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김종덕 “나는야 50세 루키…도전은 계속된다”

입력 2011-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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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용산의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1한국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은 김종덕이 시상식에 앞서 멋진 턱시도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15일 서울 용산의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1한국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은 김종덕이 시상식에 앞서 멋진 턱시도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 일본프로골프 시니어 투어 상금왕

국내 그린 정복후 日투어 15년 활약
만 50세 된 올해 시니어 무대 데뷔

“참가비 두배” 텃세, 실력으로 극복
배상문 안선주와 日골프 상금왕 석권

25년 필드인생…여전히 비거리 씽씽
“내년엔 美챔피언스 투어 정상 보라”


“지금 당장 레귤러 투어로 돌아가라. 그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통할 것.”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가 한국선수들로 초토화됐다. 배상문(25·우리투자증권)과 안선주(24)가 남녀 프로골프투어 상금왕에 오른 데 이어 시니어투어에서도 김종덕(50·혼마골프)이 상금왕을 차지했다. 일본 시니어 투어 상금왕 등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김종덕을 만났다.


● 참가비 두 배 내고 뛰어라

15일 서울 용산의 하얏트호텔. 김종덕이 근사한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날 2011년 한국프로골프투어를 마무리하는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종덕은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잠시라도 한 곳에 서 있으면 여기저기서 지인들이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 역시 환한 웃음으로 답례했다.

올해로 골프인생 26년째다. 1986년 상반기 프로테스트를 합격해 투어에 뛰어든 그는 3년 만인 1989년 쾌남오픈에서 첫 우승했다. 국내 통산 9승을 올렸다.

1996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15년 동안 통산 4승을 기록하며 한국선수들의 든든한 맏형이 되고 있다. 최경주, 양용은 등 일본으로 진출한 선수들은 김종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올 7월 만 쉰 살이 된 그는 정규 투어를 떠나 시니어투어 새내기로 변신했다.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일본투어에서 15년을 뛰었지만 그는 늘 이방인이었다. 정식 멤버가 아닌 비회원 자격으로 투어에 출전해왔기 때문에 그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었다.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고 있었다.

“일본 정규투어에서 1승을 하면 시니어투어 1년 시드를 준다. 내가 4승을 했으니까 당연히 시드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드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식 회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니어투어는 첫 이사회를 열었다. 결과는 김종덕에게 시니어 투어 시드를 주지 않기로 했다.

“당장 가서 따졌다. ‘일본에서 우승 했으니 시드를 달라. 왜 안 주느냐’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이사회가 열렸다. 이번에는 보류 판정이 나왔다. 얼마 후 세 번째 이사회가 열렸다. 진통 끝에 김종덕에게 1년 간 시드를 주기로 결정했다. 대신 일본 선수들보다 두 배 높은 참가비(2만1000엔)를 내고 출전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일본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기에 그나마 차별을 이겨냈다. 이제는 더 이상 시드 문제로 차별을 받지 않아도 된다. 상금왕에 올라 5년 간 풀 시드를 보장받았다.


● 배상문, 안선주, 김종덕 日골프 싹쓸이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 남녀 정규투어에 이어 시니어투어에서도 한국인 상금왕이 나오면서 시끌벅적했다. 김종덕에게 한국 골프의 강점을 물어오는 일도 많아졌다.

“NHK, 요미우리 스포츠 등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한국 선수들이 왜 이렇게 잘 하느냐.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계속됐다.”

그는 흐뭇했다. 일본 언론에 한국 골프가 왜 강한지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무엇보다 ‘한국인은 잘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신감이 높고, 정신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크다는 것을 설명해줬다.”

한국 골프의 성장 뒤에는 선배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옛 일을 회상했다.

“일본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상공회의소 최종태 회장이란 분이 계시다. 어느 날 그 분께서 ‘남자 구옥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구옥희의 성공 이후 많은 한국의 여자선수들이 일본에서 자리를 잡게 됐으니 그런 일을 ‘김종덕’이 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날 이후 늘 마음 한편에 어떻게 해서든 일본투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1일에는 일본에서 뿌듯한 경험을 했다. 이벤트 대회인 3투어 챌린지에서 마지막 조에 한국 선수 3명이 함께 경기했다. 이 대회는 전통적으로 마지막 조에서 각 투어 상금왕이 함께 경기한다. 3명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날 우리끼리(배상문,안선주,김종덕) ‘이런 날이 또 올까’라고 말했다.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수 있다. 남녀 정규투어와 시니어투어 상금왕을 모두 한국선수가 차지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한국 골프의 경사라고 할 수 있다.”


● 드라이버 300야드 아직 건재

25년을 필드에서 살았지만 시니어투어에서 ‘루키’가 됐다. 상금왕 등극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시니어투어 진출을 위해 꽤 많이 준비했다.

그의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285야드다. 한 번은 323야드를 기록해 롱기스트에 뽑히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선수들 사이에선 “그 정도면 레귤러 투어에도 통할 것이다”며 부러워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1위 자리를 지켜낼 자신이 있다”면서 “내년엔 미국 챔피언스 투어 우승까지도 도전하겠다”고 새로운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일본 시니어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챔피언스 투어 4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또 브리티시 시니어 오픈 출전권도 얻어 둔 상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 내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 우승까지도 노려볼 계획이다.”

2009년 위염으로 선수생활을 포기할까 고민했던 그가 쉰 살에 새로 시작한 골프 인생 2막이 더 기대된다.


■ Who is Kim Jong Duk?

● 생년월일 :
1961년 6월4일생

● 주요 경력
- 1985년 프로입문
- 2011년 한국, 일본 시니어 투어 동시 상금왕
- 일본 3697만엔(한화 약 5억3000만원) 한국 5400만원
- 후지필름 시니어 챔피언십 우승
- 판클클래식 우승 (시즌 2승)
- KPGA 투어 통산 9승
- 일본 프로골프투어 통산 4승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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