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했다고 다 ‘형님’은 아닙니다”

입력 2011-11-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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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대중탕 출입 제한 이후… 일부 타투인들 반발

미카타투 제공·동아일보DB

최근 동네 호프집에 종업원으로 취업한 A 씨(22)는 문신이 드러나는 반팔 옷을 입고 출근했다가 4일 만에 해고당했다. 주인은 그에게 “팔뚝의 문신이 손님에게 혐오감과 불안감을 줄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용 문신을 하고 공중목욕탕을 드나든 조직폭력배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범칙금 5만 원을 부과하자 문신을 가진 일반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신을 조폭의 전유물로 여기는 분위기 탓에 A 씨처럼 문신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조폭이 아닌데도 목욕탕, 수영장 등에 출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늘면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타투인협회는 경찰 단속 결과를 면밀히 지켜본 뒤 일반인까지 단속해 인권을 침해할 경우 즉각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태도다.

현재 국내에서 문신(타투) 관련 일을 하거나 문신을 새긴 사람은 최대 80만 명으로 추산된다. 포털사이트에는 100여 개 문신 관련 사이트와 1000여 개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문신만으로 조폭과 일반인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0년 경력의 타투이스트 장준혁 씨(39)는 “최근 일반인 중에도 상반신을 모두 덮는 일본 ‘이레즈미(호랑이, 용, 잉어 등 동양적 소재에 화려한 색을 넣어 크게 새겨 넣은 문신)’ 스타일의 타투를 즐겨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만족을 위해 문신을 하는 일반인까지 단속한다면 이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팔뚝과 등에 대형 봉황 문신 등을 새긴 이모 씨(20)는 “얼마 전 친구와 수영장을 갔다가 문신 때문에 출입을 제지당했다”며 “최근 조폭 문신 단속이 사회적 문제가 된 이후로 밖을 다닐 때 옷의 소매조차 걷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에르난 타투샵 제공

경찰 역시 조폭과 일반인을 문신으로 구분하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야쿠자의 문신 문화를 단순 모방한 한국 조폭은 조직을 상징하는 문양을 단체로 새겨 넣는 경우가 드물어 문신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번 논란에 대해 조폭 문신을 단속했던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김재협 수사관은 한 웹사이트에 “조직폭력배 문신 단속은 인권 차원이 아닌 시민 안녕과 공중도덕, 타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앞으로도 국민에게 위화감을 주는 조폭은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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