주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기존 사령탑들과 달리 유난히 선수들과의 스킨십과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똑같이 빅볼을 선호하면서도 전임 감독의 색깔이 완전히 대비된 까닭에 나름의 차이점도 노출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두 사령탑이 보여줄 스타일과 지략대결이 시리즈 결과를 지배할 것이란 게 중평이다.
●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솔직함
이 대행은 준PO가 끝난 뒤 “PO로테이션을 준PO 그대로 갈 것”이라고 일찌감치 공개했고, 15일 미디어데이 때도 이를 재차 확인했다. 2차전 선발로 낙점했던 송은범이 감기 증세를 보여 3차전 고든과 맞바뀌게 됐지만 그는 이처럼 선발로테이션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 감독은 한술 더 떴다. ‘행사 흥행’을 위해 1차전 선발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2차전 송승준, 3차전 사도스키로 간다”고 발표했다. 완전히 맞불을 놓았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를 하루라도 더 숨기려던 기존 사령탑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초보로서의 패기와 함께 당당함, 그리고 자신감이 묻어난다. 더구나 사인훔치기 등 비신사적 행위에는 약속이나 한 듯 “내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다. 프로라면 그래선 절대 안된다”는 같은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깨끗한 베이스볼, 두 사람이 보여줄 이번 시리즈의 약속이다.
● 똑같은 빅볼? 차이점이 있는 빅볼
양 감독 이전에 롯데 사령탑을 3년간 맡았던 로이스터 감독은 미국 출신답게 전형적인 빅볼을 추구했다. 양 감독 스타일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임 사령탑과 달리 세밀한 작전야구를 가미하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단 구성이나 운용에서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을 똑같이 대하다가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고,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번트 훈련과 유기적인 수비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다각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혹시 모를 전력누출을 위해 배터리 사인, 작전코치 사인을 완전히 교체하는 등 스스로 대비를 마쳤다.
양 감독은 “게임 후반 1점이 중요하다면 이대호 홍성흔을 제외한 모든 타자가 번트를 댈 수 있다”고 했다.
시즌 중반에 팀을 맡은 이 대행은 양 감독보다 더 큰 전임 감독의 그늘을 안고, 거기에서 또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데이터에 의존한 전형적인 스몰볼 야구에 유독 집착했다.
미국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던 이 대행은 “메이저리그식 큰 야구를 하겠다”면서도 간간이 김 전 감독의 유산을 활용할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1차전을 앞두고 “게임 상황에 따라 이번 시리즈에는 상황에 따라 초반에도 번트를 대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사직|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