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연고지 바꿔?”…칼자루 쥔 구단

입력 2013-01-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창원시의 전폭적 지원 약속을 받고 연고지를 확정했다. 그러나 아직 새 야구장 건설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역전된 지자체-구단 갑을관계 왜?

창원시, NC 홈구장 신축 약속 안지켜져 논란
높아진 야구 인기+잠재 연고도시…NC 느긋
10구단 실패 전북 인프라 공약 창원보다 앞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0년간 팀 수는 4개나 더 늘었다. 그러나 팀의 가치는 정반대로 더 높아졌다. 야구장을 고쳐달라고 연고지 지방자치단체에 애걸하던 시대는 끝났다. 서울은 여전히 콧대가 높지만, 이제 프로야구단과 지자체의 ‘갑을관계’는 역전되고 있다.


○1989년과 2013년의 ‘상전벽해’

1989년 3월 8일 7개 팀 구단주가 서울 롯데호텔에 모였다. 그리고 3만5000석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새로 지을 수 있는 기업(도시)에 제8구단 창단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쌍방울(전주)과 한일합섬(마산)이 경쟁을 시작했다. 당시 쌍방울과 손잡은 것은 전북애향운동본부였다. 한일합섬은 홀로 뛰다가 선정 직전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3만5000석 야구장 신축은 공염불이 됐다.

그러나 2013년 제10구단 유치전은 24년 전과 분명 다르게 전개됐다. 제10구단으로 결정된 KT에는 수원과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부영도 전북이 있어 든든했다. 이처럼 올해 10구단 선정작업은 기업간 경쟁 이상으로 지자체간 경쟁으로 뜨거웠다. 2만5000석 규모의 전용구장 신축은 물론 2군 전용구장 지원(익산 국가대표훈련장 리모델링) 및 숙소 제공이라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던 전북은 그러나 수원에 밀려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전북이라는 훌륭한 잠재적 연고지

“창원에 엔씨소프트 공장이라도 있나? 왜 야구장을 지어줘야 하나?” 2011년 창원이 제9구단 NC를 유치한 뒤 창원시의회에서 쏟아진 의원들의 질타였다. 2013년 수원은 창원에 비해 훨씬 힘들게 프로야구단을 품에 안았다. 10구단 유치전에서 패했지만 전북이 제시한 인프라 지원은 2년 전 창원을 뛰어 넘었다.

창원의 새 야구장 건설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창원시장의 경남도지사 재보선 출마와 더불어 통합 창원시청 부지 결정이 구 창원-구 마산-구 진해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야구장 신축 약속은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일부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2015년 창원에 신축구장이 완공되지 않는다고 해서 (NC가 납부한) 100억원의 예치금을 모두 몰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 건설을 시작한다면 협의를 통해 유예가 가능하다. 그러나 창원시는 수원과 전북이 어떤 조건을 걸고 10구단 유치경쟁을 벌였는지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LA에는 NFL 구단이 없다!

100억원이 걸려있지만, NC는 느긋하다. 만약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극단적이지만 연고지를 옮기면 그만이다. 게다가 프로야구팀이 창출하는 경제적·문화적 효과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지역주민의 눈총이 따가워질 수밖에 없기에 창원시도 새 야구장 건설 문제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다. 황양원 창원시 문화체육국장은 “2월 전에 (새 야구장) 부지가 결정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늦어졌지만 속도를 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 뉴욕과 함께 최대 시장인 LA는 현재 비어있다. 따라서 현 연고도시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NFL 구단은 언제든 LA로 옮길 수도 있다. 한국프로야구에도 이제 전북이라는 매력적이면서도 주인 없는 연고지가 있다. 또 서울에는 고척동돔이 생긴다. 큰 지원 없이 매년 구장 광고로 수십억 원을 챙기는 일부 지자체에게 이제 느긋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