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홍명보 감독 “와일드카드 1순위? 박주영 아닐 수도 있다”

입력 2012-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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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스포츠동아 창간 4주년 인터뷰 내내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창간특집 인터뷰를 위해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16일 강남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다녀와 재충전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여행은 무슨. 본선에 나간 게 충전이지 뭐”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홍 감독을 만나기 전 질문거리를 잔뜩 준비했다. 평소 취재하며 궁금했던 내용과 올림픽 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 선수들의 질문까지 취합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와일드카드와 병역혜택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등 ‘감독 홍명보’에게 궁금한 것부터 소주보다 맥주를 즐기는 이유, CF광고 제의를 선택하는 기준 등 ‘인간 홍명보’에게 궁금한 것까지 총망라됐다. 독자들께 ‘홍명보를 말하다’의 완결판이라고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하다.


심리적 압박, 시드니올림픽 때 나도 겪어…와일드카드 없는 플랜B도 염두
감독으로서 내 점수? 가시밭길 잘 헤쳐왔으니 박하진 않겠죠
미팅 때마다 적절한 비유? 이해시키고 동기부여 위한 대화 기술
런던올림픽 목표? 예선통과, 2009년 기적 다시 한번 더!

정호야 날 능가하겠다고? 이미 넌 나를 넘은 것 같은데

영권아 메달 따면 한턱 쏘라고? OK! 단, 너 일본 간 뒤에 ㅋㅋ
내 머리숱까지 걱정해 주는 정진아, 너만 잘해주면 돼…하하



○스포츠동아가 홍명보 감독에게 묻다

홍 감독과 만난 날 박주영(아스널)이 군 입대를 10년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주영은 2012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 후보 1순위. 이 질문부터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박주영의 군 연기가 와일드카드를 뽑는데 변수가 될 수 있나.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한국 대표로 나가는 거지 병역(혜택)을 따기 위해 나가는 게 아니다. 박주영의 합류가 우리 팀에 도움이 될지 안 될 지만 갖고 판단할 것이다.”


-와일드카드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비워져 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경기력과 실력 좋은 와일드카드가 합류하고도 왜 결과가 안 좋았는지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의 경험도 있다. 2000시드니올림픽 때 최종 엔트리 발표 전날까지 종아리가 아팠다. 결국 올림픽에 못 갔는데 한국에 와서 4일 만에 나았다. 이게 뜻하는 바가 뭘까. 심리적인 부분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기력적인 측면만 갖고 와일드카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와일드카드를 아예 안 쓸 가능성도 있는 건가.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지금까지 다 써서 실패했다면 안 쓰는 것도 방법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결정할 건 아니다. 만일 와일드카드가 그 시점에 나처럼 부상을 당하면?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 와일드카드가 있을 때와 없을 때로 여러 플랜을 짜 놔야 한다.”


-2009년 2월 U-20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장기적 플랜을 갖고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현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몇 점을 줄 수 있겠는가.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은 아닌데…. 꼭 몇 점이라고 줄 수는 없지만 정말 힘들었고 어려운 길을 잘 헤쳐 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려운 팀 감독도 했는데 어느 팀 감독인들 못하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웃음)”


-자부심도 클 것 같다.

“자부심 크다. 특히 일본 J리그 선수 차출을 위해 그 구단에 부탁하고 언제 쓸 테니 언제 돌려주겠다는 협상했던 일들. 사람 만나고 부탁하고 답을 얻어내기 위한 그 과정들이 지난 9개월 동안 몇 차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술도 많이 늘었다.”


-선수들이 갖게 될 병역혜택에 대한 부담을 어떤 식으로 줄이려고 하나.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까지 병역에 대해서는 말 못하도록 입단속을 했다. 그리고 모두들 끝까지 잘 지켜줬다. 그러나 우리도 인간이다. 결코 이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주변에서 계속 상기시켜주지 않나. 병역혜택은 우리가 잘 하면 따라올 수 있는 거라 자연스레 생각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선수들로 꾸리자는 생각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선수들의 구체적인 의미는.

“잘 하는 선수를 이기는 선수는 즐기는 선수라고 하지 않나. 축구에 대한 실력과 팀 구성원으로서 인성을 갖춘 선수들을 뽑아 즐기는 선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병역이라는 마음이) 있는데 숨기고 하려고 하니까 너무 무거운 거다. 내가 만약 광저우아시안게임 경험이 없다면 이번 대회 앞두고 부담을 짓누르려 했겠지만 이젠 안 그럴 거다.”


-올림픽 연령대 유럽파의 경우 벤치에만 앉아 있는 선수는 안 뽑을 생각인가.

“기본적으로 유럽에 있는 선수들의 기량은 좋다. 우리는 A대표팀처럼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다. 벤치에 앉아 있다고 무조건 안 쓸 수 없다. 올림픽 시점에서 그 선수의 경기력이 중요하다.”


-본선에서 꼭 만나고 싶은 상대 혹은 꼭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나.

“특별히 만나고 싶은 팀은 없고 영국은 꼭 피하고 싶다. 홈팀이고 연합 선수들이 나오니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


-런던올림픽 목표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조별예선 통과다. 2009년 U-20월드컵 때 경험했듯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가벼운 질문 하나 하겠다. 코치들과 종종 맥주를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맥주를 즐기는 이유가 있나.

“맥주가 잘 맞는다. 맥주를 마시면 다음 날 무리도 없고. 일본에 있을 때부터 은퇴 시점에서 한두 잔 씩 했다. 다른 사람들은 배불러서 많이 못 마시겠다고 하던데 난 괜찮다.(웃음)”


○스태프가 홍명보 감독에게 묻다


-김태영 수석코치 : 선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남다른 비결이 있을 것 같다. 어떤 타이밍 때 질책과 칭찬을 하는지 그 노하우가 궁금하다.

“다 알면서 뭘 묻나(웃음). 정직하게 하면 된다. 불필요한 질책을 해서 다른 선수를 본보기 삼아 분위기를 잡는 지도자도 있지만 나는 그런 거 안 좋아한다. A선수가 잘못한 걸 다 아는데 내가 지적을 안 하면 그 때 감독과 선수의 신뢰가 깨진다.”


-김봉수 GK 코치 : 미팅 때 시의 적절한 단어들을 포인트마다 잘 사용해 선수들에게 설명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가져오는지.

“우리 팀의 방향을 정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떠올려 선수들에게 이해를 시키려고 한다. 카타르 전(3월14일)을 앞두고는 소중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본선에 진출해 카타르 전 결과에 상관없이 본선에 나간다. 하지만 분명 소중함은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선수들은 기회에 대한 소중함, 일반 국민들이 성원해주는 소중함, 올림픽대표로서 소중함, 국가와 국가 간 경기를 하는 것의 소중함도 있다. 경기를 나가기 전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해 준다.”


-박건하 코치 : 합숙할 때나 평상시나 잠이 없는 편인 것 같다.

“잠이 없지는 않지만 많지도 않다. 7∼8시간은 자야 한다. 나는 잠을 못 자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 일정시간 수면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선수 때는 밤 10시면 잤고 지금은 11시 정도에 자서 7시 경 일어난다.”


-올림픽 팀 주무 축구협회 박일기 대리 : 최근에 CF 광고제의를 받은 적 있으신지. CF 광고 제의를 수락하실 때 특별한 기준이 있으신지.

“제의 받은 건 없다. 기준은 촬영시간이 짧은 것이다(웃음). 너무 연기하는 건 싫어한다. 망가지고 오버해야 하는 것이면 안 한다고 사전에 분명하게 말 한다.”


○선수가 홍명보 감독에게 묻다

-홍정호 : 어떻게 하면 감독님을 능가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너는 이미 나를 능가한 것 같은데. 그 연령대로 따지면 나보다 좋은 선수지. 자기관리나 부상관리 잘 하면 나를 충분히 능가할 수 있을 거다.”


-김영권 : 올림픽에서 메달 따면 감독님 사비로 선수단 전원에게 크게 한 턱 쏘실 의향이 있나요.

“좋다. 메달 따면 거하게 한 턱 쏘마. 대신 네가 일본으로 돌아가서 한국에 없을 때인 7,8월에 쏠께.”


-박종우 : 선수시절 특별한 징크스는 없으셨는지.

“되도록이면 안 만들려고 했지. 예를 들어 양말을 왼쪽부터 신었는데 지면 다음날 오른쪽부터 신는 식으로.”


-남태희 : 훈련장 말고 평상시 자유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호텔에서 한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호텔 밖에도 잘 안 나가시는 것 같던데 선수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건가요.

“되도록이면 선수 많은 데 안 가려고 하지만 일부러 피해 도망 다니고 하진 않는데….”


-서정진 : 최근 머리숱이 많이 적어지신 것 같습니다. 많이 힘드신가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나이를 먹다보니 자연스러운 건데 뭘. 정진이만 잘 해주면 걱정 없지 뭐.(웃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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