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사양에서 프로세서, 그래픽 프로세서, 화면 등을 강조하지만 정작 소외 받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스피커다. 또한 노트북 내에 탑재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피커의 크기를 키울 수 없다는 문제점까지 있었다. 참고로 스피커의 음질은 크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에이수스가 노트북의 크기를 키우고, 그 속에 큼지막한 스피커를 넣는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단순하지만 제법 화끈하다. 에이수스의 17인치급 초대형 노트북 ‘N76V’가 그러하다. N76V는 에이수스와 고급 오디오 브랜드 B&O(뱅앤올룹슨)가 함께 제작한 오디오 시스템 ‘Ice Power’와 크기 32mm, 출력 11W(와트)의 스피커 모듈을 탑재했다. 참고로 일반 노트북은 보통 크기 20mm, 출력 2W의 스피커 모듈을 탑재한다. 물리적 크기부터 그 차이가 상당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스피커 모듈의 크기에 대해 말해보자면, 거의 사람 손바닥만하다. (과장을 보태서) 손톱만했던 기존 노트북의 스피커 모듈을 상기해보면 장족의 발전이다. 또한 별도의 외장 우퍼(스피커에서 저음을 담당하는 유닛)를 같이 제공한다.
에이수스는 이 스피커 모듈을 통해 일반 노트북보다 훨씬 뛰어나며 데스크탑PC 못지않은 음성을 출력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클래식, 대중 음악, 팝송 등 몇 가지 음악을 직접 재생해본 결과 일반 노트북보다 음질이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10만원대 데스크탑용 스피커와 비슷한 수준은 된다. 노트북용 스피커 가운데 최상인 것이다.
다만 약간 깡통 두드리는 느낌의 소리가 난다. 따라서 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용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매장에서 한번쯤 스피커의 품질을 체험해보길 권한다. 음질이라는 것은 원래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오죽하면 ‘황금귀(귀가 민감한 사람들을 지칭한다)’라는 용어까지 등장했겠는가. 필자는 황금귀가 아니라, 막연히 좋아진다 이상의 표현은 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
N76V는 스피커뿐만 아니라 모니터도 제법 괜찮다. 1,920x1,080(풀 HD) 해상도 17인치 크기의 화면을 탑재했다. 영화 등을 감상할 때 큼지막한 화면과 뛰어난 스피커가 어울려 제법 ‘볼 맛’나게 해준다. 다만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광시야각 패널을 탑재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옆에서 보거나 위에서 볼 때는 큰 문제 없지만, 아래서 올려다 볼 때는 색상이 왜곡된다.
디아3와 스타2는 원활, 다만 블소는…
N76V는 어지간한 게임은 원활히 실행할 수 있었지만,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실행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N76V는 엔비디아 지포스 GT630M(전용 메모리 2GB)을 탑재했다. GT630M은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 가운데 약간 상위급 성능을 갖췄으며, 몇몇 고사양 게임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게임은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약간 식었지만) 장안의 화제인 디아블로3와 스타크래프트2를 원활히 실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본다. 참고로 3D게임을 원활히 즐기려면 30프레임 이상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2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면 게임을 정상적으로 즐길 수 없다.
먼저 디아블로3의 경우 해상도를 1,920x1,080(풀 HD)으로, 모든 그래픽 관련 옵션을 최고급으로 설정한 후 실행해봤다. 그 결과 평균 30 프레임 내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허나 괴물이 많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2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N76V를 구입한 사용자 가운데 디아블로3를 본격적으로 즐기려는 이가 있다면, 그래픽옵션을 좀더 낮추는 편이 좋을 듯하다.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해상도를 1,920x1,080으로, 모든 그래픽 관련 옵션을 최고급으로 설정한 후 실행해봤다. 그 결과 평균 25 프레임 내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2를 풀옵션으로 실행하기에는 약간 무리고 옵션을 좀더 낮춰야 원활히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정도의 옵션이라면 스타크래프트2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고사양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소울의 경우, 해상도를 1,920x1,080으로 설정하고 옵션을 최대한 낮췄더니 30프레임 내외의 결과가 나왔다. 아직 게임자체의 최적화가 덜 이루어진 탓도 있지만, N76V의 성능이 블레이드&소울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해상도를 1,280x720으로 낮추면 좀더 높은 옵션을 줘도 된다).
그래픽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우수
N76V는 외관을 알루미늄으로 구성했다(플라스틱을 사용한 부분도 있다). 과거에는 플라스틱 재질이 널리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제품이 한층 튼튼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장점이 있는 알루미늄이 더 인기다.
때문에 N76V는 대단히 튼튼하다. 그야말로 총알을 막아낼 기세다(진짜 막지는 못하니 실험해볼 사용자는 없길 바란다). 게다가 알루미늄 재질의 노트북들의 고질병인 손바닥을 대는 부위(팜레스트)의 전력 누수 현상도 없다. 내부 설계를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전력 누수가 발생하면 노트북 사용도중 가끔씩 손가락에 정전기가 흐른다.
N76V는 3세대 인텔 코어 i7-3610QM(쿼드코어, 2.3GHz) 프로세서, 8GB의 메모리, 1TB의 저장공간을 탑재했다. SSD는 탑재되지 않았다. 이밖에 N76V은 USB3.0 단자 4개, HDMI, VGA, SD카드 리더기, DVD 멀티 드라이브(읽기 쓰기 둘 다 가능) 등을 갖췄다. 단자의 개수도 타 노트북에 뒤지지 않는다.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오래 사용할 수는 없다. 정전 대비용 이상의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N76V의 가격은 약 150만 원 내외로 제법 높은 편이다.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공간은 가격대에 어울린다. 하지만 그래픽 프로세서로 GT650M급을 탑재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GT630M의 성능이 그리 뒤떨어지지 않고 스피커를 강화했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음악 감상을 중시하는 사용자라면 눈 여겨볼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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