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혀도 떨어져도 한결 같은 소리 - 필립스-오닐 ‘벤드’ 헤드폰

입력 2011-11-21 15: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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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스키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스키 시즌이 이제 한달 후면 전국 리조트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1년 중 고작 3개월 정도 즐길 수 있는 이 시즌을 위해 그들은 지금부터 만반의 준비를 한다. 스키와 폴도 잘 닦고 부츠도 깨끗하게 손질한다. 고글 렌즈 상태도 점검하고 스키복도 미리미리 세탁한다. 이제 시즌권 예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스키 시즌을 맞을 채비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하루 종일 스키 타는 동안 귀를 즐겁게 해줄 음악을 챙겨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멜론, 도시락, 네이버 뮤직 등)로 들으면 되니 별도의 MP3 플레이어는 필요 없다. 이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시즌에 이어폰을 사용해 보니 음량이 적어 흥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폰은 어째 폼이 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헤드폰을 사용하려 한다. 그런데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스키복이 좀 ‘패셔너블’하니까 헤드폰도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면 좋겠다(헤드폰은 왜 대부분 검정색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격한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해 고장 나지 않은 튼튼한 제품이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한번 슬로우프에 나가면 오전부터 야간까지 타기 때문에 오래 착용해도 머리와 귀가 조이지 않는 헤드폰이면 좋겠다.

어떤가, 자신이 열혈 스키어라면 헤드폰을 선택하는 조건이 위와 비슷한가? 똑같지는 않을지 언정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판단한다. 아, 조건 하나가 더 있다면 가격. 10만 원을 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수 많은 헤드폰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같은 음향 기기는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제품 완성도나 음질 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일단 본 리뷰어가 모든 헤드폰을 다뤄보지 못해 각 제품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구분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 소개하는 필립스 오닐 ‘벤드(Bend)’ 헤드폰은 위와 같은 스키어용 헤드폰으로 적합하리라 본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참고로 ‘오닐(O’neill)’은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만 도통 모르는 스포츠웨어의 세계적인 브랜드다(본 리뷰어는 몰랐다). 필립스는 리얼 사운드를 제공하면서 내구성이 뛰어난 신제품 ‘벤드(The Bend)’에 자사 기존 헤드폰의 전통적 이미지 대신 오닐의 강렬하고 활동적인 컨셉을 부여하고자 전략적 제휴 제품을 선보였다.



독특한 구성, 개성 있는 색상, 특이한 디자인

가장 먼저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이 눈에 띈다. 헤드폰이라 하면 통상적으로 검은색의 투박한 외형과 디자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벤드는 마치 어린이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색상을 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외향적 스포츠맨들을 위한 헤드폰이니 중후한 멋보다는 개성 있는 매력이 보다 나을 듯싶다.



특히 스피커 부분(유닛)의 색상과 재질이 남다르다. 유닛을 덮고 있는 스펀지(이어 쿠션)가 매우 말랑말랑해서 1시간 이상을 착용하고 있어도 귀가 아프지 않다. 본 리뷰어가 헤드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스키어들처럼 하루 온종일 사용하는 경우에 적합하리라 본다. 또한 다른 헤드폰과 달리, 유닛 부분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인들이 다른 색상의 벤드 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 서로 교체 장착하여 새로운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케이블도 독특하다. 이 역시 일반적인 헤드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재질과 디자인이다. 마치 마우스 케이블처럼 운동화 끈 소재를 채택하여 줄 꼬임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실제로 본 리뷰어가 며칠 간 사용하며 아무렇게나 가방에 넣어 사용했는데, 확실히 다른 헤드폰보다 줄 꼬임이 적다. 행여 어느 정도 꼬였다 해도 손 쉽게 풀리기도 한다. 케이블 색상도 유닛 부분에 맞춰 통일감을 줬고, 필요에 따라 케이블 교체가 가능하도록 연장 연결 형태를 적용했다. 몸 움직임이 많은 스키어, 보더들에게 적잖이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이름처럼 탄력 있고 강한 내구성

‘벤드(Bend)’의 의미는 ‘구부러지다’, ‘휘어지다’라는 뜻이다. 그에 따라 벤드 헤드폰도 탄력과 유연성이 좋아 웬만한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본 리뷰어는 이에 부러질 것을 각오하고 수 차례 양쪽 유닛을 최대한 늘리거나 좌우로 비틀면서 헤드 밴드 부분의 전반적인 유연성을 점검했다.

결과는 이상무! 진심 부러뜨리겠다는 신념으로 반대로 확 꺾지 않는 이상 외부 활동 중에 파손, 손상되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 예상한다. 만약 부러졌다 해도 유닛과 케이블 부분을 분리해 다른 헤드 밴드에 장착할 수 있으니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는다.


제품 상자에는 밟아도 괜찮다는 그림이 인쇄돼 있는데, 앞서 점검한 바로는 밟아 짓이기지 않은 한 망가지거나 고장 나지는 않겠다. 케이블 역시 운동화 끈 소재라 일반적인 전기 케이블보다는 내구성이 강해 웬만해서는 끊어지거나 늘어나지 않을 듯하다.


조용한 실내에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듣는 용도가 아닌, 설원 또는 산악지대에서 거친 활동에 사용할 용도이기에 이러한 헤드폰에 있어 내구성과 유연성은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이다. 산악 전문 자전거가 일반 자전거보다 훨씬 비싼 이유도 이와 같은 내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드 헤드폰은 (유사 사양의) 일반 헤드폰과 가격대가 거의 비슷하다.



사운드 품질도 썩 괜찮은 수준


내구성은 이 정도면 됐고, 음향기기니 음질이나 음량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일단 음향기기 분야에서 한 세기에 걸쳐 입지를 다진 필립스가 만들었으니 나름대로 괜찮으리라 예상한다. 본 리뷰어는 벤드 헤드폰을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해 봤다. 조용한 실내는 물론 지하철, 버스 안(플랫폼, 정거장 포함), 대형 행사장, 혼잡한 길거리 등 사용자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임상 실험을 했다(단 스키장에서는 아직 사용해 보지 못했다).

필립스에 따르면 30mm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유닛에 장착하여 특히 베이스 음(중저음)을 강화했다고 전한다. 벤드 헤드폰은 실내뿐 아니라 주로 야외에서 사용되리라 예상하고 외부 잡음으로 인해 원음이 왜곡되거나 감쇄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실내외 여러 환경에서 사용해 본 결과 필립스의 발표가 틀리지 않음을 확인했다. 실내는 두말 할 나위 없이 괜찮고, 지하철이나 버스,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어도 외부로 새 나가는 정도가 낮아 주변에 피해를 거의 주지 않는다. 주변이 시끄러운 환경에서 비교적 정확하고 풍부한 음질을 들려 주는 것으로 인정했다.

개인적인 느낌을 추가하자면 음악 장르에 따라 음의 깊이가 다른 듯한데, 조용한 발라드 등보다는 확실히 록이나 메탈 등 파워풀한 사운드가 더욱 풍부하고 디테일하게 들렸다. 뭉개지지 않는 드럼 및 베이스 사운드 위로 기타 연주음, 보컬 목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듯했다. 특히 작은 크기의 헤드폰임에도 톤 낮은 저음까지 잡아 내는 모습은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다. 다만 고음 출력의 날카로움은 약간 부족한 듯했지만, 고가의 전문가용 헤드폰이 아니니 감안하기로 했다. 끝으로 일반적인 이어폰, 헤드폰의 고질적 맹점인 노이즈(잡음) 발생은 (음악을 듣던 안 듣던)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사운드 품질이라는 것은 리스너(listener)에 따라 느낌과 평가가 다르겠지만, 그 동안 여러 헤드폰을 사용해 본 본 리뷰어의 경험으로, 6만 원대 헤드폰(69,000원, 2011년 11월 기준)으로는 썩 괜찮은 음질과 음량을 들려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필립스가 강조한 대로, 중저음 출력은 상당히 효과적인 듯하다. 결정적으로 이어폰보다는 확실히 훨씬 풍부하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 준다. 아, 그리고 몇 시간을 착용해도 귓바퀴가 아프지 않은 게 좋다.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하다


필립스 오닐벤드 헤드폰은 강한, 튼튼한 헤드폰이라기 보다는, 오래 가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헤드폰이라 봐야 한다.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인데 벤드는 부러지지 않을 만큼 유연하다. 결국 오래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1-2012 스키 시즌은 물론 이듬해, 그 이듬해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오래 가는 헤드폰이니 시즌권 구매할 때 하나쯤 마련해 두면 즐거운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물론 스키어 외에 개성 있고 남 다른 헤드폰을 원하는 일반 사용자에게도 충분히 어울리리라 사료된다. 컨셉 자체는 내구성을 강조한 아웃도어용 헤드폰이지만, 소리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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