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으로 풀어본 2012 한국 프로야구] 박찬호가 던지고 이승엽이 치고…700만이 열광

입력 2012-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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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 프로야구 ‘희망’ 팀, 8 대 7 짜릿승

1회부터 9회까지. 야구는 멀게는 인생, 가깝게는 한 해의 축소판 같다. 하루가 일 년처럼 길게 느껴질 때가 있는가하면, 한 달이 한 시간처럼 정신없이 지나갈 때도 있다. 야구도 그렇다. ‘이제 끝났구나’라는 마음이 들 때 큰 반전이 일어나기도 하고, 혹시 패했을 때도 다음 경기를 기약하게 된다. 저무는 한 해를 떠나보내며 2012년 한국 프로야구를 9이닝으로 되돌아 봤다.


1회 금의환향
해외파 복귀로 올린 선취득점

‘박찬호가 던지고 이승엽이 친다.’ 야구팬들의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장면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2012시즌을 앞두고 일본 오릭스에서 활약하던 박찬호와 이승엽이 각각 한화와 삼성에 입단했다. 김태균과 김병현도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떠나 한화,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박찬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박찬호 특별법’ 통과로 신인 드래프트 절차 없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자진해서 최소 연봉 2400만원에 계약했고, 이마저 모두 기부했다. 한화 역시 박찬호에게 주기 위해 마련한 계약금 6억원을 야구발전 기금으로 쾌척했다. 해외파의 복귀로 개막부터 많은 팬들이 전국의 야구장을 찾았다.

양승호 감독. 스포츠동아DB




2회 어둠
경기조작·입시비리 대량실점


시즌 개막에 앞서 검찰의 경기조작 수사는 프로야구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브로커와 접촉한 LG 박현준 김성현은 결국 혐의가 밝혀지면서 영구 제명됐다. 불법도박 청정 지역으로 꼽혔던 프로야구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프로야구 전체가 반성했다. 시즌 후에는 양승호 전 롯데 감독(사진)과 정진호 전 LG 수석코치가 각각 고려대와 연세대 감독 재임 시절 체육 특기생 입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 체포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류현진. 사진제공|LA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3회 개척
류현진 다저스 입단 장외홈런


2012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화 류현진을 쫓아다녔고 공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분석했다. 시즌 막바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선언했고, 한화는 고심 끝에 포스팅(공개입찰)을 선언했다. 결국 LA 다저스가 11월 10일 예상을 뛰어 넘는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해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다저스는 12월 10일 류현진과 보장된 금액만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원)에 계약했다. 투구이닝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4200만 달러(약 450억원)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4회 700만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 축포

10월 2일 잠실, 목동, 대전, 군산에 4만717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야구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700만 관중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해외파의 복귀와 새로운 스타의 출현, 박빙의 순위경쟁, 그리고 꾸준한 인프라 개선 등으로 여성 및 가족 단위 새로운 관중문화가 정착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린 해에 달성한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동아DB



5회 라이언킹
삼성 정규시즌·KS 우승 2루타


류중일 감독이 이끈 삼성은 SK를 상대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최근 11년간 무려 5번이나 정상에 오르면서 삼성은 전통의 강호에서 21세기 진정한 왕조를 구축하게 됐다. 특히 10년 만에 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은 한·일 통산 50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국민타자로 다시 이름을 날렸다.


6회 경질과 귀환
한대화의 퇴장, 김응룡의 컴백


성적도, 명성도, 남은 계약기간도 소용없었다. 감독의 중도 하차는 올해도 계속됐다. 시즌 중이던 8월 말 한대화 감독이 먼저 해임됐다. 이어 9월 중순 넥센 김시진 감독도 계약기간을 2시즌 더 남겨둔 상태에서 낙마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올려놨지만 물러났다. 이로써 2010년 12월부터 2년 사이 8개 구단 감독이 모두 바뀌게 됐다. 그러면서 김응룡 감독이 71세에 한화 감독을 맡으면서 현장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롯데는 넥센에서 해임된 김시진 감독과 손을 잡았다. 경질부터 영입까지 상식을 깨는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다.

MVP, 골든글러브 수상한 박병호에게 2012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로 남을 전망이다. 자신의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이종범(오른쪽)의 모습. 스포츠동아DB



7회 잔치
FA 대박 김주찬·MVP 박병호

2012년 스토브리그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여러 가지 잔칫상이 차려졌다. 보상선수가 필요 없는 9구단 NC가 새로운 구매자가 되면서 FA의 몸값은 폭등했다. 불과 3년 전 정상급 외야수 삼성 박한이가 2년 10억원에 계약했었지만 김주찬은 4년 최대 50억원을 받고 KIA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 NC LG는 선수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리더십에 주목하며 각각 홍성흔 이호준 정현욱을 영입하는 등 FA를 평가하는 시각도 큰 변화를 보였다. 또한 만년 유망주였던 넥센 박병호는 홈런왕에 오르며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어 새로운 스타로 등극했다.


8회 작별
이종범·박찬호 레전드의 은퇴


지난 20여 년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최고 스타 이종범과 박찬호가 유니폼을 벗었다. 1990년대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종범은 KIA의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은퇴를 택했다. KIA는 이종범의 등번호 7번을 영구결번으로 예우했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올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한화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며 선수로서 작별을 했다. 박찬호는 야구단 경영 및 행정을 공부하며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이종범은 한화 주루 코치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9회 10구단
창단 의결 끝내기 홈런


2012년 한국프로야구는 9회말 10구단 창단이라는 화끈한 끝내기 홈런으로 마무리됐다. 12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일, 선수들은 새 옷으로 단장했지만 시상식장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대표가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을 의결하지 않을 경우 골든글러브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사회는 결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10구단 시대를 선택했고,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무사히 열렸다. 수원과 KT, 전부과 부영은 10구단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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