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1104일만에 선발승…정재복 드라마

입력 2012-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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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련과 좌절이 있었기에 공 하나하나에 혼이 느껴졌다. LG 정재복은 17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져 단 1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직구 구속은 대부분 130km대에 그쳤지만 노련한 투구로 SK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정재복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팔꿈치 수술·힘겨운 재활 딛고 마운드 복귀
SK전 6.2이닝 노히트노런 감동적인 첫승
정재복“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던졌다”


한때 그는 LG팬들 사이에서 ‘마당 재복’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 그리고 한동안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그가 부활 찬가를 불렀다. 재기의 무대는 자신의 고향 인천이었다.


○6.2이닝 노히트로 1104일 만에 선발승

LG 정재복(31)은 17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무안타 2볼넷 2탈삼진으로 호투하며 2009년 5월 9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1104일 만에 선발승을 낚았다. 7회 2사까지 79구를 던지며 노히트노런을 기록 중이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과감하게 정재복을 교체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부터 한계투구수를 80개로 설정하고 있었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바꿨다”고 설명했다. 정재복 이후 공을 넘겨받은 유원상 역시 8회 2사까지 팀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SK 박재홍에게 우월 2루타를 허용하며 대기록이 무산됐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페넌트레이스 또는 포스트시즌에서 팀 노히트노런이 나온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정재복은 “노히트노런은 의식하고 있었지만, 팀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웃었다.


○재활의 터널 뚫고 인간승리

정재복은 인하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2년 7월 대학선수권에서 혼자 5승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그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선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드림팀 멤버에 포함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3년 LG 입단 이후에는 마운드의 소금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4∼2008년 5시즌 동안 무려 233경기에 등판했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이 찾아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한때 우울증이 찾아올 정도로 힘겨웠던 재활의 터널을 뚫고, 다시 2군 무대에 선 것은 지난 시즌 후반기.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었던 진주 마무리훈련을 떠올리며, 정재복은 “매일매일 내 한계에 섰다”고 말했다. 상체 위주의 투구폼을 성공적으로 수정하면서 공에는 혼과 힘이 실렸다. 17일 경기에서도 정재복의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난의 경험은 그에게 완급조절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은 “타자들을 요령 있게 상대했다. 이따금씩 포크볼을 구사했는데, 타이밍을 뺏는데 효과가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LG 정재복=그간 3번의 등판 내용이 안 좋아서 오늘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믿고 내보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고맙다. 앞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히트 상황에서 교체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뒤에 불펜투수들을 믿고 편하게 내려왔다.

문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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