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2012 팔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1사 2루에서 SK 최영필이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1위 SK는 윤희상을 8위 한화는 양훈을 각각 선발로내세웠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SK 최영필(38·사진)이 자주 듣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에도 같았다. “지금 저쪽 팀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요…. 정말 의식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내가 상대하는 타자들만 생각할 뿐입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조건 없이 풀어준 한화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2010시즌 후 한화 소속이던 이도형과 최영필은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했지만 이듬해 1월 15일까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1년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이도형은 은퇴를 택했다. 그러나 최영필은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멕시칸리그와 일본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보상권리를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SK와 계약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서운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또 고마운 마음도 있다. 그래서 한화는 그에게 ‘애증의 팀’이다.
15일 최영필은 경기를 앞두고 한화 덕아웃을 들렀다. 옛 동료들과 마주한 그는 연신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잘 돼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는 이날 8회 선발 윤희상을 구원해 1.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010년 6월 18일 대구 삼성전 이후 728일 만의 승리였다. 0점대의 방어율(0.61)도 이어갔다.
지난 1년간 그는 거의 혼자서 훈련을 했다. 외로움이 엄습했지만, 그럴 때는 술 한 잔을 마시고 또 훌훌 털어버렸다.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이요? 꼭 한번 다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그 마음이었지요.” 그의 꿈은 야구선수인 아들 종현(16·제물포고) 군과 함께 뛰는 것이다. 그것이 시련 속에서도 그를 지탱한 힘이었다. 최영필은 “오늘은 잘했으니, 아들에게 전화가 올 것 같다”며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