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빛난 ‘이임생 축구’

입력 2011-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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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유나이티드 이임생 감독(왼쪽)이 싱가포르 진출 두 시즌 만에 FA컵 정상에 오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FA컵 우승 확정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 하고 있는 이 감독. 사진제공|이임생 감독

■ 입성 두시즌 만에 우승 신화

홈 유나이티드 FA컵 정상…리그도 선두
선수들 프로정신 일깨워 대표팀 발탁도
구단도 지도력 인정…2년 재계약 사인


이임생(40) 감독이 싱가포르 입성 두 시즌 만에 우승 신화를 썼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싱가포르 S리그(1부 리그) 홈 유나이티드는 19일(한국시간) FA컵 결승에서 알비렉스 니가타(일본 J리그 위성구단)를 연장접전 끝에 1-0으로 눌렀다. 홈 유나이티드는 2005년 이후 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컵 출전권도 따냈다. 싱가포르에서는 리그, FA컵 우승 팀이 이듬 해 아시아 클럽 대항전인 AFC 컵에 나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홈 유나이티드는 정규리그 2경기를 남기고 현재 1위다. 23일 2위 탐파인스 로버스FC와 맞붙다. 승점이 2점 앞서 있어 이기면 최종전에 상관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다. ‘더블 달성’이 눈앞에 다가온 셈.

이 감독은 2009년 말 수원 삼성 수석코치라는 안정된 직업을 뒤로 하고 홀홀 단신 싱가포르로 떠났다. 홈 유나이티드 감독모집 소식을 듣고 원서를 제출해 31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선수들이 훈련시간에 늦는 일도 다반사. 이 감독은 그들에게 프로정신을 심어주려 애를 썼다. 한국에서 코치를 하며 틈틈이 익혀 둔 영어실력 덕분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 감독의 조련을 받은 선수들의 실력이 쑥쑥 늘었다. 팀 조직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홈 유나이티드에서 싱가포르대표팀 선수들이 여럿 발탁됐다. 이제는 선수들이 먼저 따른다. 부임 첫 해인 작년 아쉽게 리그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 시절 제자였던 김대의(37)를 데리고 갔다. 처음에는 1년 정도 선수로 활용할 생각이었지만 허벅지 부상이 재발해 지금은 수석코치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구단에서도 이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했다. 이 감독은 최근 2년 재계약을 제시받은 뒤 수락했다. 싱가포르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 더 뉴 페이퍼는 최근 “싱가포르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이임생 감독-김대의 코치처럼 대표 경력과 지도력을 갖춘 이들을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해야 한다. 기본적인 기술과 컨트롤, 패스 등부터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해 큰 지지를 받았다.

이 감독은 FA컵 정상에 만족할 수 없다. 더블을 위해 FA컵 우승 자축연도 뒤로 미뤘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구단에서 나를 영입한 건 우승을 위해서다며 은근히 압박을 주곤 했다. 오랜 만에 팀에 우승을 안겨 기분이 좋다. 남은 리그도 잘 해 반드시 2관왕에 오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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