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스포츠동아DB
한화 박찬호(39·사진)는 14일 포항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실점으로 시즌 7패째(5승)를 안았다. 그러나 이날의 등판은 의미가 있었다. 6년 만에 100이닝을 돌파(102이닝)한 것이다. 샌디에이고 시절이던 2006년 136.2이닝을 던진 뒤 처음이다. 우리나이로 마흔 살, 불혹의 나이에 100이닝을 던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송진우가 유일했을 정도다.
15일 외야에서 러닝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박찬호에게 “마흔 살에 100이닝을 넘기게 됐다”고 하자 그는 “그런가?”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어제 고달팠다. (투구수) 100개가 넘어가니 몸이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떤 뒤 “이기면 잠을 안 자도 힘들지 않지만, 지고 나면 이런 루틴(routine)을 지킨다는 것도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루틴’이란 일련의 습관화된 행동이나 심리적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훈련벌레였던 박찬호는 “오늘 훈련하면서 어릴 때부터 하체강화훈련을 한 게 떠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싶었다. 집에 들어가는 길이 45도 경사의 오르막길이었는데 그 어린 나이에 오리걸음이나 토끼뜀으로 올라갔다. 미국에서도 혼자였지만 거의 병적으로 러닝을 거르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어쩌면 불혹의 나이에 14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것도 이런 하체강화훈련 덕인지도 모른다. 박찬호는 그러나 “마흔 살에 100이닝을 던지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며 “그렉 매덕스나 랜디 존슨은 마흔 넘어 200이닝도 던졌다”며 “한국도 앞으로 베테랑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발달하면 그런 쪽으로 발전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에겐 남은 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 다음 일요일(19일) 경기가 첫 번째 경기라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