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된 ‘복많은 가드’ 임재현

입력 2012-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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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스포츠동아DB

하승진 등 팀 전력이탈에 4월부터 체력훈련 매진
‘책임은 감독님이…열심히만 해’ 후배들에게 주문


KCC 임재현(35·사진)은 ‘선수 복’이 많은 가드였다. 중앙대 재학 시절 김주성(현 동부)과 호흡을 맞췄고, 프로에 와선 서장훈(현 KT) 전희철(현 SK 코치) 하승진(군입대) 등과 함께 뛰었다. 그러니 올해만큼 막막한 시즌도 없을 것이다. 올해는 자기가 KCC의 최고참이자, 최고연봉자로서 도움뿐 아니라 주득점원 노릇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KCC의 베이징 전지훈련에 참가한 임재현은 “‘힘들겠다’는 주변의 동정을 너무 많이 듣고 있다”며 웃었다. 비중이 워낙 커진 까닭에 예년보다 1개월 이른 4월부터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체력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체력적·전술적 단련 외에도 임재현에게는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팀의 리더로서, 가드 신명호(29)를 제외하면 어린 선수 일색인 KCC 선수들의 정신력 부분까지 관리해줘야 한다. 허재 감독이 엄한 아버지라면 ‘코트의 감독’인 임재현은 자상한 어머니로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나도 처음 2년간은 허 감독님의 레이저를 많이 받았다.(웃음) 당시는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시절을 다 버티니 이제는 대우해주시고, 커버해주신다. 감독님한테 왜 혼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관심이 없으면 말도 안하는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혹시라도 ‘멘붕’이 올 수도 있는 후배들에게 건네는 임재현의 조언이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니 시즌 초반부터 기기 죽어서 제 실력을 펼치지도 못할까봐 임재현은 걱정이다. 그래서 자주 하는 말이 “책임은 감독님이 지신다. 감독님이 운영하시는 대로 우리는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작년이랑 환경이 다른 현실을 팬들도 잘 알고 있다. 설령 연패를 해도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팬들도 이해해줄 것”이다.

수도강철과의 연습경기에서 임재현은 예전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절대 혼자 하는 농구는 피할 생각이다.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자기의 임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임재현의 올 시즌 유일한 목표가 전 경기 출장인 것도 자신보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처럼 들린다.

베이징|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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