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전영희 기자의 “런던올림픽, 이제는 말할수 있다”] “박태환 세계신 페이스”…훈련 훔쳐본 쑨양 코치 깜짝

입력 2012-08-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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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쳤습니다. 이 기간 선수들이 만들어낸 스토리에 환호하고 슬퍼하며 울고 웃었습니다. 스포츠동아가 런던 현지에서 태극전사들을 밀착 취재하면서 미처 기사화하지 못했던 따끈따끈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합니다.


구간별 랩타임 찍어보고 긴장…오심 희비
양궁 최현주, 정회장 생일 선물 받고 감동



○실격소동 겪은 마린보이, 아쉬움이 컸던 이유는?

28일(현지시간) 남자자유형400m에 출전한 박태환(23·SK텔레콤)은 예선에서 실격 소동을 겪었습니다. 결승을 앞두고 심리적·육체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쑨양(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SK텔레콤 전담팀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클 볼(호주) 코치 역시 “그 일만 아니었다면, 박태환의 세계기록과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답니다. 이 관계자는 “박태환이 결승에서 세운 기록(3분42초06)은 훈련 도중에도 여러 차례 나온 수준”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사실 런던 입성 이후 박태환의 컨디션은 최고였습니다. 실제 경기 수영복을 입고 구간별 랩타임을 잴 때도 기록이 너무 좋았다고 하네요. 쑨양의 코치인 데니스 코터렐(호주)이 스톱워치로 박태환의 기록을 찍어보면서 긴장했을 정도였답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큰 경기였습니다. 박태환은 “뒤늦게 얘기해봐야 다 핑계”라며 웃어넘기더군요. 그 답답한 속이야 누가 다 헤아릴까 싶지만 불운에 대처하는 박태환의 자세가 의연해 보입니다.


○최현주 생일까지 챙겨준 정의선 양궁협회장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현주(28·창원시청)는 6일 생일을 맞았습니다. 금메달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는 않았지만, 타국 땅에서 보내는 생일이 마냥 좋을 리는 없었겠지요. 그런 최현주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현대자동차부회장)이 비서진을 통해 명품 지갑을 보낸 것입니다. 포장지를 풀어보니, 정 회장이 친필로 쓴 편지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최현주는 “선물도 너무 감사하고, 친필로 쓰신 편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액자에 걸어 집에 잘 보관 해야겠다”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한국 양궁의 성공 신화를 얘기할 때, 현대차의 헌신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이렇게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졌기에 양궁인들은 현대가(家)에 진심어린 존경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학선 금메달 걸고 거리 활보…화끈한 팬서비스?

한·중 사격 사령탑 주량대결서 한국 기선제압
대체선수 제도 ‘P카드’ 코치 등 편법사용 난무
“실점 원인제공 한 풀었다”…축구 윤석영 눈물



○순수청년 양학선에 런던시민 몰려든 사연

6일 한국 체조의 숙원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장한 일을 해낸 양학선(20·한체대)이 도통 경기장 밖으로 나오질 않네요. 대한체조협회 정동화 회장(포스코건설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2시간 넘게 양학선을 기다렸습니다. 이유는 도핑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소변이 나오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체조관계자들에게 그런 기다림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이 날의 히어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간단한 사진 촬영을 하고, 식사 자리로 이동을 하네요. 그런데 경기장 밖으로 나온 양학선의 목에는 아직도 금메달이 걸려있습니다. 올림픽 챔피언을 알아본 영국 관중들이 그를 에워쌉니다. 이건 뭐…. 20∼30m 움직이기도 힘듭니다. 수차례 사진 촬영이 이어집니다. 그래도 양학선은 피곤한 기색 없이 싱글벙글 이네요. 메달리스트가 경기장 밖에서도 메달을 걸고 다니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인데요. 양학선은 그 모습조차도 순박해 보입니다. 역시 매력덩어리네요.


○사격대표팀 변경수 감독, 장외대결서도 중국에 압승?

중국사격대표팀의 왕이푸 감독은 올림픽무대에서만 2개의 금메달과 3개의 은메달을 목에 건 중국의 사격영웅입니다. 하지만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선전 때문에 기대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에 밀렸습니다.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사격은 중국(금2)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사격대표팀 변경수 감독은 이미 올림픽 이전부터 왕이푸 감독과의 장외대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고 하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왕이푸 감독은 소문난 주당입니다. 언젠가 모 국제대회를 마친 뒤 변 감독에게 술 대결도 제안했었다고 하네요. 변 감독의 기를 좀 죽이고 싶었던 모양인데, 결국 왕이푸 감독이 된통 당했습니다. 변 감독이 맥주잔으로 고량주를 마시는 모습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하네요. 이후 왕이푸 감독은 변 감독을 ‘따거(형님)’로 모신다는 후문입니다.


○P카드 코치·트레이너 등 편법사용

여자탁구 대표팀은 P카드(대표선수가 부상, 질병으로 못 뛸 경우 바꿀 수 있는 대체선수 제도)를 본래와 다른 용도로 사용해 비판을 받았는데요. 여자탁구 박미영이 허리 부상이 아닌데도 전략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당예서와 교체됐죠. 그런데 P카드를 원래 취지와 다르게 사용하는 체육단체가 많더군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대한체육회에 할당한 P카드는 13장인데 역도, 육상, 기계체조, 리듬체조, 사격은 선수가 아닌 트레이너나 코치, 물리치료사가 P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P카드가 있으면 선수단 훈련장까지 들어갈 수 있어 AD카드가 모자란 단체에서 이렇게 활용하고 있답니다. 꼭 필요한 지원스태프나 지도자에게 AD발급이 안 된 탓이겠죠. 그러나 편법입니다. 체육회는 다음 올림픽을 앞두고는 각 종목 마다 꼭 필요한 AD카드 분량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공정하게 배분해야 할 것 같네요.


○윤석영의 눈물

축구대표팀이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따낸 뒤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선수가 왼쪽 수비수 윤석영(전남)입니다. 경기 후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윤석영은 2009 U-20 월드컵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이번 올림픽까지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U-20 월드컵 8강,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 이번 올림픽 4강 모두 자신이 위치선정을 잘못해 첫 골을 내줬다고 고백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3번 모두 한국의 오른쪽 진영, 즉 윤석영의 수비 위치에서 실점이 나왔네요. 윤석영은 자기 탓이라며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나봅니다. 일본을 무실점으로 막고 동메달도 딴 윤석영은 기성용과 함께 한 외신이 선정한 베스트11에도 뽑혔어요. 이제 다 훌훌 털어버려요.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0전영희 기자 setupm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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