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무적함대, 달라붙은 빗장수비 “다음에 손봐주마…”

입력 2012-06-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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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파격적인 전술 실험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양 팀은 11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유로 2012 C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페르난도 토레스를 비롯해 공격수들을 선발 명단에 넣지 않았다. 그 대신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사비 알론소를 중앙 미드필드에 세우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을 전방에 배치했다. 형식적으로는 4-3-3 포메이션이지만 스리톱 중에 전문 스트라이커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로 톱’ 전술로 불린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극단적인 5백 수비를 들고 나왔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평소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에마누엘레 자케리니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강점인 전방 패싱 플레이를 차단하기 위해 두꺼운 수비벽을 설치한 것이고 스페인은 최전방에서의 플레이가 아닌 미드필드부터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수비벽을 돌파하려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스페인에는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넘쳐나 이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려 한 포석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공격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양 팀 모두 최근 국제 경기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은 파격 전술을 시도했다.

수 싸움에서는 이탈리아가 앞서가는 듯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15분 안토니오 디나탈레가 대각선 슛을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스페인은 3분 뒤 파브레가스가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좁은 공간을 파고 든 뒤 날린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수비가 더욱 견고해진 반면 스페인은 공을 지나치게 돌리거나 끄는 등 공격수가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델보스케 감독은 후반 30분 결국 전문 공격수인 토레스를 투입했다. 그러나 토레스는 골키퍼와의 정면 대결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양 팀의 전술 대결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 챔피언 스페인의 아쉬움이 더 큰 듯했다. 스페인 언론은 득점에 실패한 토레스를 맹비난했다. 한편 크로아티아는 같은 C조에서 아일랜드를 3-1로 이겼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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