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환 “성우가 웬 뮤지컬? 내 꿈의 종착역!”

입력 2012-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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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 성우 안지환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통해 꿈에 그리던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안지환은 “관객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무대에 서고 싶다”며 뮤지컬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엔터테이너 성우 안지환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통해 꿈에 그리던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안지환은 “관객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무대에 서고 싶다”며 뮤지컬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전천후 성우 안지환, ‘헤어스프레이’로 뮤지컬 데뷔

고교때 본 ‘아가씨와 건달들’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헤어스프레이’ 뚱보엄마 에드나역
행복 그 자체, 힘든 점은? 춤
피아노 반주자가 비웃을 정도…

꿈의 변신…무대 위선 ‘웃음 팍팍!’


외화, CF, 예능, 시사를 넘나드는 전천후 성우 안지환(43). ‘예능 1세대 성우(본인은 한사코 부인하고 있지만)’로 불릴 정도로 방송에서 넘치는 끼를 보여주고 있는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안지환은 13일부터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주인공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친다. 젊은 시절 유명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현실에서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터프하면서도 코믹한 뚱뚱보 엄마다.

“성우가 웬 뮤지컬?”인가 싶지만 안지환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온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성우도 연기자입니다. 마이크 앞에서 무대로 자리를 옮긴 것뿐이죠”.

원래 안지환은 배우를 꿈꿨다. ‘뮤지컬 배우’는 그 꿈의 종착역이었다. 뮤지컬의 꿈을 키우게 한 작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더라고요. 무대에서 배우들이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도저히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어휴∼, 보세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니 팔에 소름이 돋네.”

“기회만 오면 반드시 도전하겠다”고 노리던 그에게 ‘헤어스프레이’에 앞서 뮤지컬 출연의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개그우먼 김지선이 주선해준 역할. 하지만 공연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이 겹치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이번엔 ‘헤어스프레이’ 출연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입학이 겹치기까지 했다. ‘방송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고, 뮤지컬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음을 바꿨다. ‘모두 다 해보자’고.

‘헤어스프레이’의 에드나는 여자. 하지만 남자배우가 뚱보 여장을 하고 출연한다. 지금까지 정준하, 문천식 등이 이 인물을 거쳐 갔고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공형진이 안지환과 함께 캐스팅됐다. 개그맨 또는 그들 못지않게 순발력과 재치가 강한 연기자들이 주로 맡은 캐릭터이다.

“걱정없어요. 성우 중에 코미디 프로그램을 한 사람은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MBC ‘코미디하우스’에서 ‘삼자토론’ 코너 진행도 했죠. ‘개그야’도 나갔고. 코미디 영화 더빙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막상 뮤지컬 연습을 해보니 연기나 노래보다는 춤이 걱정이라고 했다. 노래는 과거 라이브 카페에서 통기타 공연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라 자신 있단다.

“문제는 춤을 추면 노래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죠. 사실 춤을 춰 본 적이 없어요. 몸치 끼가 있죠.”

연습할 때마다 그 혼자만 계속 스텝이 엉켰다. 결국 한 스태프가 불쑥 다가오더니 “이렇게 하시는 거에요”라고 시범을 보였다. 안무 담당이 아닌 피아노 반주자였다. 연습 반주를 하다가 안지환의 허술한 춤을 보다 못해 일어선 것이었다. 연습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안지환은 “다행히 매니저가 백댄서 출신이라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뮤지컬 배우들과 연습을 하면서 ‘저 친구는 성우를 해도 참 잘 하겠다’ 싶은 사람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극중 쇼 프로그램 진행자 코니 콜린스 역의 이창원은 당장 성우로 나서도 톱클래스 수준이에요. 그밖에도 톤이 안정적인 배우들이 많죠.”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배우들과의 관계에서도 느껴졌다. 그는 “대본보다 배우 이름을 먼저 외웠다”고 했다. 기자에게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에는 배우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A4 용지 사진이 담겨 있었다.

“비록 엄마 역이지만, 저도 트레이시 같은 10대 딸을 둔 부모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관객 여러분께서 웃을 준비를 하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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