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의 ‘마구’ 정체는 팜볼이었다

입력 2012-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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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털어놓은 ‘비밀 구종’


5일 한화전서 두차례 선보인 변화구
120km대 구속에 흔들리며 떨어져
윤석민 “변화 확인차 시험삼아 던져”


“포크볼인가?” “움직임이 매우 특이한 체인지업인데….” 5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KIA 윤석민은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매우 특이한 공을 두 차례 던졌다. 야구만화에 나오는 ‘마구’가 연상되는 움직임이 매우 큰, 흔들리며 떨어지는 공이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것.

한화는 물론 KIA까지 양 팀 관계자 모두 이 변화구를 주목했다. KIA 전력분석팀은 일단 체인지업으로 구분했다. 한 번은 시속 123km, 두 번째는 121km를 기록한 느린 변화구는 스트라이크존 바로 위로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졌다. 한화 양성우는 타석에서 이 공을 상대하며 헛스윙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공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궤적은 일본프로야구 정상급 투수들의 포크볼과 비슷했지만 좌우로 흔들리며 떨어지는 느낌이 달랐다.

윤석민에게 이 공에 대해 묻자 “포크볼이 아니라 팜볼”이라고 답했다. 윤석민은 이전에도 연습경기에서 가끔 팜볼을 던져 실전에 쓸 수 있을지 실험했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 던진 팜볼은 이전에 비해 이미 완성된 느낌이었다. 두 번 모두 스트라이크존 바로 앞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며 떨어졌고 포수가 매우 안정적인 자세로 공을 잡았다.

윤석민은 빙그레 웃으며 “지금은 시즌 중에 팜볼을 던질 계획이 없다. 어떤 변화를 보이며 떨어질지 확인해보고 싶어 던졌다”고 말했다.

아직 시즌 중에 사용할 계획은 없지만 이날 투구로 최소한 한화 타자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하는 효과를 봤다. 시범경기에서 몇 차례 더 던지면 타 구단 전력분석팀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팜볼은 거의 회전이 없기 때문에 공의 움직임이 매우 크다. 그러나 사실상 손바닥으로 컨트롤해서 던져야하기 때문에 익히기 어렵고 실전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 팜볼을 제대로 던진 투수는 1982년 24승을 기록한 박철순이 사실상 유일하다.

윤석민은 스프링캠프 기간 슬라이더를 더 강하게 던지는 훈련에 전념했다. 그러나 윤석민은 8개 구단 투수 중에서 변화구 구사 능력이 최고로 꼽힌다. 팜볼도 갑자기 던진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가능성을 확인해온 공이었다. 윤석민의 직구 스피드와 최고 시속 30km이상 차이가 나고 변화가 심한 공이기 때문에 한 경기에서 1∼2개만 던져도 타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훨씬 커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오키나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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