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선수 동기부여? 뭐니 뭐니 해도 머니!

입력 2012-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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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OB 김유동이 6차전 9회초에 승부를 가르는 만루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OB는 원년에 ‘현찰박치기’로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했다. 스포츠동아 DB

선수를 야구에 미치게 만드는 ‘돈의 맛’

1982년 OB, 경기후 성적따라 현찰 지급
선수들 집중력 배가…초대 챔프 원동력
해태, PS때 우승 보너스 약속 ‘V9 신화’
FA 도입되자 선수들 스스로 대박 준비


전설이 된 고(故) 최동원. 마운드에서 항상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상대를 압도했던 모습은 야구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의 투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박영길 전 감독이 비밀의 조각을 알려줬다. 프로와 아마추어 시절 롯데의 감독으로 함께했고, 최동원의 조부가 야구부를 창단한 인연으로 야구선수가 됐던 박 감독의 증언.

“최동원이 마운드에 서면 부친 최윤식 씨가 항상 백스톱 뒤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아들이 마운드에서 혹시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고인(故人)은 자신의 의족을 세게 두드렸다. 아들이 들으라고 했다.”

상이군인 최윤식 씨는 아들을 최고 투수로 만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했다. 일반인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의 희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동원에게 아버지의 이런 행동은 모든 공에 혼(魂)을 담아서 던지는 계기가 됐다. 멘탈 또는 정신력이라고 말하는 동기부여. 최동원의 불꽃피칭은 아버지의 희생과 노력이 긍정적 동기부여로 이어지면서 꽃을 피웠다.


○프로야구 원년의 동기부여는 ‘현찰박치기’

1982년 선수구성으로 볼 때 우승후보는 아니었던 OB의 우승. 동기부여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OB는 누구보다 먼저 현찰박치기를 이용한 메리트 시스템을 실시했다. 매니저였던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의 증언.

“매니저는 다양한 일을 했다. 경기기록을 하고 홍보도, 트레이너도 했다. 경기가 끝나면 기록지를 들고 김성근 코치를 찾아갔다. 김 코치가 승리투수 등 개인기록 이외의 코칭스태프가 정한 수훈선수 등을 알려주면 007가방에서 돈을 꺼내 나눠줬다. 재미있는 것은 밴드마스터상하고 불펜대기투수상 등이었다. 밴드마스터상은 덕아웃에서 열심히 동료를 응원한 선수 몫이었다. 불펜에서 많은 공을 던지며 대기한 선수에게도 혜택을 줬다.”

경기당 100만원을 한도로 했다. 중요한 경기는 200만원, 300만원으로 올라갔다. 완봉승 투수가 50만원을 받아갔다. 결승타를 포함해 홈런 등 멀티안타를 친 선수는 수십만원을 가져갔다. 당시 대기업 과장의 월급이 20만원 정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돈으로 흥청망청했다. 매일 밤 신나게 놀다가 다음날 아침 피곤한 얼굴로 나타났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눈을 반짝거리며 돈 사냥에 나섰다. 그 돈으로 강남에 집을 산 선수도 있다.


○돈 없는 호랑이의 동기부여는 우승 보너스

OB가 성공적인 동기부여책을 쓰자 다른 구단도 뒤를 따랐다. 1982년 삼성과 MBC가 뒤를 이었다. 모든 구단이 같은 정책을 쓰자 효과는 줄어들었다. 1984년 각 구단 사장들은 음성적인 메리트 시스템을 중지하자고 결의했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1983년 해태의 우승도 돈과 관련됐다. 후반기 우승팀 MBC 선수들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큰 보너스를 기대했다. 고(故) 김동엽 감독이 기대감을 부풀려놓았다. 그러나 결전의 당일까지도 기대했던 돈 소식은 없었다. 감독이 제 아무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더 많은 돈을 준다’고 설득했지만 선수들은 백지어음보다 현찰을 원했다. 해태는 적은 액수지만 베팅 타이밍을 잘 잡는 팀으로 유명했다. 그 돈마저 힘에 부칠 때 나온 것이 바로 우승 보너스였다. 해태 선수들은 가을에만 나오는 우승 보너스를 위해 하나가 됐다. 헝그리 정신이었다.

한국시리즈 배당금이 커지면서 선수들의 몫도 커졌다. 1998년 현대가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배당금의 크기가 달라졌다. 손이 컸던 현대는 시리즈 배당금에 추가로 보너스를 줬다. 2002년 삼성이 비원(悲願)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배당금에 더해 무려 30억원의 돈이 나갔다. A급 선수들은 1억원 이상을 받았다.


○FA 대박 꿈의 명과 암

2000년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도입됐다. 구단들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그전까지 야구를 하면서 벌었던 돈과는 차원이 다른 액수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먹튀’도 나왔다. FA를 앞둔 마지막 시즌에 팔이 빠지라고 던진 투수들이 아무래도 타자들보다는 더 위험했다. 이런 가운데 송진우는 FA의 모범사례였다. 계약기간을 3번이나 채우며 잘만하면 로또를 2번 이상 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요즘 선수들이 술도 안 먹고 알아서 훈련하는 이유다. 그래서 FA 예비선수를 보면 시즌 성적을 짐작할 수 있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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