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윤경아, 내가 이겨서 미안해”

입력 2012-09-1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소연(왼쪽)이 9일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동료들이 축하 샴페인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골프단

유소연(왼쪽)이 9일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동료들이 축하 샴페인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골프단

‘10년 지기’ 허윤경 18홀 실수로 아쉬운 준우승
유소연 1년만에 국내대회 1타차 역전우승 감격
윤채영 3위…최나연·김지현 공동 4위 마무리


“누구나 우승하기 위해 경기한다. 친한 친구이기에 감정을 숨기고 경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다. 유소연(22·한화)이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에서 10년 지기 허윤경(22·현대스위스)을 제치고 1년 여 만에 국내 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유소연은 9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656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허윤경(8언더파 276타)을 1타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상금 3억원.

대원외고 동기가 펼친 우승 경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둘은 71번째 홀까지 9언더파로 동타를 이뤘다. 유소연이 앞서 나가면 허윤경이 따라왔고, 허윤경이 도망가면 유소연이 추격했다.

팽팽했던 승부는 마지막 72번째(18번) 홀에서 허무하게 끝났다. US여자오픈를 비롯해 KLPGA 투어에서만 7승이나 경험한 유소연과 달리 우승이 없었던 허윤경의 부담이 컸다.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OB구역으로 날아가면서 승부의 추가 유소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유소연은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파로 마무리, 보기로 무너진 허윤경을 제쳤다. KLPGA 투어 우승은 작년 6월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우승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KLPGA 통산 8승째.

유소연(오른쪽)이 시상자로 나선 탤런트 김태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골프단

유소연(오른쪽)이 시상자로 나선 탤런트 김태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골프단



유소연은 작년 7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올해부터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8월 제이미파 톨레도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신인왕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우승을 놓친 허윤경은 18번홀 그린을 빠져나가 눈물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로 우승을 내준 것에 아쉬워했다. 유소연도 마냥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지는 못했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 만나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다.

유소연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하고 싶었다. 그런데 윤경이의 실수로 우승하게 돼 더 미안함이 든다”면서 “윤경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다. 국가대표 상비군 때부터 함께 합숙했다. 그래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게 쉽지 않았다. 윤경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승하고 싶었을 텐데 조금 안타깝다. 다음에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미리 생각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친구를 걱정했다.

유소연도 작년 대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선배 최나연과 경기하면서 실수를 저질렀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년 만에 상처를 씻고 우승에 성공했다.

윤채영(25·한화)이 6언더파 282타를 쳐 3위에 올랐고,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최나연(25·SK텔레콤)은 김지현(21·웅진코웨이)과 함께 공동 4위(5언더파 283타)로 경기를 끝냈다.

최나연은 곧바로 영국으로 출국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한 뒤 21일 개막하는 KDB대우증권클래식에 출전할 예정이다.

태안|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