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20대 시절 록커의 열정과 에너지를 뮤지컬 무대에서 발산하고 있는 신성우. 1998년 ‘드라큘라’로 데뷔해 어느덧 14년차 배우가 된 그는 요즘 뮤지컬 ‘삼총사’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토스’로 열연 중이다. 사진제공|엠뮤지컬컴퍼니
40대 중반에도 모터사이클 즐겨
‘삼총사’ 초연 주인공…3회 출연
이번엔 음역 키 오히려 높여 불러
질러야 편해…나 천상 로커 맞죠
신성우는 기자에게 각별한(?) 인물이다. 기자가 한창 젊음의 물이 올랐던 20대 시절, 그는 우리 또래에게 질시를 넘어 좌절을 안겨준 남자였다. 사자 갈기 같은 머리, 신이 내린 ‘기럭지’, 화통을 두어 개쯤 날로 먹은 듯한 목청을 과시하며 ‘내가 항상 여기 서 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를 노래하던 신성우는 별명인 ‘테리우스’가 아니라 ‘테리우스’가 ‘신성우’로 불려도 모자랄 게 없었다. 머리숱도 별로 없고 신이 버린 몸매에 강변가요제 예선 탈락의 경력을 소유한 기자에게 신성우는 멋진 남자의 기준이자 로망이었다.
● ‘삼총사’ 아토스, 2009년 초연부터 맡아온 인물
이 신성우는 요즘 뮤지컬 ‘삼총사’에서 맏형 아토스로 살고 있다. ‘삼총사’는 2009년 한국 초연 이래 무려 네 번이나 무대에 올려진 흥행작이다. 신성우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아토스역으로 무대에 섰다.
그와 더블 캐스트를 맡은 유준상의 아토스가 가볍고 발랄한 쪽이라면 신성우는 꽤 무게감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묘미인 ‘삼총사’지만 신성우는 가급적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다. 웃길 때만 웃기자는 주의이다. 그는 “그래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
특이하게도 이번 아토스는 음역의 키를 높였다. 목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노래의 키를 낮춰달라는 배우는 봤어도, 반대로 키를 높여 부르는 배우는 처음이다.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오히려 편하게 지를 수 있어서 좋다. 올라가는 건 한도 끝도 없이 올릴 수 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전히 멋있다!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20대 시절 록커의 열정과 에너지를 뮤지컬 무대에서 발산하고 있는 신성우. 1998년 ‘드라큘라’로 데뷔해 어느덧 14년차 배우가 된 그는 요즘 뮤지컬 ‘삼총사’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토스’로 열연 중이다. 사진제공|엠뮤지컬컴퍼니
● 가수·배우·작곡가…옥주현 부른 ‘서시’도 그의 작품
‘삼총사’는 배우들의 우정이 두텁기로 소문난 작품이다. 신성우를 중심으로 ‘포르토스(김법래)’, ‘아라미스(민영기)’, ‘달타냥(엄기준)’ 등 주연 배우들이 진짜 ‘삼총사’처럼 지낸다. 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토스가 “우리는!”하고 외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모두 “하나!”를 외칠 것 같은 분위기다.
“‘삼총사’하면서 다들 서로 별명이 생겼어요. 술 먹다 만든 거죠. 민영기는 ‘엉큼이’, 김법래는 ‘래법이’ 또는 술만 먹으면 잔다고 해서 ‘취침법래’, 박건형(달타냥)은 ‘건달이’, 저는 어디선가 성큼성큼 나타난다고 ‘성큼이’. ‘왕’ 역의 조순창은 ‘왕놈’입니다. 하하하!”
최근 ‘나는 가수다’에서 옥주현이 그의 히트곡 ‘서시’를 불러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서시’, ‘신성우’가 올라온 일이 있었다. 방송 이후 옥주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잘못 불러서 죄송하다”고 했다. 신성우는 “잘 했다. 열심히 불렀다”고 해주었다.
사실 가수, 배우로 사람들에게 주로 각인돼 있지만 그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제가 부른 노래는 다 제가 만든 건데, 사람들이 모르더라”고 했다. ‘서시’도 그가 만든 노래다.
신성우는 “1년에 들어오는 저작료가 대기업 연봉정도는 된다”고 했다.
● 40대 중반 로커 “모터사이클 취미, 비에게 한 대 양도”
4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그에게서는 여전히 로커의 야성이 물씬 느껴진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중 시즌을 정해놓고 독하게 운동한다.
젊게 사는 40대 록커 신성우의 평소 취미는 모터사이클 타기. 원래 넉 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올 여름 가수 비에게 하나를 양도했다.
“‘삼총사’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즐기는 동화같은 작품이에요. 어지간하면 이런 얘기 안 하는데, 와서 보셔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재미있으실 거예요.”
검은 수염을 기른 ‘테리우스’가 웃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성우의 나이테는 점점 더 멋있어진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