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진(보성고)이 9일 남고부 -81kg급 결승에서 정승현(대전체고)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교 2학년인 이문진은 전 경기 한판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김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일주일전 오른발목 부상…발기술 못써
상체로 상대 쓰러뜨린 뒤 누르기 한판
아버지는 북한국가대표 출신 부전자전
3형제 모두 유도인…“올림픽 금 딸 것”
선수는 선수들이 제일 잘 알아본다. 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최민호 올림픽 제패기념 2012 전국 중·고등학교 유도대회 겸 제40회 추계 전국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에 참가한 고교 선수들은 ‘누가 가장 유명하냐’는 물음에 이문진(보성고)을 꼽았다. “2학년인데도 가장 강해요.”
이문진은 사실 이번 대회 불참을 심각히 고려했다. 1주일 전 훈련 도중 오른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유도선수에게 오른 발목 부상은 모든 다리 공격 기술을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문진은 출전을 강행했고, 놀랍게도 전 경기 한판승으로 남고부 -81kg급 우승을 차지했다.
한판승의 비결은 ‘누르기’였다. 다리 기술을 못 쓰는 상황이지만, 방어에만 치중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전술은 상체로 상대를 쓰러뜨린 뒤 누르기로 끝내는 작전이었다. 다리기술 없이 누르기로만 전 경기 한판승을 해냈다는 것은 곧 고교무대에 그의 적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이미 이문진은 고교 국가대표 상비군에 속해 있다.
북한유도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이창수 씨와 대만 출신 어머니 진영진 씨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이문진은 형 호진(용인대), 동생 위진(보성중)과 함께 유도가족이다. 동생 이위진도 중학 수준에선 천하무적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에게 둘째아들은 각별하다. 탈북한 뒤 남한에서 사업실패로 실의에 빠진 나머지 알코올 중독 상태까지 갔지만, 문진이가 “내가 유도를 하면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유도에 입문하자 바로 술을 끊었다.
피는 못 속이는지 이문진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소질을 발휘했다. 보성중 3학년 때인 2010년 첫 ‘최민호 유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에는 허리와 골반 부상으로 불참했다가 올해 다시 우승을 되찾았다. 최민호 유도대회와 함께 성장한 것이다. 이문진은 “더 자신감 있게 유도를 해서 아버지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까지 아들은 전력질주를 멈추지 않을 각오다.
김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