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창단’ 압박 초강수…공은 KBO·구단으로

입력 2012-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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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직접 뽑은 올스타는 무한한 영광이지만 선수들은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 올스타전 불참을 택했다. 한화 류현진과 한화 선수들이 25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상). 롯데도 뜻을 함께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팬들이 직접 뽑은 올스타는 무한한 영광이지만 선수들은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 올스타전 불참을 택했다. 한화 류현진과 한화 선수들이 25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상). 롯데도 뜻을 함께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선수협 “10구단 무산땐 올스타 보이콧…징계땐 후반기 불참” 왜?


9개구단 단체행동·WBC 보이콧도 불사

긴급 임시이사회 2시간만에 속전속결

“유보된 10구단 문제 KBO 이사회 열고
선수협 납득할 만한 결론 나오면 철회”
구단별 5∼7명 참석…결속력 등 의문


프로야구가 출범 31년 역사상 초유의 올스타전 보이콧 사태에 직면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25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9개 구단 대표들이 참석한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고 ‘현재 유보 상태에 빠진 10구단 문제에 관해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시, 7월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올스타전을 전면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했던 시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초창기에 올스타전이 3경기씩 열릴 때, 비 탓에 1경기가 열리지 못한 적이 있었을 뿐이다. 선수협 차원에서 2001년 포스트시즌 보이콧, 2004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움직임을 보인 적도 있었으나 이때에는 외국인선수 문제가 원인이었고, 실제 보이콧까지 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선수협 결의는 ‘10구단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결연하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대응에 따른 단계적 대처까지 거론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10구단 창단을 원하는 성난 팬들은 삭발까지 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잠실구장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0구단 창단을 원하는 성난 팬들은 삭발까지 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잠실구장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선수협의 벼랑 끝 전술

사실 시간싸움이었다. 올스타전까지 채 한 달도 안 남았고, 다시 선수들이 모이기 어렵다는 현실적 여건에서 25일 뾰족한 결론을 못내면 ‘어영부영’ 올스타전이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25일 바로 ‘올스타전 보이콧’이 결의되자 순식간에 공은 KBO와 구단으로 넘어갔다. 시간이 없는 만큼 KBO와 구단들이 빠른 대처를 못하면 정말로 올스타전이 못 열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선수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오후 1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하던 진갑용(삼성)은 취재진을 향해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물어왔다. 회의 중간 잠시 빠져나온 선수들 역시 “오래 걸릴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스타전 보이콧이 안건에 오른 것은 1시간이 경과된 오후 2시부터였다. 그리고 2시간 조금 넘은 토의 끝에 의견일치를 봤다. “나보다 선수들이 더 강경하더라”는 박재홍(SK) 선수협회장의 놀라움 그대로 선수들도 의외로 여겼을 정도로 빠른 합의였다. 박충식 사무총장은 “온건론을 제시한 구단은 없었다”고 밝혔다. “충분한 숙의 시간을 주고, 팀 미팅 등을 통해 전체 구단 선수들의 중지를 모은 것이 오늘 대표위원들을 통해서 표명된 것”이라고 밝혀 즉흥 결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올스타전 보이콧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스타전이 파국을 맞는다면 전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된다. 과연 KBO가 불참선수들에게 징계를 줄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만약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다면 선수협은 리그 보이콧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후반기 잔여경기를 거부하겠다는 얘기다.

선수협은 올스타전에 누가 뽑히고, 안 뽑히고를 떠나서 NC 다이노스까지 포함한 9개 구단의 모든 선수들이 동참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충식 사무총장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리그 보이콧 안에 들어가는 얘기”라고 말해 국제대회 불참까지도 당연히 시야에 넣고 있음을 밝혔다.


○정말 올스타전이 없어질까?

그렇다면 올스타전 보이콧을 피할 수 있는 선수협의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KBO가 올스타전 전까지 이사회를 개최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답보상태에 빠진 10구단을 안건에 다시 올려 가부 결정을 확실히 하라는 요구다. 10구단 창단이 통과되면 곧바로 올스타전 보이콧을 취소할 것이고, 10구단 창단이 무산되더라도 선수협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협은 10구단 창단 무산 시 “반대 구단을 확실히 밝히고, 납득 가능한 이유를 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선수대표는 구단별 5∼7명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결속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KBO가 “(이 결과가) 전체 선수들의 의견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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