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동유럽 공격 듀오 활용에 대한 해법을 완전히 찾아냈다. 1일 서울전에서 쐐기 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는 스테보(왼쪽)와 3월 인천 원정에서 PK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라돈치치의 의기양양한 표정. 스포츠동아DB
‘투톱 세우면 플레이패턴이 제한’ 우려
윤성효감독, 스테보 측면이동 정면승부
서울전서 라돈치치 AS…‘희생’도 소득
“둘이 플레이 스타일이 같다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수원 삼성 윤성효 감독은 동유럽 공격 콤비 스테보(마케도니아)와 라돈치치(몬테네그로)를 함께 세우면 아무래도 플레이 패턴이 제한되지 않겠냐는 물음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답해왔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엔 우려가 많았다.
2월 일본 오키나와 전훈 당시 둘은 투 톱에 배치돼 손발을 맞췄지만 100%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현지에서 진행된 연습경기 내용도 썩 좋지 않았다. 지난 달 24일 K리그 4라운드 제주 원정(1-2 수원 패)은 최악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로부터 작년 챔피언스리그 난투극으로 올시즌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스테보가 징계 해제 이후 처음 출전한 공식 경기였다. 수원은 스테보를 후반 13분 교체 투입해 라돈치치와 호흡을 맞추도록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콤비네이션은 온 데 간데 없고 시즌 초반 수원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던 라돈치치의 파괴력마저 사라져 우려를 자아냈다.
그래서 1일 서울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수원 공격 조합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불과 한 주 만에 제주전 패배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대세를 이뤘다.
그럼에도 수원 코칭스태프는 꼿꼿했다. 정면승부를 걸었다. 나름의 구상이 있었다. 라돈치치를 성남에서 영입하면서부터 준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스테보의 측면 배치였다. 둘이 함께 투입돼야 상대 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나란히 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서울 벤치는 판단했다. 하지만 스테보의 측면 이동까지는 예견하기 어려웠다. 결전 당일, 출전 엔트리가 발표되자 서울 최용수 감독은 “수원이 어떻게 엔트리를 짤지 예상했었다”고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결국 스테보-라돈치치 공생 해법을 찾은 수원의 완승이었다. “남들은 걱정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던 윤 감독의 말처럼 90분간의 흐름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했던 대표팀 최강희 감독도 “수원의 밸런스가 좋다. 원 톱과 측면까지 조합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칭찬했다.
수원의 소득은 또 있었다. ‘희생’이었다. 스테보와 라돈치치는 서로에 대한 경계심과 묘한 경쟁의식으로 유기적인 패스를 주고받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반 34분 스테보의 쐐기 골은 라돈치치의 날카로운 어시스트에서 비롯됐다. “내 친구가 더 좋은 자리에 있었다”던 라돈치치의 소감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