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스포츠동아DB
“승리 향한 열정과 동료 믿음 덕분”
선발이 일찍 내려와도, SK는 이긴다. 이 패러독스의 뒤편에는 든든한 ‘믿을 맨’이 버티고 있다. SK의 롱릴리프 이재영(33·사진)은 지난주에만 2승을 챙겼다. 7일 잠실 두산전에선 2회 마운드에 올라 4.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10일 문학 삼성전에선 4회 등판해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6월 3경기 8.2이닝 동안 방어율은 0이다.
이재영은 “(5월 24일) 문학 두산전을 마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0.2이닝 4실점. 무엇보다 “맞지 않기 위해 도망을 다니다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것이 싫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은 신경 쓰지 말자. 딱 내 역할만 하자. (박)희수랑 (정)우람이까지만 잘 연결시켜주자…. 이렇게 마음을 좀 고쳐먹었어요.” 심리적으로 편해지니, 제구력은 더 날카로워졌다.
구원으로만 시즌 5승을 챙긴 그는 현재 팀 내 최다승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 때문에 지지만 말자, 팀에 민폐는 끼치지 말자고 생각해요. SK는 이기려고 하는 열망이 눈에 보이는 팀이거든요.” 지난 시즌 이재영이 패전처리를 맡을 때도 박재상, 임훈, 정상호 등 후배들은 “형이 있기에 우리가 버티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 고맙고, 팀에 더 미안했다. ‘하나보다 전체’를 더 소중히 하는 SK의 유전자는 자연스럽게 이재영에게도 이식됐다. “제가 힘든 부분이 있어도 그 짐을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편하죠. SK는 그런 팀이에요.”
11일은 휴식일이었지만 이재영은 동료들과 어울려 개인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SK에 있으면 다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목표’를 묻는 질문에 “팀, 함께, 우승”이라는 단어들을 되돌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