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야, 아쉽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누구보다 축하한다.’ KIA를 떠나 NC로 이적한 이현곤(왼쪽 끝)은 최희섭(오른쪽 끝)과 초등학교, 고교, 그리고 프로까지 같은 팀에서 함께 뛰었던 절친한 친구다. 스포츠동아 DB
초등학교서 함께 야구시작 오랜 절친
광주일고 거쳐 KIA서 함께 우승축배도
“KIA 떠나야 할 때 가장 슬퍼했던 희섭
NC서의 새 출발도 가장 기뻐 해 줬다”
한국에는 야구팀이 있는 고등학교가 많지 않다. 그래서 프로에 같은 고교 출신들이 제법 많다. 지역 유망주들은 대개 한 팀의 지명을 받고 입단하기에 팀 내서 고교 선·후배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세계는 정글과도 같다. 한해 단 1명의 졸업생도 프로에 입단하지 못하는 학교도 많다. 막상 바늘구멍을 통과해도 매년 한 팀 60여 명 중 10여명이 유니폼을 벗는다. 그래서 더더욱 1군 엔트리에서 오랜 기간 함께 생존하는 고교 동문들은 많지 않다. 특히 동기동창이 같은 팀 1군에서 함께 뒤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현곤(32)과 최희섭(33). 나이는 한 살차지만 이현곤은 생일이 빨라 최희섭과 함께 광주 송정동초등학교에 입학했고,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광주일고에서 다시 만나 고교무대를 평정했다. 수비가 빼어나고 타격이 정확한 이현곤, 이미 고교시절 차세대 국가대표 4번타자로 꼽힌 최희섭이다. 대학은 달라졌지만, 둘은 ‘언젠가 꼭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2007년 둘은 KIA에서 재회했다. 절친한 친구는 2009년 우승도 함께했다. 역시 프로 1군에 함께 살아남은 신일고 출신 LG 봉중근-김광삼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같은 팀 동기동창이었다.
그러나 이현곤은 최근 FA(프리에이전트)로 NC와 계약해 KIA를 떠났다. 최근 창원에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얼마 전까지 정든 고향팀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했다. 그 때마다 친구 최희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현곤은 “KIA를 떠나야 한다고 했을 때 희섭이가 가장 아쉬워했다. 그리고 NC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고 했을 때 희섭이가 가장 기뻐하고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유격수로 어려운 타구를 가까스로 잡아 1루로 힘껏 송구했을 때, 아무리 높아도 껑충 뛰어 공을 잡아줬던 친구는 “아쉽다. 그리고 기쁘다. 축하한다”는 정반대의 말 속에 진한 우정을 담았다.
이현곤은 “정든 곳을, 특히 소중한 친구가 있는 곳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친구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처음 집을 떠나는 느낌이다. 올해 많이 부진했다. 그러나 2007년의 좋은 기억(타격 1위)을 머릿속에 그리며 뛰고 있다. NC에서 젊은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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