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범수 “저를 보고 MBC 킬러래요”

입력 2012-03-29 16: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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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 사진제공|씨네2000

흔하게 보던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29일에 개봉하는 ‘시체가 돌아왔다’(감독 우선호)는 도난당한 시체를 두고 이해가 엇갈린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벌이는 코믹 액션이다. 탄탄한 짜임새와 허를 찌르는 유머, 첩보전을 가미한 반전이 어우러졌다. 자칫 산만하기 쉬운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끄는 주역들은 이범수와 김옥빈, 류승범. 엉뚱한 시체 납치극을 벌이며 독특한 웃음을 만든 주인공 가운데 이범수·김옥빈을 영화 개봉에 앞서 만났다.

이범수(42)는 자신이 넘쳐 보였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SBS ‘샐러리맨 초한지’는 마지막회 시청률 20%를 넘으며 호평을 들었고, 이제 개봉을 앞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시사회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이범수는 “먼저 말하기 민망하다”면서도 상기된 얼굴로 “정교하게 완성된 영화에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최근 이범수 주위에는 훈풍이 분다. 2010년 출연한 드라마 ‘자이언트’에 이어 ‘초한지’까지 성공했고 얼마 전에는 첫 딸의 돌을 맞았다.

“몇 년 전 점을 봤는데 인생의 정점은 마흔 다섯 살”이라는 이범수는 “아직 몇 년 남았지만 점점 쓰임이 많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 “위치 좋은 선수에게 공을 패스한 기분”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이범수는 비상한 두뇌의 공학 연구원 현철로 등장한다. 그가 코미디 영화에서 주로 맡았던 엉뚱하고 망가지는 역할이 아니다.

현철은 주변을 정확하게 파악해 갖가지 작전을 완벽하게 짜내는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다.

이범수는 “골 욕심 내지 않고 대신 좋은 위치의 다른 선수에게 공을 양보했다”고 했다. 골 욕심이란 곧 코미디 욕심. 이범수는 이번 영화에서 그 역할을 류승범에게 양보했다.

“현철은 평범해요. 어떤 에너지로 이야기를 끌어야 할지 저울질을 했어요. 관객에게 ‘쟤는 왜 나온거야?’라고 욕먹을 수도 있겠죠. 잘 해야 본전이다 싶었지만 꼭 해내고 싶었어요.”

이범수는 자신의 역할을 축구선수에 비유했다. “득점 욕심에 골을 남발하느냐, 경기를 조율하느냐의 기로였다”며 “유방(‘초한지’에서 맡은 인물)을 연기한 나로서는, 몸이 근질근질했다”고도 말했다.

영화는 평범한 도난극으로 출발해 할리우드 B급 코미디가 떠오르는 3인조 강도단의 ‘찌질한’ 도주극으로 진화한다.

그러다가 이성천재(이범수)와 감각천재(류승범)의 완벽한 작전으로 완성된다. 이범수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접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개봉을 기다리는 지금, 그는 촬영을 돌이키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공동묘지에서 불타는 관을 피해 내달리는 장면은 아찔하죠. 이삼일 동안 밤을 새 찍었어요. 급경사에서 계속 달리는 데 자칫 잘못하다 무릎이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었어요. 다행히 계산이 정확한 감독의 덕을 봤어요.”

우선호 감독은 이범수에게 시나리오를 건넬 때 영화 배경음악을 담은 USB도 함께 전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이 음악을, 저 장면에서는 그 음악을 들으라는 설명까지 곁들인 시나리오는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정확하게 계산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죠.”


● “별명이 ‘MBC 킬러’…남 주기 아까운 작품은 욕심”

이범수는 이 영화를 끝내고 곧바로 ‘초한지’ 촬영에 참여했다. 영화 후반 작업 도중 드라마를 본 우선호 감독은 이범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화 찍을 때 웃기고 싶은 걸 참느라 얼마나 몸이 근질거렸죠?”

이범수는 안방극장에서는 불패의 배우다. ‘자이언트’는 시청률 40%를 넘었고 ‘초한지’도 한 자릿수로 출발해 결국 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 1위로 막을 내렸다.

오죽하면 드라마 촬영장에서 이범수를 두고 “MBC 잡는 킬러”라는 말까지 나왔다.

시청률 1위를 달리던 경쟁 드라마를 따라잡는 기록을 여러 번 세웠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의 시청률이 20%를 넘은 게 1년3개월만이래요. ‘초한지’ 전에 20%를 넘은 걸 찾아보니 ‘자이언트’였어요. 그래서 별명이 MBC 킬러죠. 싫지 않습니다.”

이범수는 안방극장에서 더 자유롭게 연기 변신을 한다.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는 물론 최근 출연작까지 그가 맡은 인물에는 공통 분모가 없다. 이유가 있다.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식의 미사여구로 설명하고 싶진 않아요. 장난감을 갖고 놀다보면 더 복잡한 걸 조립하고 싶잖아요. 운도 좋았죠. 남 주기 아까운 작품을 놓치지 않다보니까. 하하.”

결혼과 육아는 이범수에게 삶의 여유도 줬다. “결혼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 졌느냐”고 물으니 이범수는 “그 문장은 양에 차지 않는다”며 상황 설명을 곁들였다.

“남자 배우는 늑대 같은 눈빛을 원해요. 결혼하고 편해지니까 그런 눈빛은 자연히 사라지죠. 집에서 아이와 깔깔대고 웃는데 문득 ‘앞으론 야수 같은 눈빛을 갖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아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배움을 얻은 거니까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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