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부상 이용훈 “저는 죄인입니다”

입력 2013-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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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후반기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롯데 이용훈은 남다른 각오로 2013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사이판 스프링캠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해 중도 귀국했다. 큰 부상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다. 스포츠동아DB

사이판서 귀국…재활에 전념

日 전훈서 달리기 도중 발목 접질려
지난해 건초염 탓 후반기 시즌 아웃
미안함에 훈련 의욕…되레 화불러

2차 캠프 합류 목표 재활·치료 병행


“저, 내일부터 상동에 들어갑니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겹치는 불운에 더 이상 의기소침해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부터는 죄인이 된 심정으로 재활훈련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목표는 일본 가고시마 2차 스프링캠프로 합류해 단 1경기라도 연습경기에서 던지는 것이다.

롯데 베테랑 투수 이용훈(36)은 25일 사이판 1차 캠프에서 러닝 훈련을 하다 오른 발목을 접질렸다. 낙하산을 메고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하필 땅에 박힌 돌에 다리가 걸렸다. 넘어지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다리를 다친 적은 한번도 없어서 더 무서웠다. 걷는 것도 힘들어 일체의 훈련을 중단했다. 응급치료를 받고, 차도를 지켜보기로 했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팀을 향한 미안함이었다. 이용훈은 2012시즌 101.2이닝을 던져 8승5패1세이브, 방어율 3.01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4월에 3승, 5∼6월에 2승씩을 올렸다.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했던 6월24일 LG전은 화룡점정이었다. 그 덕에 은퇴의 갈림길에서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억대 연봉(1억원)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10승을 눈앞에 두고 오른 어깨 건초염으로 후반기에는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했다. 9월에 시즌을 완전히 접어야 했다. 재활에 헌신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의 미안함 때문에 2013년 훈련에 더 의욕적이었다. 사이판으로 넘어가기 전에 롱토스까지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그러나 본격적 투구를 눈앞에 두고 또 불운에 쓰러졌다. 김시진 감독과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프다.

결국 중도 귀국 결정이 내려졌는데, 최종 판단을 내리기 직전 김 감독은 이용훈을 따로 불렀다. 이용훈이 좌절감을 느낄까봐 중도 귀국에 대한 의향을 물은 것이다. 먼저 이용훈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시설이 좋은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팀에 다시 합류하고 싶었다.

다행히 검진 결과, 인대가 늘어난 정도로 판명됐다. 27일 귀국한 이용훈은 매일 오전에는 상동에서 재활훈련, 오후에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갚을 빚이 많기에 낙담할 시간도 없는 이용훈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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