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털털한 성격의 여주인공 서연을 잘 표현한 수지. 하지만 그는 “아직 첫사랑의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드림하이’때 배용준 선배님 앞에서 연기
기죽지 않고 당당하다 칭찬도 받았는데…
연기력 논란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오기
연예인으로서 꿈은 노래·연기를 즐겁게 하는 것
인간 수지로는 실력 쌓아 심리학 교수 되고 싶어
“실력”
수지(18)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실력’이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의 소녀,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아시아 각국 팬을 거느린 아이돌 스타이자,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또래는 지금 한창 꿈을 찾을 나이에 그는 이미 꿈의 성취를 향해 높은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수지는 “나를 개발할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미쓰에이의 새 음반까지 나와 “하루에 길어야 세 시간을 잔다”고 할 정도로 바쁘다. 그런데도 지치기는 커녕 “아자 아자! 나는 10대니까”라며 양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양 볼의 보조개를 만들어 보였다.
● “그 시대에는 다 그랬다고 하던데요? 아닌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는 1990년대 대학 신입생 서연을 맡았다. 제주도 출신의 음대생. 갓 시작한 서울 생활에 적응하며 높은 곳을 동경하는 여자이고,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첫사랑이다.
- 무대 위 수지와 스크린 속 수지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아요.
“와! 제가 정말 듣고 싶은 칭찬이에요. 하하.”
- 스크린에 자기 얼굴이 나올 때 기분이 어땠어요.
“영화를 두 번 봤어요. 기분이 묘했는데 숨을 죽이고 완전히 긴장했죠.”
- 데뷔작(2010년 ‘드림하이’)에 이어 영화에서도 주인공만 하네요.
“‘드림하이’가 끝나고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다이어리에 몇 달 동안 ‘난 영화를 하고 말테야’ ‘영화를 하면 정신차리고 할거야’라고 수없이 적었어요. 하하, 근데 진짜 영화가 온 거예요. 와! 신기해요. 오픈 마인드로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솔직히 무슨 감정인지 전부 이해하지 못했지만 영상으로 만들면 설레는 느낌이 될 것 같았죠.”
- 다이어리에 왜 하필 영화를 적었어요?
“딱히 이유는 없는데요. 드라마 했으니 막연하게 하고 싶은 기분에 그냥 열심히 썼어요.”
- 영화에서 서연은 1996학번인데, 실제로 1994년생이죠. 서연을 대하는 수지의 마음은.
“승민(이제훈)을 어색하게 만나 친해지고, 이야기 나누고 놀러 다니면서 주고받는 감정들을 그대로 다 느꼈죠. 그 느낌을 과장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 촬영장에서 남자 스태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소문이….
“크크. 자연스러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러움에 적응해야 한다고. 사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저는 ‘어디 둬도 알아서 살아남을 아이’라고 말했어요. 그 뜻을 알았죠.”
- 서연과 수지는 얼마나 닮았나요.
“거의 비슷해요. 영화처럼 남자친구가 갑자기 저한테 ‘꺼져’라고 말하면 곧바로 ‘왜?’라고 물을 거예요. 승민이가 너무 답답해요. 바보 같지 않아요? 친구랑 있을 땐 욕도 잘하면서, 서연이 앞에서는 바보가 돼요. 하긴 그 시대(1990년대)는 대부분 그랬대요.”
- 누가 그래요.
“그 때 스무 살 즈음이던 사람들이요. 앗! 아닌가…(웃음). 뭐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 영화처럼 돈 많고 멋진 서클 오빠와 약간 답답한 친구 승민 사이에 놓인다면 누구를 선택할까요.
“승민이요. 둘 만의 공간을 오가면서 둘 사이엔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생길 거예요.”
- 정말 아직까지 첫사랑의 경험은 없어요.
“진짜인데…. 하고 싶어요. 하하.”
● “배용준 보고 쫄지 않아서 칭찬 받았죠”
- ‘드림하이’의 김수현, ‘건축학개론’ 이제훈과 모두 키스신을 찍었는데 둘을 비교하면.
“(김)수현 오빠는 캐릭터나 작품 분석을 열심히 해요.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해 편하게 연기하도록 많이 도와줘요. (이)제훈 오빠는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요(영화에서 동갑 친구로 나온 둘의 실제 나이 차는 열 살이다). 배려를 많이 받았죠.”
- 연기하는 아이돌도 많은데, 솔직히 주위의 질투심이 느껴진다? 느끼지 못한다?
“음…. 거의 못 느끼겠는데요.”
- ‘드림하이’ 때 같이 출연한 배용준으로부터 ‘같은 배씨여서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는데.
“드라마에서는 제가 완전 대드는 역이었잖아요. 포스가 있는 분이라서 연기를 잘 못할 수 있던 상황이었는데 당당하게 하니까.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고 ‘쫄지 않는다’고 칭찬받았어요. 어려웠죠. 그래도 그냥 했어요.”
(‘드림하이’ 촬영 당시 배용준과 수지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배용준은 ‘드림하이’ 주인공인 김수현, 함은정 등에게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휴대전화로 배용준의 메시지를 받고 놀란 후배들은 깍듯하게 존칭을 써서 장문의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수지가 배용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간단하다. “감사해염”)
- 아이돌이 아닌 고등학생 수지의 최대 관심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면 아마도 대학?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일정이 바쁘다보니 저를 개발할 시간이 없어요. 그게 정말 안타깝고 속상해요.”
- 어떤 개발….
“노래연습, 연기수업, 춤 연습. 악기도 배우고 싶고 중국어도 배워야 해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니까 대학도 고민해야죠. 아직 진학은 결정하지 않았지만 불안해요. ‘드림하이’ 찍을 땐 딱 세 시간 틈이 있어도 잠 안자고 연습실로 달려가서 연습을 했어요.”
- 그렇게 개발해서 하고 싶은 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심리학 공부요. 어릴 때부터 남을 꿰뚫어 보는 걸 좋아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어요. 어떤 생각을 할까, 왜 저런 궁금증을 갖고 있을까. 서점에 가면 항상 심리학 코너에 가서 기웃거려요.”
이 말을 옆에서 듣던 매니저는 “너의 진짜 꿈도 말해 보라”고 부추겼다. 그러자 수지는 수줍게 “심리학 교수?”라고 대답한 뒤 크게 웃었다. “교수는 사실 너무 너무 먼 이야기고요. 먼저 실력을 키워야죠. 심리학 쪽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꿈은 있어요.”
● “연기력 논란, 티 안내려고 했지만 막막했다”
- 미쓰에이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셋째 주부터 중국에서 활동을 해요. 올해는 아마 중국에서 열심히 일할 것 같아요.”
- ‘드림하이’와 ‘건축학개론’은 1년 차이지만 연기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가 많아요.
“아 연기력 논란이요? 티 안내려고 했어요. 처음이라 막막하고 두려웠지만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마음먹었어요. 대본을 씹어 삼키고(웃음), 휴지로 만들었어요.”
- 연예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더 실력을 쌓아 아시아의 톱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무대에서 즐기고 싶어요. 실력을 쌓아서 우리만의 음악을 찾아야죠. 연기도 그래요. 솔직히 지금까지 연기하며 한 번도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또래 연습생들 얘기 들어보면 연기가 너무 재미있데요. 근데 저는 잘 몰라요. 그래서 연기를 제대로 한 번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ie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