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빅3 없어도 WBC 자신” 류중일 감독은 왜?

입력 2012-12-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이 없으면 잇몸으로!
단기전은 집중력이 중요
남은 선수들 뭉치면 전력 배가
KS 2연패 일군 긍정의 힘 믿는다


“선수들을 믿어야죠. 붙어봐야죠. 우리 잘 할 거예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을 두고 여기저기서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을 비롯해 김광현(SK), 봉중근(LG) 등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주력 투수들이 대거 빠지고, 중심타선에 서야 할 추신수(신시내티)의 합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주변에서 이럴진대 대표팀 류중일 감독(삼성) 역시 걱정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사령탑으로서 한숨만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류 감독은 23일 “자꾸 안 된다는 소리만 하면 정말 안 된다”며 “이왕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긍정의 에너지’와 ‘믿음의 리더십’으로 삼성 지휘봉을 잡자마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류 감독은 대표팀과 관련해서도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 않았나. 야구는 모른다. 특히 단기전은 알 수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잘 뭉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 WBC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붙어보겠다”고 강조했다.류 감독은 21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로 대표팀 합류에 부담감을 느껴온 류현진과 함께 부상 중인 김광현과 홍상삼(두산)도 엔트리에서 빼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 대신 서재응(KIA) 이용찬(두산) 차우찬(삼성)을 새로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삼성 스프링캠프는 수석코치에게 맡긴다

류 감독은 “더 이상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대표팀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남아있는 선수들은 뭐가 되느냐. 다른 선수들도 대한민국에서 야구 잘 하는 선수들이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을 믿겠다”고 말했다.

사실 류 감독으로선 소속팀 삼성의 내년 시즌도 걱정스럽다. 대거 대표팀에 차출됐기 때문이다. 그가 감독으로 빠진 데다 김한수 타격코치와 김현규 트레이너까지 대표팀에 합류한다. 투수 오승환 장원삼 차우찬, 포수 진갑용, 내야수 이승엽 김상수 등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무려 6명의 삼성 선수가 포진됐다.

그렇다고 대표팀 감독인 그가 소속팀 선수의 대표팀 발탁을 거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번에 차우찬이 선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좌완투수로 롯데 강영식, 한화 박정진, 두산 이혜천, 삼성 권혁, 넥센 강윤구 등 여러 후보들이 거론됐지만 투수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양상문·한용덕 코치가 “선발과 중간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차우찬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 받아들였다.

삼성의 내년 스프링캠프는 사실상 이원화돼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괜찮다. 수석코치가 캠프를 잘 이끌 것이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내가 세게 훈련시키면 된다”며 웃었다.

원했던 자리는 아니지만, 사령탑이 됐다. 원했던 전력은 아니지만, 대표팀은 꾸려졌다. ‘긍정의 힘’을 믿으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는 류중일 감독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