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지시로 日에 사과공문 보냈다”

입력 2012-08-1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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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러운 두 회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왼쪽부터)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도중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낸 것은 축구협회와 체육회가 상의한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축구협, 국회 ‘독도 세리머니’ 질의에서 밝혀
“아니 회장 사인 인장을 허락도 받지 않고 찍어 편지를 보냈다는 말입니까. 그럼 사인 위조네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에게 호통 치자 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사과 공문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번 ‘사과 편지’ 사건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와 김 총장의 섣부른 판단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이날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에서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과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에 대한 긴급 현황 질의가 열렸다. 가장 큰 관심은 축구협회와 체육회의 부적절한 대응 자세였다.

11일 열린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뒤 뒤풀이 세리머니 때 박종우(부산)가 관중석에서 건네준 ‘독도는 우리 땅’이란 종이를 든 게 카메라에 포착됐고 일본 측의 이의 제기로 IOC가 박종우를 메달 수여식에 참가하지 못하게 한 게 시작이었다. 축구협회는 이와 관련해 13일 일본축구협회에 유감의 뜻을 전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일본 언론들이 ‘한국이 사죄했다’고 보도하면서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비난이 일었다.

반성문 수준 축구협 e메일…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17일 공개한 대한축구협회가 13일 조중연 회장 명의로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관련 공문. 안민석 의원 제공

최 의원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상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날 귀국해 공항에서 국회로 온 김 총장에게 “일본에 누가 편지를 썼냐”고 물었다. 김 총장은 “국제국과 협의해 먼저 공문을 보내고 사후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회장 사인도 안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자 김 총장이 “사인봉을 찍어 보냈다”고 말하면서 ‘사인 위조’ 얘기가 나왔다.

김 총장은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박 회장과 런던에서 상의한 뒤 전화를 해왔다. 조 회장이 ‘체육회 쪽에서 IOC는 체육회가, FIFA와 일본축구협회는 축구협회가 맡아서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을 하자고 한다’고 했다. 저는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편지를 보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조 회장께서 ‘검토해 보라’고 해서 미리 편지를 보내고 사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체육회와 축구협회가 IOC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간 것에 질타를 퍼부었다. 최 의원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 회장, 조 회장에게 “박종우의 행동이 IOC 헌장 위반이었느냐”고 묻고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나오자 “그런데 왜 당시에 항의하지 않고 일본에 유감 편지를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축구협회가 일본에 보낸 공문에 비스포츠적인(Unsporting) 행동이란 표현을 쓴 것은 그 행동이 정당하지 않고 정치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며 불필요한 조치로 문제를 키운 것을 지적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아주 우발적인 상황이었는데 당시에 항의를 하지 않고 왜 일본에도 저자세로 나갔냐”고 질책을 했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유니폼에 대해선 왜 항의하지 않았냐”고 박 회장에게 질문했다. 박 회장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어떤 식의 항의가 효과적인지 연구하겠다. 2차대전 피해 당사국들과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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