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여기는 맨체스터] 홍명보 감독의 이유있는 ‘방콕’

입력 2012-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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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 24시

홍명보 감독의 이유있는 ‘방콕’

“괜한 부담 주기 싫다” 두문불출
선수 방·치료실 발길 뚝!

매일 피말리는 승부 스트레스
잠못드는 밤…얼굴도 핼쑥

버스서는 고참 박주영만 고정석
이동중 휴대전화 금지 휴식 보장

올 3월 올림픽대표팀 코치들과 주요선수들을 대상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묻다’라는 설문을 한 적이 있다. 평소 홍 감독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는 코너였다. 공격수 남태희는 ‘훈련장 말고 평상시 자유시간이나 쉴 때 호텔에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선수들이 편하도록 배려하시는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홍 감독은 당시 “되도록이면 선수들 많은 데 가지도 않지만 일부러 피하지도 않는다”고 답했었다. 현재 이곳 영국에 와 있는 축구협회 관계자도 “식사나 훈련 시간 등을 제외하면 홍 감독님과 자주 마주치지 않는다. 주로 방에 계신 것 같은데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령탑으로 빛나는 4강 신화를 쓴 홍 감독의 영국 24시는 어떻게 흘러갈까.


● 규칙적 수면시간

홍 감독은 잠이 없지도 많지도 않다. 하루 7∼8시간은 자야하는 스타일이라 일정시간 수면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보통 때는 밤 11시경 잠들어 오전 7시경 일어난다. 그러나 이 리듬이 영국에 와서는 조금 흐트러졌다. 협회 관계자는 “가끔 늦게까지 안 주무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매일 매일 피 말리는 승부를 앞둔 스트레스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올림픽을 치르며 홍 감독 얼굴은 몰라보게 핼쑥해졌다.


● 점심 직후 비디오 미팅

대표팀 오전 식사시간은 9시다. 이에 앞서 오전 8시30분부터 보통 산책을 한다. 홍 감독도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호텔 주변을 걷는다. 홍 감독이 선수들과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을 먹은 뒤 선수들이 방으로 올라가면 홍 감독은 코치들과 식당에 남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오후 5시 훈련을 기준으로 했을 때 12시30분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3시부터는 테이핑 등 본격적인 훈련 준비에 들어간다. 이 사이 오후 1시부터 3시가 중요한 시간이다. 매일 하루 한 차례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 미팅이 있다. 상대를 낱낱이 분석하고 한국 전술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핵심 타임이다. 홍 감독 이하 김태영 수석코치, 박건하 코치, 김봉수 GK코치,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모두 참석한다. 이번 올림픽에 동행한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동석할 때도 있다. 이 시간에는 어떤 지원스태프도 미팅 룸 근처에 얼씬할 수 없다.


● 훈련장 이동의 원칙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는 버스를 탄다. 버스는 좌우로 두 열씩 의자가 있는 45인승이다. 선수들이 의자 두 자리를 차지한 채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지원스태프들은 짝을 지어 앉는다. A대표팀은 연령대가 다양해 팀 내 서열이 뚜렷하다. 버스를 탈 때 맨 앞의 감독 자리에서 가장 먼 뒷자리부터 고참들이 앉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림픽 팀은 대부분이 또래들이라 비교적 자유롭다. 단, 와일드카드 중 박주영은 맨 뒷자리가 고정석이다. 버스 안에서는 크게 음악을 틀지 않는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사색하며 시간을 보낸다. 버스 이동 때 원칙이 하나 있다. 선수를 포함한 홍 감독,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누구도 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 훈련장을 갈 때는 앞으로 있을 훈련을 위해 집중하고 훈련이 끝난 뒤에는 조용하게 피로를 풀라는 의미다.


● 훈련은 강도 높게

올림픽 팀은 보통 하루 한 차례 오후 훈련을 소화한다. 멕시코와 1차전을 앞두고는 가끔 오전, 오후 두 차례 훈련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조별리그가 시작된 뒤에는 사흘에 한 번 계속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회복시간이 필요해 오전 훈련은 아예 없다. 홍 감독은 훈련을 한 번 할 때 길게 진행하는 편이다. 2시간에서 2시간30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조별리그가 시작되고 나서는 1시간30분 정도로 줄었다. 오후 훈련 후 7시 경 저녁식사를 하고나면 선수들은 마사지 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홍 감독은 어지간해서는 선수들 방이나 치료실을 찾지 않는다. 괜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지원스태프들은 다음 날 일정이나 동선 등을 보고 논의할 일이 있으면 저녁식사 이후 수면시간 전에 주로 홍 감독과 만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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