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그러나 런던 올림픽은 한국에 ‘바람 잘 날 없었던’ 대회이기도 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기간에 산하 단체 관리에 허점을 노출했다. 대한체육회는 ‘1초 판정 오심 논란’에 휩싸였던 펜싱 에페 신아람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안 된 건 대한펜싱협회 때문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한체육회와 펜싱협회가 이에 대한 회의조차 못할 정도로 깊었던 내부 갈등에 있었다.
여자 배드민턴의 승부 조작 파문이 불거졌을 때도 대한체육회의 대처는 아쉬웠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나 해명 없이 담당 코치와 선수를 서둘러 조기 귀국 시키는 데 그쳤다.
대한체육회의 미숙한 언론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대한체육회는 신아람이 4강전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탈락한 뒤 비밀리에 국제펜싱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메달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구두로 논의한 내용일 뿐”이라며 “(외국에 알려지지 않도록) 영문 기사는 내지 말라”는 희한한 보도자료를 냈다. 결국 IOC는 ‘메달 수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외 언론은 ‘동메달도 못 딴 선수에게 무슨 메달을 수여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체육회는 연일 사고가 터지는데도 오히려 언론 접촉을 줄였다. 국내 취재진이 모여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간단한 일정 보고를 할 때 외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MPC 내에 부스를 만들어 일본 언론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한 일본올림픽위원회(JOC)와는 극과 극의 모습이었다.
한국은 런던에서 64년 전 첫 올림픽에 출전했던 감동을 되살리며 금의환향했다. 선수단이나 대한체육회 모두 열심히 뛰었다. 그럼에도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한국이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만큼이나 각종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beetlez@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