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멀티타점 추가…시즌 53타점 1위 굳건
日 진출 첫 해부터 ‘타격 4관왕’ 가시권
대한민국 4번타자의 ‘남벌’에 불이 붙었다.
오릭스 이대호(30)가 8일 QVC 마린필드에서 열린 지바롯데 원정에 4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시즌 14호 홈런포를 터뜨리며 퍼시픽리그 홈런·타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홈런은 1회초 시작하자마자 터졌다. 2사 3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지바롯데 좌완 선발 요시미 유지의 바깥쪽 체인지업(시속 105km)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의 2점홈런을 뽑아냈다. 이로써 이대호는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세이부 나카무라 다케야(13홈런)를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 1위로 떠올랐다. 아울러 2타점도 추가했다.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타점을 올리며 9타점을 쓸어 담아 시즌 53타점을 기록, 1위를 굳건히 했다.
4회와 6회에는 내야땅볼로 물러났으나 8회 우완투수 마쓰다 나오야의 직구를 받아 쳐 중전안타를 추가했다. 이로써 타율 역시 0.303까지 끌어올렸다.
8일까지 오릭스의 시즌 144경기 중 이대호는 76경기를 소화해 반환점을 넘어섰다. 일본야구 진출 첫해에 3할-30홈런-100타점이 가능할 페이스다. 홈런 타점은 물론 장타율(0.522), 출루율(0.391)까지 타격 4관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더욱 놀라운 점은 여느 장거리포 용병들과 달리 삼진 숫자가 적고, 볼넷은 많이 얻어내고 있다. 삼진(46개)은 10위권 바깥이고, 볼넷은 공동 3위(39개)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은 0.360(7일까지)에 달한다. 장타력-정교함-집중력 3박자를 다 갖춘 셈이다.
역대 일본 무대에서 뛴 한국 선수 중 전반기 최고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지바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현 한화)이었다. 김태균은 2010년 전반기 18홈런 73타점의 폭발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대호가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9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고, 7월 페이스가 절정이어서 김태균의 기록에 도전해볼 만하다.
오릭스는 퍼시픽리그 최하위에 있지만 8일 이대호의 홈런 덕에 4-3으로 이기고, 가장 늦게 30승 고지를 밟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흐름 속에서 이대호의 고군분투가 오릭스의 위안거리다. 오릭스에서도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을 두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대호는 실패하면 안 된다. 이대호의 실패는 곧 한국야구 4번타자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서 이대호는 부담감과 시즌 초반의 시행착오를 빠르게 극복하고, ‘한국 최고는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