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베테랑 미드필더 고창현의 전진은 이제부터다. 후반기 팀의 매서운 상승세의 중심에 있는 그를 포스트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사진제공|울산 현대
벤치 설움 딛고 16일 포항전서 결승골
오늘 5위 부산전 6강 길목 중대한 고비
“골감각 절정…10년차의 힘 보여준다”
울산 현대 미드필더 고창현(28)은 올 시즌 초반부터 고생을 했다. 동계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는데 개막을 3주 앞두고 심장막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의사는 운동을 쉬라고 했다. 개막 5일 전 훈련을 재개했지만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전매특허이던 날카로운 프리킥이 실종됐고, 시즌 중반 이후 까마득한 후배 박승일(22)에 밀려 교체멤버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도 어느 덧 프로 10년 차 베테랑. 일희일비 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16일 포항 전이 계기가 됐다. 후반 35분 교체로 들어가 종료직전 팀 6강행의 불을 지피는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22일 부산 아이파크와 홈경기를 앞두고는 각오가 더 남다르다. 울산(승점 42)은 현재 K리그 6위다. 5위 부산(43)과 대결에서 승리하면 6강이 가까워지지만 패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고창현은 프로생활 10년 동안 플레이오프 등 중요한 경기 경험이 별로 없다. 풋내기이던 2004년 수원에서 우승을 맛 봤지만 주역이 아니었다. 이후 부산과 광주상무, 대전을 거치며 ‘가을잔치’와는 인연이 없었다. 작년 중반 울산으로 이적해 오랜 만에 6강 PO 무대를 밟았지만 결과는 너무 허무했다. 홈에서 풀타임 뛰고도 성남에 1-3으로 완패했다. 다시 한 번 가을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욕심이 대단하다.
준비는 다 마쳤다.
오랜 만에 득점으로 감을 되찾았다. 부산을 상대로 7월 컵 대회 결승에서 골 맛을 본 좋은 기억도 있다.
가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좋은 징조다. 고창현은 여름에는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가 선선해지면 살아나곤 했다. 그는 “늘 여름에 더위를 못 이겨 약했다. 올해는 게임까지 많이 못 뛰어 체력 유지가 더 힘들었는데 요즘 부쩍 좋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팀 동료들끼리는 부산 전에 대한 이야기를 가급적 피한다.
“너무 중요한 경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6강 못가면 누구보다 우리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말은 안 해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건 같은 마음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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