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불꺼진 조명탑…이게 뭡니까?

입력 2012-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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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롯데 공격때 조명탑에 불이 꺼져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롯데 공격때 조명탑에 불이 꺼져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목동구장 잦은 정전…울고 웃은 두 감독

승자 김시진 감독 “경기 중단은 불가피”
패자 양승호 감독 “아마 였다면 몰수패”


17일 롯데와 넥센은 목동구장 조명탑 때문에 울다가 웃다가 희비가 교차했다. 먼저 당한 쪽은 홈팀 넥센. 2-2로 맞선 5회말 종료 직후 목동구장 3루 덕아웃 뒤편 조명들 중 일부가 꺼지는 바람에 클리닝타임이 예정보다 6분 이상 지연됐다. 투구 리듬을 잃었는지 넥센 선발 나이트는 6회초 바로 실점했다. 그러나 3-2로 앞서던 롯데의 발목을 잡은 것은 넥센의 7회말 공격에서였다. 1사 2루 중요한 흐름에서 불이 또 나가는 바람에 7분간 경기가 끊어졌다. 맥이 풀린 탓인지 재개된 경기에서 롯데 투수 김성배는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됐고, 후속 투수 이명우가 연속 적시타를 맞아 롯데는 경기 자체를 날리고 말았다.

꼭 조명탑이 승부를 갈랐다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외부환경이 승부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황당하고 서글픈 ‘한국적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목동구장에선 지난해 정전사고에 이어 올해도 벌써 2차례나 조명탑 불이 나가는 사고가 터졌다.


○억울한 넥센, 황당한 롯데

넥센 김시진 감독은 18일 롯데전에 앞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명탑 불이 꺼진 것이 마치 넥센의 탓인 것처럼 비판하는 일부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목동구장의 관리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운영2과의 관할이다. 넥센은 목동을 홈으로 쓰는 팀일뿐 조명탑과는 전혀 무관한 처지다. 넥센으로도 불가항력적인 사태다. 김 감독은 “내 뒷주머니에 리모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것을 조절해서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머리 좋은 사람도 아니다”고 강변했다.

다만 김 감독은 7회 공격 상황에서 경기를 먼저 끊자고 자기가 말한 데 대해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론을 펼쳤다. “일부라도 불이 갑자기 꺼지면 타자는 안 보인다. 조금이라도 안 보이면 보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설령 조명이 복구가 안 돼 서스펜디드게임으로 넘어가는 한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반면 롯데 양승호 감독은 “진 팀은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조명 탓을 대봤자 궁색하다는 의미일 터. 그래도 양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였으면 몰수패 감”이라며 살짝 불편함을 내비쳤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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